[그림책에 물들다]행복은 어디쯤 있을까
웃음의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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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00:52
그림책 읽어준지 6년째, 처음에는 오로지 책만 읽어주었고 그 다음해에는 느낌을 한문장씩 나누었고 그 다음해는 수업의 도구로 사용 했었다. 작년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을 읽어주며 주제를 펼쳐나가는 수업을 했다. 그림책 그 자체만으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그림책- 수업이 한 덩어리로 점차 바뀐 것이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는 수업의 도구로 사용되기만 하는 그림책의 유행이 아쉽기만 하지만 이렇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이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며 합리화를 시키기도 한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했다.)
올해는 그림책을 한 아이의 이야기꺼내는 톡 하고 건드려주는 시작점으로 생각하고 고른다. 도무지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면 '재미있다' 혹은 '귀찮다' '싫다' 정도의 반응 밖에 없고 길게 좀 이야기 해 보라하면 '00해서 재미있다.' '그냥 재미없다’ 이 정도다.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어이가 없고 힘이 빠졌지만 3달쯤 지나서 파악하게 된 사실인데 그것은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꺼내서 이야기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였다.
깊게 고민하여 글쓴다는 행위 자체가 어려운 아이들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다른 친구들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는데 말이다.
4학년에게는 스토리 있는 그림책이 더 흥미있어 한다는 것을 알지만 지난 주에 읽어 준 '시간은 어디로 흘러갈까'처럼 철학그림책을 자꾸만 선택해서 읽어주게 된다.
지금 우리반은 '너는 어떤 것을 좋아하니?, 언제 행복하니? 언제 화가나니?' 등등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풀고 서로 들어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주 작은 것> 작품은 '아주 작은 것은 무엇일까? ' 질문으로 부터 시작된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안 아주작은 것이 무엇인지 맞추어 봐" 이렇게 이야기 하면 승부욕 강한 우리반은 몰입이 확실히 된다.
"어느 여름 날, 아주 작은 것이 남자 아이의 발 아래로 지나가요. 한 아이가 매미채로 아주 작은 것을 잡으려고 해요"
이쯤 읽으면 아이들은 개미, 먼지, 공, 매미 이런 답들을 쏟아낸다
쉿!
듣는 아이들은 점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뀐다. 처음에 이야기 했던 물건들이 다음 페이지에서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날, 아주 작은 것은 장난치듯 눈물 속에 숨어 한 남자를 추억에 젖게해요.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을 냄새 속에서, 시선 속에서, 다른 사람 품 안에서 찾기도 해요.
"
어떤 이에겐 아주 잠시 찾아오기도하고, 장난감이나 사탕 봉지속에서 더이상 찾지 못하기도 하고, 이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으로 부터 벽을 쌓아 두기도 하고, 심지어 아주 작은 것은 가두어 두려 해도 가질 수는 없다.
책을 다 읽은 뒤 신중하게 고민하여 한가지 씩 '아주 작은 것'을 써보았다. 단순한 여러 물건을 생각하길래 자신이 쓴 답을 응시하며 다시 글로만 들려주었을 때 해당되는지 대입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쓴 답을 지우며 곳곳에서 “알겠다”하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추억/바람/친구/우정/공기/눈물/세월/동심/사랑/아기/시간/계절/행복
그 중 가장 많은 아이들이 쓴 답은 '사랑'이었다.
그러나 우리반 친구들이 쓴 답이 틀리고, 책에서 말한 정답만이 맞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아주 작은 것을 행복이라 부르죠"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 읽어주었을 때 세월이 주는 힘 때문인지 가슴에 쿡 박힌다. 하지만 그림책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경험만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아주 작은 것'을 언제 찾을 수 있을까?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라며 10분동안 브레인라이팅할 시간을 주었다. 적막이 흐르고 아주 열심히 써 내려간다.
(15개부터 많게는 60개까지 써내려간 아이들도 있었다. )
자신이 쓴 브레인라이팅을 보면서, 한가지를 골라서 이야기로 써 보았다.
아주 약간은 예상했지만 12명 중의 7명의 남학생이 행복=게임 이라 표현했다.
글 쓰기전에 이 글을 문집으로 만들거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볼 수도 있으니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했는데 '게임이 행복'이라 해서 좀 기분이 그랬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아이들의 솔직함을 숨기게 하고 포장하기를 권유한게 아닌가 싶다. 책으로 나오든, 나중에 볼 글이든 지금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았는가
하지만 모든 남학생이 그런것은 아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행복했다. 왜 행복한지 모르겠다. 뭔가 그냥 자동으로 행복하다"
여학생들의 행복은 남학생과 비교했을 때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가족, 친구, 여행, 강아지, 놀이, 취미,음식, 책 등등
"문 앞에 눈들이 수북히 쌓여있는데 밟으면 발에서 하얀 눈 속에 뽀드득 소리가 좋다"
"나는 그림을 그릴때가 너무 행복한 걸... 그림그릴때는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
"어딜 가든 여행만 가면 너무 설렌다."
지금 이순간에도 내 손끝에서 터진다.
불평 불만이 가득한 날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아주 작은 것’ 찾기를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