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사과의 힘!
수채물감으로 툭툭 던진 색감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툭툭 던진 그림이 마음에 들고 글의 전개도 성큼성큼 나가서 좋다. 하세가와 슈헤이 글, 그림의 '가슴이 콕콕'은 졸업전에 꼭 읽어줘야지 하고 숨겨두었던 그림책이다.
주인공 '나'와 단짝친구인 '리리'는 토요일 약속을 잡고 서로를 기다린다. '나'는 동물원에서, '리리'는 수족관에서 말이다. 40분 넘게 기다려도 리리가 오지 않자 전화를 걸어보니 동물원이 아니라 수족관이라고 한다. '소'라는 말만 듣고 동물원이라고 생각했는데, 리리는 '소'가 아니라 '바다소'를 보러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서로 실랑이를 하다가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그렇지. 넌 늘 멍하니 딴 생각만 하잖아.”
“네가 정확하게 말해 주지 않았잖아. 언제나 그러면서.”
이렇게 서로 상처주는 말을 내뱉고 만다.
주먹을 휘두른 것도 아닌데, 모양도 없는 '말'은 내 가슴에 들어와 상처가 된다. 울다 지쳐 깜빡 잠든 '나'는 일어나서 이 모든 일은 삼촌에게 말한다. 삼촌은 변명부터 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것도 전화나 문자 같은 걸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만나 눈을 보고 사과하라고 조언해 준다.
“실수를 했구나. 내일 친구한테 꼭 사과해.
전화나 문자로 하지 말고, 만나서, 눈을 보면서 말해.”
둘 다 잘못이 있을 때 용기 있게 사과하는 것. 무척이나 어렵지만 필요하다. 피하기만 한다면 상대와의 관계가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있게 '리리'에게 사과했고 둘은 동물원에서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리리야, 미안. 내가 멍하니 딴 생각을 했나 봐. 나, 확실히 알지도 못 하면서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대답하는 버릇이 있어.”
지금 우리반 아이들도 '관계'맺음에 온 힘을 다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고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속상함들이 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그림책을 빌미로 삼아 서로 풀어주고 싶었다.
그림책을 읽고 나서 책공책에 1. 내가 가슴이 콕콕 아팠던 일 2. 사과해야 할 사람. 3. 사과받고 싶은 일 세가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돌아가며 가슴이 콕콕 아팠던 일들을 이야기해 보았다.
"엄마랑 싸웠을 때", "친구가 욕을 했을 때", "친구가 내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느꼈을 때" 쭈뼛거리다가 다들 입을 열었다. 맞아맞아 나도 그런적 있어 하며 공감해 준다.
"이제 그림책에 삼촌이 말한 것 처럼 얼굴을 보고 직접 사과해 볼까?"
모든 아이들이 보는 자리에서 사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성0가 먼저 손을 번쩍 든다. "저는 편지 말고 말로 사과할래요. 연0아.. 내가 모둠 활동할 때, 너에게 함부로 말해서 미안해." 이 한마디를 하는동안 3번이나 울었다. 사과를 받는 연0도 울고 지켜보는 몇몇 아이들도 눈물이 글썽거린다.
성0가 용기를 내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는 여자아이들은 부둥켜 앉고 서로 운다. 교실이 한순간 울음바다다. (아..이러려고 한건 아닌데) 한 여자 아이가 "야. 실컷울어. 그래야 다 털어내지는거야." 하는데 나도 순간 울컥했다.
남학생들도 머쓱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사과를 시작했다. 예0이가 "00아.. 내가 돼지라고 놀린것, 미안해." 하며 눈물이 글썽거린다. 졸업전에 우리의 묵은 감정을 털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자 라는 의미에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침울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짧은 두시간 동안의 '사과'에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한다. 다행이다. 참.
나는 오늘 '미안해' 그 말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 아이들을 보면서 배웠다.
※ 도저히 말로 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사과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 오늘 사과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그런 시간을 주셨는데 나는 정협이 한테 미안하다고 하는데 갑자기 욱 해서 울 뻔 했다.
- 나는 여자애들이 울 줄 몰랐다. 나는 그래도 내가 사과해 후련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이런 수업은 또 하고 싶지만 친구들이 안 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친구한테 사과하는 것을 진행하였다. 사과를 할 것이 많았는데 조금 쑥쓰러워서 사과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사과 모양인 사과 쪽지를 주셨다. 그래서 나는 조금 마음이 놓였고 많은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며 진짜 미안해서 진심을 다해서 사과를 하였다.
- 오늘 사과를 전달하는 것을 하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이 나의 이름을 말할까 찔렸다. 그런데 결국 2명이 나한테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아이가 2명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 괜찮아졌다.
- 오늘 가슴이 콕콕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은 친구와 주인공이 말다툼을 해서 서로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책의 내용처럼 사고를 하거나 사과를 받는 과거청산을 했다. 나는 사과를 6번 받았지만 반 정도는 그런적이 있었나 기억이 안났다. 그러고 속으로 경진이와 덕하가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오늘 과거 청산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자신있게 사과하는 모습이 멋졌다. 나도 지원이에게 다시 사과했다. 계속한다 생각날때마다 그래도 친구들과의 응어리(?)
같은게 다 풀려서 뭔가 다행이다. 앞으로 우리반 잘 지내고 싶다. 이런 것들 덕분에 우리반 친구들 사이가 더욱 끈끈해지고 좋아질 수 있었던 것 같다.
- 오늘 선생님께서 '가슴이 콕콕'이라는 책을 읽어주실 때, 내가 당한 예전일들도 생각이 났고 나도 그 때 처럼 마음이 콕콕 아팠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일은 왠지 너무 기분이 나빠서 사과를 받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 오늘 이 활동을 해서 연아한테 있던 미안한 마음이 전달되서 다행이었다. 음.. 그리고 지원이한테도 미안했다. 이런활동은 정말 좋은것 같다. 다행히도 졸업전에 이런일이 잘 해결되서 너무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오늘은 사과에 사과를 했다. 우리반안에서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에 성아가 연아에게 사과를 할 때 울어서 나도 조금 눈물이 났다. 나는 다현이에게 사과를 하였다. 놀 때 다현이를 괴롭혀서 그게 좀 미안했는데 다현이도 그렇게 사과를 했다. 이렇게 사과를 하니 더 친해지는 것 같다.
- 오늘은 <과거청산 프로젝트> 를 하였다. 남들에게 지금까지 쌓였던 것을 깨끗하게 드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서로 사과하는 훈훈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나중에 10년 후에 만나도 어색하면 안됀다"
- 이번시간은 정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서로 사과를 주고 받다보니 뭔가 다행? 안심? 그런 느낌도 들고 좀 후련하다. 친구들한테 사과를 하다보니 내가 진짜 잘못을 한 게 많긴 많구나 싶다. 앞으로 돌직구를 잘 날리는 입버릇도 고치고 말할 때도 많이 생각한 후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