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배운다는건 뭘까
우리 반 수지(가명)는 11월 한 달 동안 책을 무려 4권이나 읽었다. 수지는 하고 싶은 이야기나 말은 많은데 그것을 제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친구였다. 문해력이 부족해서 글을 이해하거나 문제를 이해하는 것도 느렸다. 언젠가 수업 시간에 내가 재미있게 읽은 김려령 작가의 '플로팅 아일랜드'를 소개했는데 그걸 몇몇 친구들이 읽고 재미있다고 하자 수지도 읽고 싶다고 빌려갔다. "그런데 선생님, 저는 긴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다 읽어냈고, 그것을 시작으로 수지는 책에 빠져들었다. (물론 책의 흐름에 대해서는 많이 질문하였지만) 점심시간에도 책을 읽고,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고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달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11월을 마치며 쓴 수지의 글에 이런 표현이 담겨있다.
11월 달에 <플로팅 아일랜드>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까지 책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책에는 관심이 없던 내가 갑자기 그 책이 들어왔을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플로팅 아일랜드>, <뒤죽박죽 독서왕>, <봉주르 뚜르>, <위험한 게임 마니또>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아리송한 부분도 있지만 한 달만에 4권이라는 책을 읽은 만큼이나 나의 머릿속 지식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달에 이렇게 내 자신이 뿌듯할 만큼 읽었는데 12월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수지에게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글에서도, 아이의 표정에서도 느껴졌다.그리고 수지의 배움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옮겨갔다. 누가 억지로 권하지 않아도 서로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던진 질문은 바로 책 제목과 같은"배운다는 건 뭘까?"였다.
대부분 아이들의 대답은'공부,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것, 국어, 수학'등등 지식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 기술이나 방법, 지식들을 익히는 것
- 자신이 몰랐던 지식이나 행동들을 익히는 것
- 공부, 모든 과목
- 누군가가 무엇을 알게 해 주는 것
- 누가 나에게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는 것.
-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 남이 가지고 있는 지식, 생각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 배우는 것은 수학, 국어 등 여러 과목을 공부하거나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는 것.
- 수학, 과학, 중 1수학공부를 배우는 것.
- 머리에 지식을 쌓는 것
‘배운다는 건 뭘까?’는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 그림책이다.
배운다는 건 보는 것, 묻는 것, 듣는 것, 읽는 것이라는 배움의 방법부터
친구를 따라서 잘 해 보는 것, 책상 앞이 아닌 마음으로 배워야 하는 것,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일을 하는 것도 배움이라고 배움에 대한 의미를 확장시켜준다.
또 배움의 속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출 필요는 없으며 처음에는 잘 못하더라도 용기 내어 시도하다 보면 나중에는 점차 나아진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배움에 지치는 이유는 원하지 않은 것을 의미도 찾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배움은 좋은 거다. 귀한 거다. 삶을 사는 동안 배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천천히 음미할 시간을 가져야한다.
책을 다 읽고 한 번 더 같은 질문을 던졌다.
"배운다는 건 뭘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를 답하지만 나는 배우는 것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서로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말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배움으로써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0은)
★웬만큼 할 때 멈추지 않고 그것을 계속 익히는 것(0겸)
★ 배우는 것은 힘든 것도 있고, 재미있는 배움도 있다. 힘든 배움은 대부분 내가 흥미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첫 번째 배움의 기억이 좋지 않아서 중간에 포기하는 게 힘든 배움이었고, 재미있는 배움은 흥미로운 것, 기억이 좋은 것, 부담이 크지 않아 마음 편하게 배울 수 있는게 재미있는 배움이다. 내가 의도치 않게 힘든 배움과 재미있는 배움을 분류해도 배움은 배움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고 할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배움은 모두 다르지만 배우고 난 후의 생활은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이0)
★배움은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을 알아가는 것, 자신이 꼭 닮았으면 좋겠는 사람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에요. 저는 사실 배우는 걸 정말 좋아해요.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정말 뜻 깊은 일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 그걸 배우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을까. 무작정 알기만 하고 자만하고 항상 대충 넘기지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배우고, 이해하고, 반성하는 시간은 굉장히 좋은 시간이죠. ‘배운다는 건 여러 번 공사해서 튼튼한 집을 만들 듯이 여러 번 배워서 더욱 단단한 저를 만드는, 멋진 저를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지0)
★배움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예요. 배운다는 건 뭘까? 라는 책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거야. 이것저것 해 보면서 기다리는 것이 배운다는 거야.’ 등등 이런 글들이 있는데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은 자신이 무언가가 궁금해서 물어 보는 거잖아요. 만약 궁금하지 않다면 굳이 물어보지 않을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것저것 해본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을 주로 할 것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배운다는 것은.(신0)
★배움은 남을 말을 경청하면서 남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남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듣는 것이 배우는 것이 되는 것 같다.(성0)
★이 책은 공부를 하는 것만 배움이 아니라 다른 것을 통해서 배울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다. 다른 사람이 잘 하는 점을 본받아 자신도 잘하게 되고, 자신이 잘 하는 점을 다른 사람이 본받아 잘해진다는 게 배운 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세상 어디에든 선생님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났다.(예0)
★'배운다는 건 듣는 거야' 라는 표현이 좋았는데, 그 이유는 배우건 무언가 쓰기만하고 머리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영0)
“배운다는 것은 자라난다는 것과 같아. 자라서 진짜 어른이 되는 것과 같아.
배움이 왜 좋은지 알아? 배우고 익히면 나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져.
속이 든든한 것처럼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