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쫌 이상한 사람들의 비밀!
'쫌 이상한 사람들' 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제목부터 쫌 이상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등장할 것 같니?"라고 질문하니, "에어리언, 초능력자, 변신하는 사람들 등등등" 오만가지 진짜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사실 오늘 읽어줄 그림책은 이번 주 당번을 보고 떠올랐다.
우리반은 당번제도가 있어서 일주일에 두명이 모든 아이들이 집으로 가면 남아서 뒷정리를 한다. 교실을 쓸고 닦고 우유를 가져다 놓는 일들이다. 매주 같은 업무(?)라도 당번에 따라서 애쓰는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주어진 일은 묵묵히 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주 당번은 쫌 이상하다. 아니, 많이 쫌 이상하다.
월요일 첫날에는 책상을 뒤로 다 밀고, 대청소를 시작한다. '열정적인 학생들이군' 하면서 "수고했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그런데 수요일이 되어서는 의자 아래에 10년정도 묵힌 먼지 덩어리를 핀셋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한사람당 의자 다리가 4개니까 곱하기 23개 하면 92개의 다리에 먼지 덩어리를 꺼내어 모으고 버리는 일을 하였다. 옆에서 구경하던 당번 아닌 아이도 덩달아 칠판의 묵은 때를 벗긴다며 동참한다. 목요일에는 교실 앞 뒷문 아래 틈의10년묵은 때를 벗기기 시작하였다. 절대 그곳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더러운지도 깨끗한지도 모르는 곳이다. 그제서야 나는 진짜 이들이 쫌 많이 이상하다 는 것을 눈치를 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 아이들은 당번일이 끝나고 다른 아이들에게 생색을 내지도, 나에게 무언가 칭찬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싱글벙글 청소하며 "속이 다 시원하다"라며 깔깔거린다.
은0아, 예0아 이리 좀 와봐. 너희 이번 주 당번 많이 힘들었지? 그런데 갑자기 당번 체크리스트에 없는 것 까지 한거야?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그냥요. 선생님. 그냥 하고 싶어서요."
"진짜 착하네. 이렇게 착한 행동은 본래 부터 타고 나는 걸까? 아니면 배우는 걸까?"
"배우는 것 같아요.(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임)
이 아이들이 칭찬을 받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자랑이 하고싶었다. 이렇게 쫌 이상한 아이들이우리반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림책 읽는 시간에 모든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바로 미켈 탕코의 "쫌 이상한 사람들" 책을.
그림책 안의 헌정 페이지에는 '쫌 이상한 사람들에게 이책을 바칩니다.'라고 나온다.
쫌 이상한 사람들은 개미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다니고, 혼자가 된 동물들을 살피며, 상대방의 승리고 기쁘게 축하하며, 아무대서나 즐겁게 춤추고, 남을 웃길 줄도 알고, 나무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다른 사람이 내 놓은 발자국을 따라 걷기도 한다. 그리고 눈을 뜬 채 꿈을 꾸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자신이 예상한 에어리언이나 초능력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소금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는 우리반에서도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까? 쫌 이상한 사람들."
↗(우리반에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를 기르는 남학생이 있는데, 그 아이를 보고 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쫌 이상한 사람들을 읽기 전엔 나도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이상한 사람들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이 느꼈다. (영0)
★쫌 이상한 사람들이 없으면 동, 식물을 아끼는 사람도 없고 주변도 행복해 질 수 없다. 그리고 쫌 이상해도 우리와 같다. (은0)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멋있고, 나도 주위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은0)
★쫌 이상한 사람이 우리반에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에 있는 행동이 우리반에 있는 친구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랑 똑같이 때문이다. (예0)
★쫌 이상한 사람들에서 나온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세상에 그런 ‘쫌 이상한 사람들’이 없다면 사람들은 세상을 지루하게 살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따뜻하고 작은 생명도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쫌 이상한 사람들은 쫌 많이 멋진 사람들인 것 같다. (지0)
★쫌 이상한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한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을 생각한 작가님이 놀랍다. 처음에는 뭐지 하다가 이상하게 빨려들어가는 책이다. (이0)
★나는 쫌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왜냐하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이상한 사람들은 내 생각에는 이상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신0)
★쫌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 생활 속에 있는 것이 고마웠고, 나도 누군가의 쫌 이상한 사람이면 좋겠다.(정0)
tip! 그림책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일! 쫌 이상한 사람들은 모두 파란 빛을 띠고 있다. 우리반 이번 주 당번 두 녀석 주위에도 파란 빛이 번쩍 번쩍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그러고보니 우리반 곳곳에서 보인다.
쫌 이상한 사람 들은 꽤 괜찮은 사람들이다. 아니, 진짜 괜찮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사회는 삭막하지 않을까? 재미없지 않을까?
주변을 위해 작은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 생명을 사랑하고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바로 당신도 쫌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