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우리, 사과할까?
2년전에도 이 책을 아이들과 읽고 후기를 에듀콜라에 쓴 적이 있는데, 올해도 어김 없이 좋아서 이렇게 또 소개합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Jihye&wr_id=31&page=2 (2017년 글 )
참 신기한 일이다. 그저 그런 날들에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한 날이 된다.
10월 24일은 '사과데이'사과 향기가 그윽한 10월에 ‘둘(2)이 사과(4)한다’는 의미로, 친구나 애인끼리 서로 사과를 주고받는 날 이라고 한다.
사과데이라고 하니, 아이들 모두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사과먹는 날이냐며 깔깔 웃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말에 급격히 숙연해 진다.
"졸업하기 전에 꼭 해야하는 일, 사과하는 일이야. 이 때 사과는 진심이 없으면 안 돼. 사과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으면 자기 마음 편하고 싶어서 덜어내는 일이야. 사과는 꼭 이 날이 아니어도 되지만, 이렇게 만들어 주지 않으면 사과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회를 만들어 주는거야. "
가슴이 콕콕은 두 아이가 사소한 오해로 싸움이 생기는 이야기다. 만나기로 한 날에 장소를 서로 잘 못 듣고 각자의 장소에서 오래 기다리게 되면서 서로를 비난하게 되는데,
가슴이 콕콕에서 최고의 말은 역시 삼촌의 이야기다
"실수를 했구나.
내일 친구한테 꼭 사과해.
전화나 문자로 하지말고, 만나서 눈을 보면서 말해."
작품 속 두 아이는 학교에서 만나 자신의 실수를 짚어가며 사과한다.
그래서 우리도 사과하기로 했다.
이 날을 위해, 학습준비물 신청기간에 미리 카드를 주문해 놓았었다. 봉투도 함께 있어서 비밀도 보장이 된다. 우리반 이름 '즐즐반'이 있어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카드라고 소중하게 해야 한다고 공을 들이라는 이야기도 빼놓치 않았다.
한 장의 카드로 모자란 아이들에게는 색종이 사과 종이를 더 주었다.
우리반에도 사과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자존심 강한 아이들이 있다. 충분히 사과할 일이라는거 안다. 이렇게 강제적으로 밀었더니.. 마지못해 마음을 내민다. 7월 부터 시작된 갈등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울고 불고 했던 일들. 그래서 겉으로는 다시 지내지만, 마음 속 상처는 한번 씩 꺼내져 나와서 그 때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 조심스레 연락오신 부모님들께, 시간을 믿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끝이 오늘이기를 바라며 시작해 보았다.
'6학년 영악하고, 어른이나 마찬가지야!' 하면서 실망했다가도 오늘 같은 장면을 보면, '어린이가 맞구나! 어른보다 훨씬 멋지구나' 싶다.
아이들은 말랑말랑하다. 어른보다 훨씬.
오늘, 어땠니?
- 잘못한 일을 사과 받을 일이 많지 않은데, 오늘 사과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고 나도 사과를 해서 기분이 편했다.(재0)
- 사과를 읽는게 너무쑥쓰럽달까? 죄책감을 덜어내려 한 사과.. 사과를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예0)
-저번에 000이 나보고 내 이름이 대니인데 돼지라고 말하고 그리고 계속 놀려서 속상했다. 그런데 오늘 진심으로 사과 해 주어서 너무 좋았다. (서0)
-이번 시간을 통해 이때까지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 잘못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다. (주0)
- 내가 말로 못한것을편지로 쓰니 한결 쉬워졌서 마음편안해 져서 이런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성0)
-재우 한테 매일 장난을 친 걸 미안하다 말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에게 편지가 와서 너무 좋았다.(현0)
- "사실 계속 마음에 걸렸던 일인데, 직접 말로하기에는 어려웠던 사과를 편지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후련했다. 그리고 조금 기분이 나빴던 일이 있었는데, 사과 편지를 받으니 그 마음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 같다."(민0)
*한 아이의 소감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보면서 힘들어 했던 00이가 오늘 마음을 다해서 사과를 했고, 본인도 사과를 받아주면서 안도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날만 기다렸다고 하니.. 내 마음에서 콕콕거리는 느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