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내 마음을 움직인 질문은?
6학년 국어 3단원에 나오는 첫번째 글은 이어령 작가님 글이다. 「 '그냥'이 아니라 '왜'」라는 글에서 주장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학습목표야 어쨋거나 너무 좋은 글이라 아이들에게 훌륭한 글이 실렸다며 호들갑을 떤 다음 읽어주었다.
긴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에게 한 아이가 던진 질문 "할아버지는 수염을 넣고 주무세요? 아니면 빼고 주무세요?" 수염 할아버지는 몇 십년 동안 잠을 잤는데 어떻게 잤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런 궁금증을 지녀본 적이 없으니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위해 의식하고 자니 잠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다. 우리에게도 이런 수염이 있다고 한다. '그냥'이라는 말이 우리의 수염이란다. 그냥 먹고, 그냥 자고, 그냥 노는 날들과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 하고, 어른들이 시키니까 그냥 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번뜩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었다.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의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의 시가 이세 히데코의 수채화 그림과 어울려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질문으로 만들어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질문이라는 것이 어쩌면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우선,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읽어주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나요?"
두 번째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질문을 이 전에 읽은 것 보다 훨씬 천천히 읽어주었다.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었나요?
"아니요."
"그렇다면, 너희는 오늘 엄청 특별한 날일거야.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오늘 하늘은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구름은 어떤 모양이던가요? 바람은 어떤 냄새였나요?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요? 오늘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창문 너머, 길 저편에 무엇이 보이나요?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거미줄을 본 적이 있나요?
떡갈나무 아래나 느티나무 아래서 문득 걸음을 멈춘 적이 있나요?
길가에 선 나무의 이름을 아세요? 나무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강을 본 것은 언제인가요? 모래밭에, 풀밭에 앉아 본 것은 언제인가요?
"아름다워!"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꽃 일곱가지를 꼽을 수 있나요? 나에게 '우리'는 누구인가요?
동이 트기 전, 새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요? 천천히 저물어 가는 서쪽 하늘에 기도한 적이 있나요?
몇 살 때의 자신을 좋아하나요? 잘 나이 들어 갈 수 있을까요? 세상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어떤 건가요?
지금 있는 곳에서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침묵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나요?
가만히 눈을 감아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질문과 대답,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인가요?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나요?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인생의 재료는 무엇일까요?
나에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세상은 말을 가볍게 여기지요. 당신은 말을 믿나요?
질문을 받으면 정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우리는 늘 그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아이들과 주고 받은 질문은 정답이 없고 심지어 답을 묻지도 않았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한 일은 어떤 질문이 내게 와닿았는지 이야기 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아이들 수만큼이나 다양한 질문을 고른다. 단, '그냥'이라는 말은 쓸 수 없다고 했다. 분명, 그 질문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면 아이들 마다의 사연을 들어볼 수 있다.)
"
00: "하늘을 보았나요? 라는 질문이 가장 좋았어요. 오늘 아침에도 분명히 하늘을 보면서 왔을텐데.. 생각하지 못하고 온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산다는 것도 지금 생각했어요."
**: "구름은 어떤 모양이던가요? 라는 질문이요. 저는 차를 타고 가면서 구름 모양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는 놀이를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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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나무를 보고 지나가기만 하는데, 친구라고 생각해 볼 수 있구나 싶어서 이 질문이 좋았어요. "
##: "아름다워! 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전 요즘 벽화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 질문을 들으며 아름다운 벽화가 떠올랐어요."
@@: "몇 살 때의 자기 자신을 좋아하나요? 7살 때, 학원 안다닐때가 그리워지는 질문이에요."
!!: "침묵에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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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나에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가장 좋았어요. '행복'에 관해서 보이지 않는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해 지는 질문이에요."
교과서를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 <첫번째 질문> 그림책.
이 책을 함께 읽고, 질문을 나누고 왜 그 질문을 골랐는지 이야기 하는 동안 참 마음이 따뜻했다. 이런 질문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 하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어떤 질문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그 질문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ㅊ교과서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