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작은 기다림
우리는 기다린다. 내가 간절하게 바라는 무언가를.
사람마다 그 종류와 내용은 다를지 모르지만 간절하게 원하는 그 마음은 비슷하다. 곧 있을 수학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교실 한 구석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한 아이의 마음도.
1학기부터 2학기에 있는 한참 먼 수학여행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교실에는 들뜬 분위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좋은 마음만 가득해야 할 이 순간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수학여행 조를 짜면서 평화로운 우리 반의 관계가 흔들렸다. 그동안 모두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던 불편한 사실. 저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묵은 것이 어쩔 수 없이 수면위로 떠올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소외된 한 아이. 그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조에 함께 하지 않으려고 밀어내는 모습에서 상처를 받았다.(당사자도, 보는 나도)
다행히 모든 아이가 방관자가 아니었으며 문제로 인식한 아이들이 공개적으로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냈다.
처음으로 가본다는 놀이동산에 대한 기대 가득한 그 아이의 눈망울은 아이들의 따돌림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하루종일 아무 말 않던 그 아이가 처음 꺼낸 말은 "(이 상황이) 너무 불편했어요"다. 일순간 교실은 숙연해졌다.
결국 나는 실망스러운 마음에 집단 상담을 통해 묵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갔고, 진심이 통했는지 그동안의 미안함을 만회하려는 듯 교실에서도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작되고 있다.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림을 그린 ‘나는 기다립니다’는 앞표지부터 뒷 표지까지 빨간 끈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너무나 간단한 그림과 짧은 그림이지만 그 여운은 커서 책을 덮고서도 한참 생각이 난다. 읽고 나면 무엇을 기다리는지 나에게도 너에게도 묻고 싶어지는 그림책이다.
“제일 기다려지는 일이 뭐야?” 읽어주기 전에 슬쩍 물어보니 역시 “수학여행이요” 만장일치다. 그 아이도, 다른 아이도 모두 말이다. “어제 우리 그런 일도 있고, 오늘은 특별히 선생님이 제일 아끼는 그림책 5위 안에 드는 특별한 책을 읽어주지!”, 온갖 미사어구를 붙여가며 책을 꺼낸다. “우아, 이렇게 생긴 그림책도 있어요?” 보자마자 놀란다. 잘 보지 못한 판형이어서다. 긴 끈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책의 판형을 가로로 긴 직사각형으로 한 것이다.
빨간 끈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트리 전구로, 사랑을 기다리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인연으로, 엄마와 아기를 잇는 탯줄로도 나타난다. 아이가 태어나서는 아빠가 끌어주는 장난감 끈으로,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두 사람의 복잡한 마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도 나타난다.
한 사람의 성장과 만남, 사랑, 이별,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만남까지 빨간 끈이 그 모든 것을 표현한다.
#빨간 끈은 그림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삶의 이유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 ★만남이다. 모든 것을 이어주기 때문에..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같이 느껴진다. 사람들을 만나서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끈은 바로 삶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노후까지 계속해서 이어져있다. ★인생의 이음줄이다. 그 끈은 모두 한사람의 인생으로 이어져있다. ★자신이 기다리는 것, 운명이다. 항상 문장의 처음은 나는 기다립니다. 라고 나와 있다. 자신의 기다림이 본인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실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끈은 운명을 나타낸다. 운명은 결국에 만난다고 하는데 운명은 결국 만나니까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게 빨간 실이 있는 것이다. ★기다림, 소망, 관계.. 빨간 끈은 누군가의 관계나 우리가 기다리는 무언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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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고서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과 의미를 돌아가며 나누어보았다. 이야기가 특히 궁금했던 아이들이 몇명 있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마음을 추스렸고, 기대감으로 가득차 보였다.
가장 큰 기다림은 역시 수학여행이다.
예0이는 수학여행이 기다려지긴 하는데, 키 제한이 있는 놀이기구를 타지 못할까봐 키가 커지길 기다린다.
이0이는 이번 따돌림 사건에서 큰 역할을 했다. 나만큼이나 이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친구다.
놀이기구 보다 숙소에서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기다려진다고 한다.
얼마 전 키우던 사슴벌레가 수명이 다 되어 이별을 하였다. 마음 아파했던 은0는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며 산에 오르기를 기다린다.
야구에 푹 빠진 0훈이. 하루종일 야구 생각뿐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이승협의 홈런볼을 받아보기를 기다린다.
홍0이는 이책에서 발견한 것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인생의 평범함이라고 이야기했다.
물질같은 사치스러운 것들로 벗어나 평범한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를 기다린다.
개인적인 기다림을 넘어선 이 아이의 기다림_ 바로 통일이다.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한다.
# 그림책은 마음열기의 씨앗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그림책을 좋아하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그림책은 마음을 나누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읽으면서 나눈 이야기, 읽은 후에 쓴 글에는 솔직하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그림책에게 늘 고맙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고민하는지 마음의 한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해질 때, 그림책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0정- 책을 들으니 순간 슬퍼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싸우고, 웃고, 울고, 헤어지는 일이 어떻게 보면 그냥 인생의 일부이지만 다르게 보면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 나도 이제부터 내가 겪는 일들을 모두 소중하고 특별하게 남기고 싶다. 그러려면 어째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기다릴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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