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선 교사들 2 : 교권? 교사인권? 직무권한?
9월 2일 30만 집회와 9월 4일 공교육 정상화의 날(멈춤의 날)을 어쨌든 잘 넘겼다. 우리 교육사적으로도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그 날에 대한 기록은 차차 하려고 한다.
두 개의 큰 사건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법 조항 수정, 아동학대 관련 법안 수정, 교육부에 대한 압박, 새로운 사건들, 큰 시도가 벌어졌음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 교원 단체와 노조, 정치적 견해 등 다양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땐 우울감이, 어떤 땐 분노가, 어떤 때는 희망이 겹치는 나날의 연속이다. 하지만, 각 언론에서 교육관련 내용이 메인을 이루고, 시사 유튜버들이나 팟캐스트에서도 교육 문제를 다루는 걸 보면 우리의 힘(30만+정상화의 날)이 핫 이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내가 즐겨 듣던 어느 팟캐스트 방송을 듣다가 이런 얘기를 듣게되었다.
'교권이라는 말은 개념화 되어 있지 않다.'
'교사의 직무가 법령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다.'
평소에 교권(가르칠 권리)이라는 단어가 개념화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번 사건도 교사 인권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하던 찰나에 들어온 단어. '직무권한'
'교사의 직무권한=교권' 이렇게 생각하면 더 쉽게 전국에 흩어져있는 무수한 OO학부모들의 말도 안되는 민원과 아동학대에 대해 법적으로 대항하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로 직무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건가? 그래서, 찾아봤다. 실제로 그런지...
- 변호사법 -
제3조(변호사의 직무)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ㆍ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이하 “공공기관”이라 한다)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
- 의료법 -
제2조(의료인) ①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②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
<개정 2015. 12. 29., 2019. 4. 23.>
1.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2.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3.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4. 조산사는 조산(助産)과 임산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를 임무로 한다.
5. 간호사는 다음 각 목의 업무를 임무로 한다.
가.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다.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ㆍ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변호사와 의사의 경우 변호사법과 의료법에 각 직군의 임무(직무)가 명확하게 적시되어있다. 그런데, 교사는
- 초·중등교육법 -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개정 2021. 3. 23.>
②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교감이 없는 학교에서는 교장이 미리 지명한 교사(수석교사를 포함한다)가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③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ㆍ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④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⑤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법령에서 정확히 어떤 직무를 하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고작해야 <학생을 교육한다>정도. 교사의 직무는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적시되어 있다고 해서 찾아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
제36조의5(학급담당교원) ① 초등학교ㆍ중학교ㆍ고등학교 학급에는 학급담당교원을 두되, 학생의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학급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학급담당교원 1명을 더 둘 수 있다.
② 학급담당교원의 증원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관할청이 정한다. <개정 2013. 3. 23., 2019. 7. 2.>
③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 <신설 2013. 2. 15.>
④ 수석교사는 학급을 담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학교 규모 등 학교 여건에 따라 학급을 담당할 수 있다. <신설 2013. 2. 15.>
이건 더 가관이다. 학급담당교원에 대한 직무만 있을 뿐 다른 교사에 대한 부분은 보이질 않았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도 직무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말은 전국의 교사들은 지금까지 갖가지 교육을 실시하면서도 그게 본인의 직무권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거다. 교사가 나름대로 전문직이라고 하던데 법률에 그 직무조차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건 문제가 아닐까?
이제서야 고시를 고쳐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우리의 직무를 법적으로 못박고 우리의 직무권한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그리고 직무로 인해 학교 안팎으로 계속되는 다툼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 PS. 어째서인지 보건교사의 경우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 23조>에 그 직무를 너무나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