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수업방법 3 - 역사체험 게임
돈을 벌수 있다길래 온라인 게임에 손을 댔었고, 부족한 용돈을 아이템을 팔아서 보충했다. 게임 상에서 인생 최초로 제대로 된 사기라는 걸 당하기도 해보기도 하고 극한의 수면 시간을 유지하며 도전을 즐기기도 했다. 게임에서 현질이라는 것 해봤고, 게임 상에서 거대한 적에 맞서기도 했고 정의가 실현되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역사책에서만 보아오던 반목과 분열을 겪기도 했다. 다양한 게임(혈통, 전쟁기술의 세계, 고급시계, 안 알려진 플레이어의 전투장소 등등)을 체험해보고 비교해 보는 걸 즐기는 나는 겜돌이다.(이제는 겜아재.)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게임 얘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이걸 학급에 적용해 본 적이 있어서다.
신분제 RPG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학급운영도 RPG(롤플레잉게임)처럼 해보자는 생각에 시스템을 만들어서 빡세게 돌렸다. 그러다가 소개받은 게 <교실 속 마을활동>. 경제시스템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목표인 활동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경제시스템이 계속 작동하고 아이들이 월급을 받고 경제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점이 날 사로잡았다. 덕분에 내 RPG형 학급운영시스템도 많은 수정이 가해졌다. 이때가 마침 한창 역사를 가르치던 시기였으니...
아이들이 신분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사회 구조가 크게 바뀌는 조선 후기에 대해 너무 재미없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간이라도 체험하는게 도움이 될까하여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신분제 놀이를 시도했다.(예전에 학급에서 신분제를 해서 문제가 생겼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것과는 완전 다르다. 사전에 학부모에게 공지도 했다.) 일단 조선 전기형 신분제 놀이로 2주 정도 했는데 내가 왕을 하고 양반, 중인, 상민, 노비로 나누어서 신분을 뽑도록 했다. 물론 1주일이 지나면 바꿔서 체험해보게 했다. 그런데 게임을 설계하다보니 조선전기에는 인구의 절반이 노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비슷하게 적용하다보니 양반이나 중인을 못해본 아이들이 생겼다. 결국 신분의 순환을 위해 조선 후기형 신분제 놀이도 해야만 했지만 신분제에 대해 아이들이 확실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내가 왕이다 보니 놀이 기간동안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
게임북형 역사학습자료
SNL코리아의 한 코너인 GTA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다. 넋놓고 보고 있다가 어렸을 적에 게임북을 해본 기억이 떠올랐고, 이걸로 학습자료를 만들어서 써 먹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게임북은 예전에 있던 학습만화나 아동용 모험 소설류로 일반적으로 페이지마다 분기점을 두어 OO이라면 몇 페이지로 가시오와 같은 구성이 있는 책. 물론 출발은 같지만 결과는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과 플랫폼. 코딩해서 멋지게 꾸밀 자신은 없었는데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서 그나마 할 줄 알았던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서 자료 제작을 시작했다. 출발점을 설계하고 분기점에서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민하고 결과까지 구상하다보니 아주 예전에 배웠던 순서도를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냥 화면만 나오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GTA시리즈(SNL의)에서 소리도 따오고, 무료TTS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멘트도 녹음하고 쌩 난리를 했다. 결과는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웠으니...
일단 조선건국으로 첫 자료를 만들어서 보여주는데 아이들 반응이 지렸다. 한번 반응을 보니 멈출 수 없었고, 양반의 삶에 대해서 만들었다.(자료는 O디O쿨을 뒤져보면 나온다. 하지만 한쇼에서는 제대로 구동이 안된다. ㅜㅜ)
다른 선생님들 반응도 꽤 좋았다. 하지만 너무 품이 많이 들어가고, 수시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정 내 사정도 있었고...) 결국 학습자료는 3개까지 만들고 그만 두었다. 코딩을 공부해서 언젠가는 온라인 상에 배포해 보고 싶다.
* 만들었던 걸 첨부해봅니다. MS, 한쇼 버전 다 준비는 했는데.... 파일 위치 옮기지 마시고 압축을 푼 후 그대로 사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