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시행착오와 1번의 완성 - 공동수업안으로 공개 수업하기 1
우리 학교는 지금은 좀 덜하지만 내가 전입을 오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공동 수업안을 짜는 문화가 있다. 올해 3학년을 맡고 드디어 교내 공개수업을 하는 시즌이 되었고 공동 수업안 작성에 돌입했다.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았던게 한참 주제통합활동을 하던 와중이라 주제 통합에 필요한 교과(국어, 사회, 음악, 미술) 외에는 다 시기에 맞지 않았고 다른 과목의 차시를 억지로 끌고 오기에는 좀 부자연스러워서 결국 궁리를 하다하다 사회과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단원: 3학년 2학기 2. 시대마다 다른 삶의 모습
성취기준 |
주제 |
차시 |
차시별 주요 학습 내용 또는 활동 |
[4사02-03] 옛사람들의 생활 도구나 주거 형태를 알아보고, 오늘날의 생활 모습과 비교하여 그 변화성을 탐색한다. |
단원 도입 |
1/15 |
단원 학습 내용 예상하기 |
(1) 옛날과 오늘날의 생활 모습 |
2/15 |
자연에서 얻은 도구를 사용하던 옛날의 생활 모습 알아보기(석기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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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던 옛날의 생활 모습 알아보기(청동기, 철기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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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
농사 도구의 변화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 모습 알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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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
음식과 옷을 만드는 도구의 변화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 모습 알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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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
사람들이 사는 집의 모습 변화 알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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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
집의 변화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 모습 알아보기 |
여기까지 결정하고 어딜 할지 교과서를 꼼꼼히 살펴봤는데 답이 안 나왔다. 선사시대 도구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도구까지 대강 훑고 집의 발달도 보고 하는 좀 거창하고 감 안오는 내용의 연속인지라 어찌할 것인지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그렇다고 그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세시풍속에 맞는 놀이를 하자는 의견을 수용하기에는 교내공개수업이라는 점이 약간 걸렸다.(학부모 공개 수업이라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그렇다고 농사도 안지어본 어중간한 도시인간들에게 농사도구를 가르칠 수도 없고, 집을 하자니 더 답이 없어서 결국 <음식과 옷을 만드는 도구의 변화>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우리 학년 선생님들의 표정이 다들 썩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틀 후 다시모여서 이야기를 해 봤지만 진전이 없고 답답해서 교과서를 뒤적이다가 번뜩하는게 있어서 한번 물어봤다. "자기들 시루 본적은 있어?"
역시나 내 예상처럼 나를 제외한 세명 모두 시루를 실물로 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시루의 원리조차 모르는 상황. 아~
그러다 갑자기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 '죽이되든 밥이되는 체험을 시키자'
모두들 여기에 동의해서 수업안에 가속도가 붙었고 결국 <동기유발>-<학습문제수립>-<학습지로 시기에 따라 도구 분류하기>-<체험하기>-<퀴즈로 정리하기>순으로 수업을 하자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체험은 뭘로 할지 또 끙끙거렸다. 그래서 나온 안이
1) 불 피우기를 하자: "불이 나면 어떻하죠? ", "그렇게 쉽게 불 안나? 팔 아파 죽을 걸"
2) 돌을 갈아보자: "이거 어느 세월에 갈아?", "무릎이 먼저 나가는거 아냐?"
3) 미니 절구로 찧어보자: "마늘 냄새가 장난아닐텐데요?", "어떻게 되겠지."
4) 바느질을 하자: "나도 서툰데.", "찔려서 피나면 수업 끝나는 거 아냐?"
5) 기타 등등...
결국 아이들의 실패를 상정하고 시간의 제약과 현대의 도구와의 비교를 위해서 미니 절구로 뭔가(견과류)를 다져보는 걸 선택하고, 밝은 표정으로 자료 준비에 나섰다. 유튜브 신의 도움으로 시루와 가락바퀴를 사용하는 장면까지 영상으로 잘 갈무리해서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보여주니 전부 OH~~~. 사전협의에서 4학년 선생님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취지는 괜찮다는 말에 반쯤 힘을 얻었다. 이후에는 혹시 미니 절구가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학부모에게 문자를 보내서 겨우 모둠별로 미니절구 하나씩 준비시켜놓았다. 수업 전날에는 마트 휴무일인지도 모르고 갔다가 좌절할 새도 없이 다른 동네 마트로 달려가서 뒤지고 뒤진 끝에 얻은 가장 적절한 견과류(하루 한봉지 먹는다는 그것)와 미니절구를 수배하고, 집에서 미니절구와 믹서기로 한번 실험까지 해봤다. 그리고, 우리 반을 시작으로 3학년 4개 반의 공개수업은 시작되었다.
3번의 시행착오와 1번의 완성 - 공동수업안으로 공개 수업하기 2 ---->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Hajung&wr_id=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