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함께 산화한 나는 논개인가? (feat.공개수업)
때는 바야흐로 5월 말.
동료 대상 공개 수업을 했다. 과목은 수학. 단원은 길이재기. 수업 내용은 단위가 같더라도 길이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고 1cm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다.
작년에도 비슷한 수업을 했는데 애매하게 못한 수업이다 보니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꽤 노력을 했다. 밀짚모자 루피님(?)과 그 일당을 동원한 동영상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수업안을 작성했다는 생각에 약간 뿌듯하기까지 했다. 사전 수업 협의회때도 교감선생님, 연구부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이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는 반응이었다. 수업에 필요한 기술들도 다른 수업 시간에 이미 써먹고 있는 것들을 사용하다보니 이번엔 잘 될거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수업당일.
교장 선생님, 동학년 선생님들 그리고, 같은 학년군의 선생님들까지 총 출동.
1~2학년군 공개수업 중 가장 첫 번째이다 보니 모두 모이셨다. 동기유발도 아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무난히 풀려갔다. 몇몇 나대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1-2-3 매직을 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카운팅을 했고 카운팅하자마자 바른 자세로 되돌아가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공개 수업의 적은 따로 있었으니...
공개 수업 날은 이상하게도 더웠다. 거기다가 미세먼지 경보까지 떠서 창문을 열 수도 없었다. 수업 전에 창문을 좀 열어놓기는 했지만 5교시 수업 시간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체온을 후끈 달아올랐다. 잽싸게 선풍기를 틀었지만 역시나... 아이들의 처지는 모습이 보이고 나도 더위를 느꼈다. 그런데, 우리 교장 선생님도 손부채를 열심히 팔락거리고 계셨다.(교장선생님이 풍채가 좀 있으시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나도 더위로 점점 지쳐갔고 이 결과는 “단위가 같은데 왜 길이가 달라질까?”라는 나의 질문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잘못쟀어요.”, “손 크기가 달라요.”같은 예상 대답은 안 나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몇몇 아이들의 대답으로 간신히 넘겼는데 다음 질문인 “그럼 어떻게 해야 같은 길이를 잴 수 있을까?”에서 절정을 이뤘다. “뼘으로 또 재요.”, “알아서 재요.”, “그냥 선생님이 재요.” 같은 알 수 없는 대답들이 속출했다. ‘아! 내 팔자야.’
하지만 난 위기를 모르는 남자. 계속 질문을 거듭하여 결국 단일한 길이로 재야한다는데 이르기는 했는데 시간을 너무 쓴 나머지 후속활동 시간이 부족했다. 하여간 어찌어찌 수업을 마치고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각자 교실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10여분 후 컴퓨터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아래 그림을 보시라~~
내 수업은 더위와 함께 장렬히 산화했지만 어찌됐건 6월초부터 에어컨을 켤 수 있게 되었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