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학급 규칙 이야기(feat.학급긍정훈육)
dumog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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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01:15
고학년을 하다가 저학년으로 내려오니 힘든 점 중 하나가 토의와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학급규칙을 만드는 여러 번의 시도에 대해 써 보겠다. 나의 학급규칙 변천사는 이랬던 것 같다.
- 독재시기
- 법전시기
- 팔조법&십조법 시기
- 고학년 가이드라인 시기
- 저학년 가이드라인 시기
1. 독재기
내가 곧 법이다. 합리성을 가장한 담임독재가 이루어진 시기다. 즉흥적으로 정해졌고 객관적으로 해야지 하면서도 주관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시기.
2. 법전기
객관적인 규칙적용을 위해 학급규칙을 만들다보니 너무 자세해져서 결국 책처럼 분량이 늘어나는 시기. 나도 힘들었지만 애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소통과 합의를 하려고 시도하는 처음으로 시도한 시기이기도 하다.
3. 팔조법&십조법기
5학년 사회를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그 나라 고조선. 학급규칙을 가볍게 만들자는 일념으로 8조법처럼 8개~10개 정도만 정한 시기. 5학년쯤 되니 합의가 쉽게 이루어졌지만 좀 딱딱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4. 고학년 가이드라인기
학급긍정훈육(PDC)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규칙이 아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시기. 스스로 만드는 활동이다 보니 아이들의 호응도 괜찮은 편이었고 나이가 좀 있다보니 내가 손을 댈 일이 많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글씨들을 보라. 이것이 고학년의 위엄이려니...)
5. 저학년 가이드라인기
초등학생 본연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시기. 바로 지금이다. 저학년이다 보니 중요한 점을 짚어내거나 분류, 통합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5학년에서 2시간만에 만든 가이드라인이 2학년에서는 4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정리되었다.(작년 이야기다.) 2학년에 대한 경험 부족과 5학년처럼 대하려던 시도로 인해 굉장히 힘들게 합의를 했었고 그 합의를 지키게 하는데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에 학기초에 상당히 지쳤다. 그렇지만 이런 실수를 통해 배운 점이 있었고 올해는 같은 2학년이지만 쉽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첫째,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도록 관찰하는 기간을 설정했다. 2주 정도 기본 규칙 외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야기하고 기록해 두었다. 그렇게 2주를 지내니 우리 반에 필요한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뿐만아니라 아이들도.
둘째, 가이드라인 작성에 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사용했다. 말이 좀 안되더라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때문인지 아이들이 가이드라인을 바라보는 태도가 좀 달랐다. 다른 때 잔소리하는 건 흘리다가도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이야기하면 잘 먹혀 들었다.
셋째, 예를 들어 주었다. 대개 초등학생의 특징은 예를 들면 그걸 따라서 하려고만 한다는 점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그래도, 저학년은 예를 들어주는게 아무것도 없이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욕하지 말아요."라는 의견을 "바르고 고운 말을 써요."가 어떻겠냐고 물어보는 식으로.
넷째, 답이 안보인다 싶으면 아이들의 동의를 구하고 내가 직접 나섰다. 작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게 했는데 정말 지리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물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고, 아이들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쉽게 수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완성 전에 수정할 부분을 다시 물어보면서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저학년은 손글씨도 내가 써야 한다. 아~ 귀찮아 ㅜㅜ 2학기에는 지들보고 글씨도 써 보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