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과 화해의 시간 2부 - 나의 상처 고백하기
작년에는 '상처받은 영대(혹은 신비 또는 구두리)' 활동을 하고 학급 규칙을 확실히 했다는 점에 만족했다. 그런데, 올해 이 활동을 하고 나니 웬지 화장실 갔다가 뒷처리 제대로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역시나 우리반 VIP분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다 털어보자는 결심.(아...또 무덤을 파다니 ㅜㅜ)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긴 한데 고민을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해주면 더 좋아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아이들에게 한 번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해보자고 설득했다. 뭐 설득까지는 할 것도 없이 전부 다 찬성을 하는 바람에... 쉽게 쉽게~
그리고, 원칙을 세웠다.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올해 3학년이 되어 상처받은 일을 모두 이야기 한다. 3학년 때가 아닌 일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2. 우리 반 안에서 있었던 일만 이야기 한다. 다른반과있었던 일은 따로 이야기 한다.
3. 이야기를 들어주고 절대 반론은 하지 않는다.(싸우자고 하는게 아니니까)
4. 들은 이야기는 우리 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5. 여기서 이야기 한 상처는 최대한 치유해보고 이야기 하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나중에 뒷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렇게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냥 이야기하긴 힘드니 일단 적어보라고 종이를 주었다. 일종의 생각할 시간. 그리고, 원으로 둘러 앉아서 고백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이야기 방식은 회복적 생활 교육의 써클활동을 썼다. 다 볼 수 있게 원으로 둘러앉고 토킹스틱(말할 수 있는 권리를 표시하는 물건)을 든 사람과 사회를 보는 선생님만 이야기하도록 했다. 한바퀴 돌아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두번째 바퀴를 다시 돌면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말하도록 했다.(물론 두번 째 바퀴에서 이야기 할게 없는 사람은 '통과'라고 말하고 넘어가도록 했다.) 그리고, 난 데이터 성애자답게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열심히 입력했다. ^^;
원래 내 예상은 생각하는시간 5~10분에 30분 정도 이야기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일단 한번 고백이 시작되자 봇물처럼 상처가 흘러나왔다. 놀렸다, 때렸다, 욕했다 말고도 별 일이 다 나왔다. 몇 가지만 적자면
- 여자애를 남자애가 남자같다고 해서 상처받았다.
- 점심 시간에 놀자고 해 놓고 먼저 교실로 가 버렸다.
- 먹을 걸 사준다고 해놓고 안사줬다.
- 자기는 귓속말을 하면서 나한테는 하지말라고 한다.
- 내 물건을 멋대로 분실물 센터 상자에 넣어버렸다. 등등
처음에는 좀 웃겼는데 차차 '단순해 보이기는 해도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만 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듣는 애들의 표정을 보니 점점 진지해지는게 느껴졌고, 누가 많은 상처를 주는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아이들의 삶의 방식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데이터의 위대함이란. ㅎㅎ) 그렇게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이제 사과와 화해를 위한 몸짓이 시작되었다.
고백과 화해의 시간 1부 :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Hajung&wr_id=29
고백과 화해의 시간 3부 :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Hajung&wr_id=32
고백과 화해의 시간 4부 :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Hajung&wr_id=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