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잔머리 01 -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기
슬슬 더워지던 지난 6월 난 큰 결심을 했다. ‘그래, 우리 지구인 녀석들에게 공짜로 아이스크림 한번 먹여주자!’ 그게 가능한 게 우리학교가 독서교육을 특색으로 잡고 한 달에 저학년에서 한 반, 고학년에서 한 반씩 도서관 이용 우수 반에게 간식을 쏘고 있었다는 것. 큰 행사들도 다 끝나고 책 읽기도 장려해 볼 겸 도전하기로 혼자 결정했다.
그리고, 학급 협의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로 결정했다.(물론 간식을 먹자는 소리는 안 했다.) 그런데 2주 정도 지켜보니까 빌리는 애들은 잘 빌리는데 안 빌리는 애들은 죽어도 안 빌리고, 빌리는 요일을 정했더니 연체되서 못 빌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느끼고 난 재빠르게 머리를 돌려보았다. 왜 안 빌릴까? 안 빌려도 아침 독서 시간을 버틸 수 있나? 등등...
그리하여 나온 결론.
1. 학급 문고가 너무 많네. 학급 문고로 가져왔던 개인 도서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야겠다.
2. 쉬는 시간에 빌리는 건 어렵구만. 아직 자발적이지 못한 지구인 분들을 고려해서 빌리는 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일률적으로 빌리게 해버리자.
그리고, 바로 실행해 옮겼다. 책은 돌려보냈는데 문제는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것. 수업시간에 데려가자니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쉬는 시간에 가자고 하면 싫어할 거 같고. 뇌 속에서 무수한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끝에 나온 꼼수. <2교시 종료 10분 전에 가기> 일주일에 수업 시간 10분만 짬을 내서 책을 반납하고 고르라고 하면 일단 수업을 안하니까 좋아한다. 그리고, 10분내에 못빌리고 종이 울리면 그 후로부터 한 20분 정도가 쉬는 시간이니 “잘 빌려와~!”하고 올라오면 이 녀석들은 하던 일을 마져하고 올라오게 되니 일석이조.^^;
결국 7월에 우리 반은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다. "2학기에도 많이 빌려보자."라는 말과 함께.
역시 공짜가 좋더라~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인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