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과 화해의 시간 1부 - 상처받은 신비(feat. 학급긍정훈육)
우리 반 녀석들은 수시로 누군가를 놀리고 무시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한다. 다 우리학년 VIP를 모아놓은 죄라고 생각하기엔 좀 심했다. 그래서, 기회를 엿보던 중 서로 놀리다가 다툼이 발생했다. 목표를 포착한 난 바로 미션에 돌입했으니...
바로 '상처받은 신비'. 원래 학급긍정훈육(이하 PDC)에서 '상처받은 영대'라는 이름의 활동인데 영대라는 캐릭터를 그리기에는 너무 귀찮아서 애들이 좋아하는 <신비아파트>의 도깨비 신비로 대체하였고, 내용도 일부 바꿨다. 그리고, 이 활동을 시작으로 장장 2주간에 걸친 고백과 화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상처받은 신비'는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 한장이면 한 시간동안 재미있고 아이들을 옭아맬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 ^^;)
'상처받은 신비' 활동은 짝끼리 같이 해보도록 했고,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신비 맞이하기 - 아이들에게 친숙한 신비를 반갑게 맞이한다.
2) 신비에게 상처주기 - 상처를 주는 말을 생각하고 신비에게 그런 말을 한다. 한 번 말을 할 때 마다 신비를 조금씩 구기고, 결국 완전히 구겨질때까지 계속한다.
(5분이라는 시간을 주고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아무거나 해보라고 했다. 이 말이 헬게이트를 여는 열쇠가 되었고, 5분간 우리반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ㅡㅡ;)
3) 신비 마음을 위로하기 - 상처를 분 신비와 다시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위로할 만한 말을 찾아서 말해 준다. 이때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구겨진 신비를 조금씩 편다. 완전히 펴질 때까지 계속한다.
(작년에 우리반이었던 애들이 있었지만 그때는 내가 시범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고 올해는 아이들이 직접하는 활동이라 눈치를 챈 것 같으면서도 열심히 했다.)
4) 신비를 원래대로 만들어보기 - 원래의 모습과 비교한 후 원래대로 만들 수 있는지 한 번 해본다.
(원래의 빳빳한 모습으로 만들어보라고 3분을 주었더니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뭐 이럴 줄 알았지만 이 녀석들은 거참...)
5) 신비의 첫 모습과 비교해 보기 - 첫 모습과 비교하면서 한번 받은 상처는 계속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신비에게 상처를 준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본다.
이렇게 활동을 끝났다. 지금까지 "바른 말을 해라", "친구를 존중해라"라고 일장 연설을 하던 것에 비하면 한 10배는 나은 효과를 보여주는 활동이었다. 그리고, 상처받은 신비는 함정카드가 되어 언제나 신비가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학급 규칙 몇 가지가 완벽하게 확립하고 지켜나가는 도구가 되었다.
-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기 / 바르고 고운 말 쓰기 / 친구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기
(이제 남은 2018학년도를 함께 할 상처받은 신비가 제자리를 찾았다. 틈틈이 보여주고 경각심을 일깨워 줘야겠다.)
( 이 활동을 시작으로 2주일간 난 스스로 무덤을 팠다가 덮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덤을 파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백과 화해의 시간 2부 :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Hajung&wr_id=31
고백과 화해의 시간 3부 : https://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Hajung&wr_id=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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