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쉽다(프로그램 수업 1)-R과 함께하는 슬로리딩
몇 년전 석사과정에서 교수님이 알려주셨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R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는 저게 뭔지도 몰랐고 나 같은 문돌이가 무슨 저런 신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겠냐는 자조적 생각에 배움의 끈을 내 스스로 놓아버리고 장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흘러 R은 엄청 많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고 이번 학기 R을 배우고 이를 학교 수업에 적용해보았다.
R은 무료 프로그램으로 위에 있는 로고처럼 생긴 아이다.
요건 무엇이냐? 요건 파이썬이라고 하는 것인데, R과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참고로 아이들은 이것을 더 많이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럼 이제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꺼냐? 어울리지 않게 학생 독서 및 작문에 관심이 있어 몇년 전 EBS 다큐프라임(모 선배가 EBS가 재밌어지면 나이든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벌써...) 에서 다뤘던 슬로리딩에 대한 책을 참고로 수업 설계를 했다.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슬로리딩은 말 그래도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READING과 VIEWING의 차이점이 뭘까? 우리 아이들은 한 달에 10권의 책을 읽기도 하고 20권의 책을 읽기도 한다. 초등학교는 더욱 큰 숫자의 독서량을 자랑할 것이고 다독상 등을 통해 이런 문화를 장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 책들을 아이들은 읽은 것일까? 본 것일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의 내용을 머릿속 깊이 그리고 마음속 깊이 체득하는 대화의 시간이라 하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것은 단순히 책을 보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에서 다큐멘터리는 시작한다. 실험에 참가한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를 사용할 국어 교재로 오른쪽의 책을 선정한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의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은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하고 반영론적 관점에서 학생들이 활동하기도 좋을 것 같아 학생들과 선정했다. 선정 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R 프로그램을 통해 박완서의 작품 7편의 긍정어, 부정어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막대 그래프가 짧은 세 편은 단편소설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긍정어가 많은 편에 속함을 알 수 있었다. 이에 학생들과 상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기로 하였다. 다음 작품으로는 후속작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선정, 1학기에 한 권, 2학기에 한 권의 책을 읽기로 하였다.
다음으로 한 것은 R을 향한 학생들의 관심 유발이었다. R은 <워드 클라우드>라는 기능이 있다. 쉽게 말해 글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인데, 영어는 쉽게 구현되는 반면 국어는 불용어(조사 등) 처리가 까다로워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현재 중2는 15세로 새로운 것에 대한 습득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그래도 한 번 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해보았다. 다행히 학생들이 텍스트 위주의 국어 수업이 아니라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디지털과 국어의 만남은 향후 가능성이 많은 분야임을 알게 되었다.
이게 <워드 클라우드>이다. 학생들에게 손쉽게 설명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글에서 <워드 클라우드 생성기>를 검색하면 바로 사이트가 나온다. 그 사이트에 아무 글이나(물론 글자수 제한이 있다.) 넣어서 생성해달라고 버튼만 누르면 짜잔 하고 위 그림같은 클라우드가 나온다. 위 그림은 <싱아> 책을 읽은 학생들의 서평을 실제로 넣어본 것인데, <또한, 위해>등과 같은 불용어가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불용어 처리를 해주면 더욱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워드 클라우드>의 장점은 그 글을 다 읽지 않더라도 어떤 단어의 빈도가 많은지를 통해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불용어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다.
위 두 사이트는 중앙교육연수원과 하나고등학교 홈페이지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러한 사이트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워드 클라우드>가 등장한다. 학생들에게 이런 식으로 연계시켜 현재 우리 삶 속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그림은 <싱아> 불용어 처리를 끝낸 <워드 클라우드>이다. 학생들을 보여줄 목적으로 일부러 크기를 크게 하였으며, 단어 수를 많이 하였다.
이 그림을 본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엄마, 오빠, 숙부, 할아버지"등 가족 대부분이 등장하는데 "아빠"의 등장빈도는 상당히 낮다.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뷰잉이 아닌 리딩을 끝낸 아이들이 한 두명 대답한다. <아마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에 글로 구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맞다. 박완서는 아버지의 이른 사망으로 인해 조부의 손에서 크게 된다.
<워드 클라우드>를 통해 학생들에게 유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주의집중을 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