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안합니다] 보고싶은 아이들에게
보고 싶은 우리 반 친구들에게.
학교 운동장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어.
송이 송이 탐스러운 꽃을 볼때면 선생님은 너무 어색해.
지난 10여년 동안 선생님에게 3월 말은 너무 지쳐서 꽃을 제대로 잘 못보는 시기였어. 이맘 때는 활짝 핀 꽃을 볼 새 없이 바쁘고 꽃이 지는 걸 볼때 즈음에야 '아, 드디어 3월이 지나갔구나.'하고 숨을 돌렸거든. 이 시기에 교실에 덩그라니 나만 있는게 너무나 어색하다.
그 동안 선생님은 너희들 없이 학교에서 너희들과 관련된 일을 했어. 교실에 독서 공간도 마련하고, 학습준비물도 구입했고, 청소용품도 구입했어. 올해 프로젝트는 뭘 해볼까? 온 책읽기는 뭘 해볼까? 좀 더 의미있는 학습이 되려면 뭘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하고 선생님들과 회의도 많이 했지. 선생님이 2주 동안 매주 생활 안내를 클래스팅에 올렸지? 같이 읽으면 좋은 책들도 올리고. 그냥 훅 보고 흘려버릴지 모르지만 선생님은 일주일 내내 고민해서 자료 찾고 회의해서 만든거야. 너희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어.
너희는 없지만 학교에 학생이 없는건 아니야. 선생님은 학교 긴급 돌봄에 들어가면서 1,2,3학년 동생들을 돌봐주기도 해. 동생들을 보다보면 너희들이 더 그리워. 돌봄 말고 수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해.
저번 주에는 부모님과 두 번째 통화를 했어. 너희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지.
누군가는 우리 반이 아싸들이 모인 반이어서 좀 그렇다고 했다고 하더라. 4학년 때 선생님들이 우리 반 친구들 다 착한 친구들이라고 했거든.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것과 너희들이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 조금 속상하긴 했는데 괜찮아. 누구 못지 않은 즐거운 반 만들어 줄 자신이 있으니까!
이번 주에는 너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 지난주에 부모님과 상담하다가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즐거웠어. 만나지도 않은 선생님이 어색해서 '네' '네' 하고 대답만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신나서 이말 저말 많이 해 준 친구들도 있었지. 사실 선생님도 엄청 어색했어. 학생들과 전화로 이야기하는게 나도 익숙하지 않거든. 하지만 내가 어색해하면 너희들은 더 어색할태니 꾹 참고 엄청 밝게 이야기 했어.
선생님은 제안하는 친구들을 좋아해. 교실을 최대한 학생들에게 주고 싶어. 부모님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과연 우리 반 친구들과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어. 사실 선생님의 지금 최대의 고민은 멀리 있는 너희들과 어떻게 좀 더 가까워지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거거든.
선생님 책상에는 너희들 1학년 때 사진이 들어있는 사진 명렬표가 있어. 부모님과 이야기 할 때면 그 사진을 보면서 이 친구가 어떻게 컸을까 궁금해 하기도 하지.
이거 있잖아, 조금 느끼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오래된 첫사랑을 계속 그리워하는 기분이야.
너희들 없는 학교가 얼마나 생기가 없는지 요즘 절절하게 느끼고 있어.
보고 싶다. 우리 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