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선생되다 1. 학교 빼먹기
[인트로]
아이들의 나쁜 짓이 자꾸만 이해된다.
'요즘 애들 왜 저러나.' 싶다가도
'내가 더 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 그러던 애가 선생되서 애들한테 잔소리하는 거 보면 참...'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숨겨놓은 나의 마음을 글로라도 끄적여본다
학부모님이 '어머, 우리 선생님이?'하신다면
그래서 아이들 마음을 더 이해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보겠노라고 변명이라도 할 심산이다.
나는 중학교 내내 성적이 좋았다
어른들이 기대하는 공부가 좋아서 공부 하는 아이는 아니었고,
옆에 있는 친구보단 1점이라도 높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서 공부했다.
공부라도 해야 사랑받는 딸딸아들 둘째딸이라서 공부했다
어쩌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한터라
주목을 심하게 받았고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해서 허리가 휠 정도로 공부했다
그리고, 3년만에 비행을 허락받은 시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내신과 학생부가 모두 마무리된 중학교 3학년 2월.
성적에 온갖 정성을 쏟아붓던 나에게 찾아온 첫 황금기랄까
인성은 바르지 않은데 머리는 좋았던 나는 알아차렸다
나의 모든 행동이 어떠한 곳에도 기록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학교를 빼먹었다
우선 부모님께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등교를 했다
아침 자습시간이 끝나기 5분 전
교무실에 내려갔다
금방이라도 통증으로 쓰러져 요절할 것 같은 얼굴로.
"선생님, 저 배가 아파서."
"알았어."
담임선생님은 쳐다도 안보고 나를 보내셨다.
그때 나는 담임선생님이 메소드 연기에 속은 줄 알았지만
교사가 되어보니 담임선생님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셨을 거다.
'3년 내내 바른 생활하던 쟤가 생기부 끝나자마자 저럴까.' 싶으셨겠지.
내가 종종 아이들에게 느끼는 마음이다.(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하나보다. 다 돌려받는다)
조퇴를 허가받은 나는 탭댄스 출 기세로 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너무 빨리 도착해 어머니가 출근하시지 않으셨다면
마당 구석에 쭈그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출근하시자마자
못다잔 잠을 이어자거나 티비를 보며 킥킥거렸다
친구들은 학교에 있는데,
나는 집에 와 있는 기분
그러니까 재량휴업일이라 교사인 친구들은 다 출근했는데
나만 집에 있는 기분에 비할 수 있을까.
그럼 다시, 교사인 나로 돌아와보자
나처럼 대놓고 학교 빼먹은 아이도
지금은 꽤 착하고 성실하고 따뜻하게 자랐는데(이건 팩트)
나는 왜 아이들이 작은 거짓말이라도 하면
마치 엄청난 일이라도 일어난 마냥 화를 내고 있는가
굼벵이 시절 까먹은 왕굼벵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도 학교가 싫어서
학교 빼먹는 재미에 학교 가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학교를 좋아해주기를 기대하다니
나의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게 틀림없다
나를 제우스 급으로 생각했던 거 아닌가.
학교에 다니고 싶어서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은 없다
나는 하라면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였고
학교는 가라니까 가는,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싫을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아마 같은 이유로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꽤 있을테다
필연적으로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 말이다.
학교를 빼먹었던 경험을 떠올리니
'그 때 그러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학교 빼먹고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좀 더 빨리 누워있었을 뿐이기도 하거니와
직장 다녀보니,
뭔가를 빼먹고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학창시절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에게 학교를 빼먹으라고 종용하는 글은 아닌데...)
글을 적고 보니 아이들이 뭔가를 잘못하면
올챙이적 나를 떠올리며
마치 세상 무너지는 잘못인양 크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지도하는 건 당연히 중요하고.)
나도 잘 커서 선생 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도 잘 커서 각자 몫을 하면서 살아가겠지
언제 사고쳤냐는 듯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연재될 글은, 말괄량이 선생되다 2편, 도둑질하다 수첩으로 두드려 맞기 입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