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세이]13살, 고민.
별로 넓지 않은 교실입니다.
24개의 책상을 놓으면, 모여놀 공간도 없습니다.
천장도 그닥 높지 않죠.
이제는 덩치도 제법 커진 23명의 친구들과
8시 40분부터 2시 30분까지
모여 지내니 갑갑한 마음이 듭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점심시간엔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 혼나기도 합니다
하는 수 없이 강당에 가서 놀려고 하면 저학년 수업 한다고
자주 쫓겨납니다
그럼 다시 공도 던지면 안되고, 뛰어도 안되고, 소리도 지르면 안되는
교실로 향합니다.
하면 안되는 행동인데
자꾸만 공에 손이 갑니다
길지 않은 점심 시간에
그저 마음껏 소리 지르고 공도 차며 뛰어놀고 싶은데
이게 그렇게 큰 욕심인가요
학교는 왜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들 투성일까요
중학교 입학을 앞두니 부모님은 많이 불안하신가봅니다
제가 가려고 하는 중학교는 시험문제가 어렵고
공부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거든요
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중학교 가서 공부 잘 할 수 있을까요?
불안함에 쫓겨 책상에 앉아보지만
요즘은 통 집중이 되질 않네요
왜 공부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니까요
뭐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서 성공해라.' 그런거 아닐까요
딱히 다른 재능이 없으니 공부라도 해야하는데
공부에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학원에서든 학교에서든
해야하는건 자꾸만 많아지는데
하고싶은건 자꾸만 사라집니다
하루 하루 버티는 기분이 듭니다
언제까지 버티면 될까요
대학갈때까지? 취직할때까지?
자꾸만 힘이 빠집니다
선생님께서 되고 싶은 직업을 적어내라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아무거나 적어냈습니다.
선생님께선 '너 그림 좋아하니까 웹툰작가 어때?'하셨지만,
꿈이 그렇게 정해지는 건가요?
이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그 직업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그 직업이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남아있기나 할런지
하나도 모르는 데 어떻게 직업 하나를 골라
그 직업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살아갈 수 있나요
전 13살인데요.
어른들이 꿈을 가지라고 하는 이유는 알겠습니다
그래야 공부할 테니까요
그런데 제 꿈이 '그냥 적당히 벌고 적당히 하고 싶은거 하면서 즐겁게 사는 삶'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여 주실 건가요
'파일럿'같은 멋진 직업을 적어내지 않아도
존중받을 수 있나요
이거 저거 다 답답하고 한숨만 늘어갑니다
하고 싶은 건 없는데 해야하는 것들만 늘고
하면 안 되는 건 많은데 해도 되는 건 없는.
그런 매일 매일에 하루에도 여러 번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해요.
제가 사춘기라서 그런걸까요.
지난 주 금요일에 저희 반 아이들(6학년)과 고민 토크쇼를 진행했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성적에 대한 압박감, 중학교 진학에 대한 걱정,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조언도 함부로 건넬 수 없는 고민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를 향해서 달리는지,
도대체 왜 달리는 지조차 알지 못하는 레이스를 하고 있더라고요.
인생과 꿈, 행복에 대해 노래할 시간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게 이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결되지 못할 고민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해소하지 못해 글로 적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