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세이]고꾸라져서 느꼈던 것들.
"아이들은 나를 좋아할테고
나는 아이들을 아낄테고
딱히 소리 지르거나 화내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 해나갈테고.
고로 나는 꽤 멋지고 유능한 교사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처음으로 고꾸라졌다
이유없이 반항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하나 하나 토다는 아이들이
급기야는 미웠다
인상 찌푸리고
실랑이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교실 속 내 모습이 싫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웃고
적당히 화났다가 적당히 타일렀다가 적당히 혼냈다
날이 좋아서, 이제야 적어보려한다
고꾸라져서 느꼈던 것들.
1. 아이들이 싫어지니 학교에서 시키는 모든 것들이 다 싫더라.
학교 행사든, 뭐든 꽤 열심히 하는 교사였는데
아이들이 싫으니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일만 더 생겨도 짜증이 나더라.
무기력한 교사는 어쩌면 상처가 쌓인 사람일지도.
2.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모든 인간 관계에 적용된다.
교사와 학생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
너무 많이 기대하고, 너무 많이 아끼는 것.
그보다는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히 아끼되 후회없이 가르치는 것.
그게 서로에게 좋은 일일지도.
3. "선생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옆 반 선생님이 되고 싶다.
연구실에서 선생님들이 다독여주셨던 시간.
대신 화내주시고 대신 슬퍼해주시고 대신 속상해주시며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주시던 그 시간.
얼마나 힘이 되던지. 얼마나 감사하던지. 얼마나 마음이 놓이던지.
경력이 쌓이면 우리 연구실 선생님들같은 옆 반 선생님이 되고 싶다.
4. 이런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 중 30%는 니가 뭘해도 널 싫어할거고 40%는 니가 뭘해도 너한테 관심이 없을테고, 30%는 니가 뭘해도 널 좋아할거다.
그런데 교실에서는 30명 중 3명만 교사 말을 안들어도
진이 쭉쭉 빠진다.
학생 100%를 끌어 안아야 하는 교사들은
불안한 외줄타기 선수들이 아닐까.
5. 학생이 교사를 싫어하는 데는 큰 이유가 없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니 내가 싫어했던 선생님 얼굴이 몇 떠올랐는데
왜 그 선생님들을 싫어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표정이 별로라던가(애들 가르치다보면 표정이 엄해지기 마련인데!!).
잔소리를 한다던가(교사는 잔소리하는 게 직업인데!!),
하기 싫은 걸 시킨다던가(교사는 하기 싫은 걸 시키는 게 직업인데!!) 였을거다. 별 시덥잖은 이유.
6. 상처받은 교사에게 필요한 말,
'선생님 잘못이 아닙니다.'
내게 지금 필요한 말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