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수업 요렇게 해보시면 어떠실까요(feat. 이은진선생님, 인디스쿨 콩98 선생님)
[인트로]
방학 때 이은진 선생님의 '인권수업'을 읽고 교사독서토론모임을 진행하면서
인권에 대해 좀 더 의욕적으로 가르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개학하자마자 인권부터 일주일 정도 다루었습니다(6학년2학기 사회에 인권파트가 있죠~)
저는 나름 '인권살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수업의 진행이 허점투성이인데다
책 원작자이신 이은진선생님께서 이 글을 보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지만
혹시나 선생님들께 참고가 될까 싶어 올립니다
전 제 수업에 만족했습니다... 하하.
[본론]
인권살이는 이은진 선생님의 '인권수업' 책 교실인권선언문 만들기 활동(책 118-127쪽) 부분을 기본 골조로 했습니다.
이은진선생님, 좋은 책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인권의 개념 및 세계인권선언에 대해 알기
2. 교실에 필요한 권리 목록 추려내기
3.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 찾기
4. 권리선언문 문장 만들기
5. 권리선언문의 문장 다듬기
6. 권리선언문의 순서 정하기
7. 교실인권선언 선포식 열기
*출처 인권수업 118-127쪽 중
저희반 인권살이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1-2차시
-인권 동기유발 시간! 가짜 학생 인권조례로 도입
인디스쿨 '가짜 인권조례로 수업하기' 글의 가짜인권조례개정안 PPT를 다운받아 살짝 수정하여 활용했습니다. '인권을 모르는 자,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컨셉으로 했더니 아이들의 인권 공부에 대한 의욕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해 PPT 첨부해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인권의 개념 배우기 -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인간의 조건 활동(6-2 사회 교과서 49쪽 인권이란 무엇인지 생각하여 봅시다)
인디스쿨 '콩98'선생님께서 올려주신 글 '1-4. 행복한 삶과 인권 ( 공개수업 - 인간의 조건 )' 활동을 올려주신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뜨거운 반응과 확실한 학습, 인디스쿨은 사랑입니다.콩98선생님 감사합니다.
3차시
-세계인권선언문에 대해 알기(6-2 사회 교과서 51쪽 세계인권의 날이 만들어진 까닭)
교과서와 엠네스티 세계인권선언문 포스터를 활용하여 진행했습니다. 1차시에 동기유발을 확실히 해두어서인지 의욕적으로 포스터를 함께 낭독하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해보도록 했습니다.
-교실에 필요한 권리 목록 추려내기
세계인권선언문 포스터에 적힌 30조항을 출력하여 벽면에 붙여놓은 뒤 아이들에게 교실에 가장 필요한 인권조항에 미리 나누어준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습니다(1인당 4개). 스티커가 많은 것부터 9개의 조항을 추려냈습니다.
(일주일동안)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 찾기(6-2 사회 교과서 52쪽 인권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까닭을 생각하여 봅시다)
지난 시간에 뽑힌 9개의 인권 조항을 벽면에 붙여 놓은 뒤 일주일동안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 각 조항에 붙여 놓도록 했습니다.
4-5차시
-권리선언문 문장 만들기
각 모둠별로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조항들을 나누어준 뒤 포스트잇 내용을 참고하며 우리반 권리선언문 문장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인권수업' 책에서 안내된 대로 '우리 모두에게는 ~할 권리가 있다. 특히 우리는 ~해야 한다(혹은 ~하지 않아야 한다)'를 칠판에 적어두고 문장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권리선언문 문장 다듬기
모둠에서 완성된 문장을 8절지에 매직으로 크게 쓰도록 하고 칠판에 붙이게 했습니다. 완성된 문장을 하나씩 읽으며 수정할 내용에 대해 논의하며 학급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문장을 만들어보려했습니다.
-권리선언문 문장 순서 정하기
1인당 3개씩 스티커를 나누어주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에 투표하도록 했습니다. 투표수가 많은 조항부터 1항까지 9항의 순서를 정했습니다.
6-7차시
-교실인권선언 선포식 열기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제가 조금 더 다듬어서 최종 '교실인권선언문'을 만들었고, 아이들과 선포식을 하고 서명까지 했습니다.
-비쥬얼싱킹으로 나타내고 게시하기
A4용지에 싱킹 맵을 활용하여 9조항을 비쥬얼싱킹으로 나타내고 교실 벽면에 붙여 게시했습니다.
각 차시의 자세한 활동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블로그에도 올리지만, 정리하지 않고 손가락 가는대로 올려서 많이많이 부끄럽습니다ㅠㅠ. 작성해둔 부분에 한해 혹시 필요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 링크.. 올립니다.
1. https://blog.naver.com/geniediary/221343183951 (동기유발+인권의 개념 인간의조건 수업)
2. https://blog.naver.com/geniediary/221344486901 (세계인권선언문 살펴보기+권리목록 추려내기+권리를 침해당한 사례 찾기)
3. https://blog.naver.com/geniediary/221353636022 (교실인권선언문 선포식, 비쥬얼싱킹으로 나타내어 게시하기)
전 제가 진보적인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교사독서모임에서 제가 제일 보수적으로 말하고 있더라구요. 가령 "학생들이 스스로 가진 권리를 알게 되는 게 겁이 나요. 학급 운영하다보면 제가 아이들의 권리를 쪼끔 빼앗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근데 아이들 모두가 자기들 권리를 알게 된다면, 그게 쉽지가 않을 것 같아서.." 이 말 했을 때 짜게 식으시던 모임 선생님들의 표정이 생각납니다.ㅋㅋ
제가 인권 수업을 앞두고 두려웠던 건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선생님! 지금 제 권리 침해하셨잖아요!" 자기 권리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와 불편한 나.
둘째, 우리 아이들이 인권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난 돌이 되지는 않을까. 알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삶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앞선 우려입니다.
인권살이를 끝내고 우리반 인권선언문으로 생활한지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첫번째 걱정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짖궃게 장난하는 친구에게 "나는 자유롭고 평등할 권리가 있어~"라고 하는 아이를 보며 가르치길 잘했다며 기뻐했고, 쉬는 시간을 침범하며 수업하려는 저에게 "선생님, 저희의 쉴 권리를 보장해주세요."라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매 쉬는 시간마다 "너희의 쉴 권리를 보장한다, 쉬어라!"라고 생색 아닌 생색을 냈죠.
그래도 불안했는지 인권선언문의 29조, 30조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별표에 형광펜까지 치게 하며 엄청나게 강조를 했었습니다. 이. 게 가.장. 중. 요. 하. 다. 고. 아이들이 한창 인권단어로 대화를 하더니 지금은 이슈가 좀 지나갔습니다. 일주일만에..ㅠㅠㅋ 그런데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매일 공기가 있으니 갑자기 '공기가 있어 좋다~'하지 않듯이, 내 인권이 보장되는 편안한 시간 속에선 굳이 '인권'이라는 단어를 꺼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인권 얘기 꺼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두번째 걱정, 인권을 알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삶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불편함을 자주 느끼는 게 인권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자주 '모난 돌' 꼬리표를 붙여줍니다.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대학교 가고 돌아보니 '아 그 때 내가 겪은 일이 인권 침해였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찌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그 선생님한테 "선생님, 방금 제 권리를 침해하셔서 제가 불편합니다."라고 말했으면 제 인생 더 불편해졌을 것 같아서요.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하고 그것을 함부로 침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근거를 가지고 당당하게 얘기하라고 가르치면서도 '내가 책임지지도 못 할 말을 내뱉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들은 인권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선생님들의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수업 진행이지만 참고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제 글은 부족하지만 이은진선생님의 인권수업 책과 인디스쿨 콩98선생님의 인간의 조건 수업은 정말 좋았습니다.
CHU~ 천!
[첨부파일]
1. 인디스쿨 콩98선생님 - 인간의조건 수업관련 자료
2. 엠네스티 세계인권선언문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