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과 조언에 대한 우리의 자세
#0. A선생님과 선배 B선생님
A선생님과 같은 학교에 있는 선배 B선생님의 별명은 '모두까기 인형'입니다.
항상 B선생님의 기준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대상이 누구던 간에
단호하게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될때 까지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B선생님은 '좋은 교사란 ~~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A선생님이 하고 있는 행동이 좋은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좋은 말을 많이 하는 B선생님이지만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평판이 좋지 못한 이유는
B선생님은 자신이 하는 말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B선생님이 하는 말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것을 듣고 인정하기 힘듭니다.
#1. 왜 나만 갖고 그래?
바로 전 글에서 말했지만 저는 교사의 인생의 대부분이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어있습니다.
제 옆에서는 누군가가 항상 이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수업에서 000을 하면 안되는데 너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왜 제가 하는 건 다 교육적으로 맞지 않다고 하는건가요?"
그러면 항상 들려오는 대답은 두가지 중 하나였습니다.
1. 너가 좋아하는 거라고 다 교육적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2. 너의 욕심에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아라.
제가 아이들하고 하고 싶었던 것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교실에서 춤추기, 사물놀이, 아이패드 활용 수업, 음식만들기 등 이벤트
춤을 좋아했던 저는 방송댄스가 교육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패드가 교육의 미래라고 생각했기에 했던 수업이 결국 제 이익을 위한 욕심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조언도 비난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끝내는 완전히 귀를 닫아버리게 되더군요.
그 결과가 교실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큰 변화는
'비난과 조언'의 경계에 서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였습니다.
#2. 상대방에 대한 평가와 자존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아니 한방 맞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칭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을 하는 것은 정말 좋은 행동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에 따르면 '칭찬'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칭찬하는 사람은 칭찬받는 사람보다 수직적으로 위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한 단계 더 위에 있습니다.
칭찬은 들으면 기분이라도 좋지만, 싫은 소리는 나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기분까지 나쁘니 두배 세배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난과 조언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하는 말이라도 싫은 소리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조언이 계속되면 그 조언이 나에게 비난으로 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싫은 소리에 바로 다양한 방어기제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자세로
나는 괜찮지만 너는 그러면 안된다며 하는 말은 더 그렇습니다.
상대방을 내가 인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비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굴욕감을 느끼게 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하는 싫은 소리에 무조건 귀를 닫아버리면
앞에서 제가 말한 것과 같이 주변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내 발로 실패라는 구렁텅이에 처박혀도 그것을 알아채기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으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싫은 소리에서 비난과 조언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비난과 조언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
step 1 : 사람은 버리고 말에 집중하기
비난과 조언을 구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비난과 조언의 사전적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난 :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사실보다 부풀려 나쁘게 말함
조언 :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주어서 도움
비난과 조언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비난과 조언은 말 자체를 의미하므로
그것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정말 나쁜 악인이라고 할 지라도 조언을 할 수가 있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예수님 부처님 같은 성인이라고 할 지라도 비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을 하는 주체가 그것을 지키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리고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조언과 비난의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논어에서 유명한 말인
三人行必有我師焉 - 세 사람이 같이 걸어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이 말처럼 누구나 반면교사, 타산지석과 같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알고 있는 것이 비난과 조언을 구분하는 시작이 됩니다.
step 2 : 비난과 조언을 구분하기 - 논리적 오류 찾기
비난과 조언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말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를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선생님이 스마트기기를 수업에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예요. 아이들을 너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요."
이 말은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라는 논리에 대한 근거가 없으므로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런데 그 다음의 전개가 논리적으로 관련이 없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조언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도록 합니다.
"선생님이 지금 갑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에 나가는 것은 선생님이 세운 규칙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학급의 규칙을 세웠다면 그것을 최대한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여기서는 운동장에 나가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근거로 '규칙'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조언에 가까운 말 입니다.
비난과 조언의 경계에 있는 말은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어제 내가 봤는데 선생님 교실에서 아이들이 핸드폰을 하고 있었어요. 교실에서 핸드폰을 마음놓고 쓰게 하면 아이들이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러니 선생님이 아이들 관리 똑바로 하면 좋겠어요."
이 말은 어떻게 보면 비난으로, 어떻게 보면 조언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라며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제가 뭘 또 똑바로 안한다고 그러세요.'라고 되받아치곤 합니다.
여기서 자세히 따지면 '핸드폰을 교실에서 하게 하지 말자.'는 조언이고
'아이들 관리 똑바로 해라.'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므로 비난입니다.
step 3 : 비난 버리기
비난과 조언을 위와 같이 구분하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쉽습니다.
비난은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립니다.
어짜피 상대방은 제가 '그것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상대방은 이미 나에 대한 가치판단이 끝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답정너라는 말처럼 이미 잘 못하는 교사로 결정이 된 상태에서
그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그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 것으로 싸움을 아무리 해봤자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오히려 싸움꾼이라며 평판만 더 안좋아집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그냥 비난은 한 귀로 흘려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이 속편합니다.
비난을 버리는 대신 조언에 집중해 봅시다.
step 4 : 정반합으로 갑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말에 무조건 갈대처럼 휘둘리는 것은
교사로서의 나의 정체성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조언을 무조건 수용하기 또는 거절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조언을 통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내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정반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조언에서 그 말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마치 백분토론처럼 상대방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극복 할 수 있는가?를 따져봅니다.
상대방의 조언이 틀린 조언이라면 그것이 틀린 이유를 명확하게 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조언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조언과 내 생각을 비교하며 내 생각의 헛점을 찾아 상대방의 조언으로 채워가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위험하지 않게 한 단계 성장 할 수 있습니다.
#4. 三人行必有我師焉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은 외롭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혼자 외롭게 지내기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사람이 싫다고 배척하기 보다 내 성장의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상대방도 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뀔 것이고
이런 시간이 조금씩 지나가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조금 더 귀를 열고 상대방의 말에 조금 더 집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