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수업이 부러운 A선생님에게
#0.
A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선생님이 되고자 방학때 수업관련 연수를 다녀 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연수를 다녀왔지만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이나 씁쓸했습니다.
연수를 정말 열심히 하고 왔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문제였습니다.
그 갈증은 내가 정말 열정적으로 연수를 받고 왔지만 내가 열정적으로 배운 내용을 우리반에 활용하기가 겁이 났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이번에 배운 연수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매우 높을 수준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사인 나도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 눈에 보아도 답답함이 느껴지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이런 수업을 하자니 한숨만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수업도 잘 해내는 그 선생님과 교실이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습니다.
'나는 한번을 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이런 수업을 몇 번이나 해내는 그 선생님이 참 대단하고 부럽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니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낮아지면서 A선생님은 차라리 연수를 듣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대단하다'는 칭찬일까?
페이스북에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선생님, 수업을 정말 멋지게 하는 선생님, 교사인데 다른 활동까지 해 내는 선생님등
내 주변에는 없는데 인터넷상으로만 존재하는 대단한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저도 한때는 대단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단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저도 '선생님 참 대단해요.'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정말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목표에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단해요.라는 말을 몇 번 더 들었을 때 저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등 슈퍼히어로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이런 슈퍼히어로들이 나오는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대단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대리만족'입니다.
대리만족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가 해 주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말합니다.
즉 이런 대단한 슈퍼히어로는 일반적인 보통사람들과는 '다른'사람입니다.
앞서 제가 느낀 위화감의 실체는 이것이었습니다.
'대단한 교사는 나와는 다른 교사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면서 대단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할 수록 더 외롭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대단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대단한 수업'이라는 말 또한 칭찬이 되지는 못합니다.
#2. 대단한 교실과 대단한 수업
- 대단한 수업의 예 : ps - 이 수업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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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지역의 수질 환경을 조사한 다음 수질 문제를 연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서
청와대에 민원을 넣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답장이 오고
시청과 공조를 통해 수질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해내고, 이 수업을 한 교실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주목을 받은 상태로 몇개의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마무리짓고 다음년도가 되었습니다.
다음 년도가 되어 이 학생들을 새롭게 맡게 될 선생님은 시작하기도 전에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능력을 뒷받침해주지 못할 것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다른 반 아이들과 똑같이 답답하고, 힘들고 한숨만 나왔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에 있는 대단한 프로젝트도 해 낸 아이들이라 간단한 프로젝트 몇개는 식은죽 먹듯 해낼 줄 알았는데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것이 잘 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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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원인은 '프로젝트 수업의 주체가 누구였는가? '라는 질문으로 갈음 할 수 있습니다.
수질 환경을 조사하자고 학생들을 인솔한 사람 - 교사
수질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 사람 - 교사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준 사람 - 교사
청와대에 민원을 넣어보자고 말한 사람 - 교사
시청과 공조를 하기 위해 움직인 사람 - 교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한 것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꺼내고 그것을 모아 최선의 답을 내면서
성장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교사' 자신입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웠고, 게다가 그 수업에서 잘하는 몇명의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나머지는 방관자로 남았다면
그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 수업이 진정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업이었다면
진심으로 멋진 프로젝트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 수업을 교사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초등학생들이 대한민국에 몇%나 있을까요?
#3. 대단하지 않지만 좋은 수업 하기
전 분명히 말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수업은 절대로 학생들이 해내기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선생님은 학생들보다 많은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꾸준하게 해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노력이 크면 큰 만큼 그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게 됩니다.
학생들이 아무리 잘 해도 교사의 눈높이에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단한 수업을 기획하면 할 수록 교사는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대단한 수업을 꿈꾸기 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업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의 큰 이벤트가 끝나고 상실감과 허무함으로 스트레스 받을 바에는
소소하고 꾸준한 이벤트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100배는 유익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단한 수업을 부러워하는 A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선생님이 하고 있는 바로 그 수업 그것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