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업에 지칠 선생님에게
# 들어가며
얼마전 한 선생님과 1:1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제게 수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열정이 많은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정말 잘 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하면서 프로젝트로 수업을 구상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에 참여 할 수 있는 수업을 구상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해
결국 학생들의 프로젝트가 되지 못하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프로젝트 수업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수업을 이렇게 끌어나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수업을 보면서 그 전에 내가 했던 노력이 부질없다고 후회하셨습니다.
# 1.
제가 20대 중반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차를 직접 몰기 위해 아버지께서는
저를 고속도로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고속도로로 데리고 가면서 한 마디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부터 계기판을 보지 말고 그냥 엑셀레이터를 밟아보아라. 그리고 너가 갈 수 있을 만큼 엑셀을 밟은 다음 더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고 생각 할 때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저는 아버지에게 "이 이상은 도저히 못하겠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때의 속도는 약 110km/h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계기판을 보고 나서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은 110km/h까지는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120이상으로 속도를 올릴 생각은 하지 말고 지금의 속도를 힘들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렇기 위해서는 110의 속도로 스트레스 받으며 유지하기 보다는 일단 90~80정도의 속도로 여유있게 운전을 하면서 운전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남들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더 여유있게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2.
앞에서 몇번 이야기했지만 제가 가장 힘들게 보낸 1년동안 저는 정말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교실에서 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정말 너무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지요.
그래서 이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나서 개인적으로 이 1년은 정말 제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새학기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기도 모자란 2월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새학기 아이들을 맞이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또 새로운 아이들도 제가 어떤 준비를 해 와도 거부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즐겨보던 '타이의 대모험'이라는 만화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1년의 노력은 의미없는 헛고생이 아니라 적어도 나의 교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의 변환은
제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1년간의 몸부림을 통해 제가 알게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한계점이었습니다.
1. 아이들까지 제가 허용할 수 있는 허용선의 한계
2. 제가 수업 시간에 준비 할 수 있는 노력의 한계
3.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집중력의 한계
이 깨달음을 통해 제가 알게 된 수업의 시작은 세 한계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학생들이 꾸준하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업을 유지해야 교사와 학생 모두가 즐겁게 수업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3. 오늘의 수업에 지칠 선생님에게
수업을 잘 하라면 힘을 빼라고 합니다.
그런데 힘을 빼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줘서 무언가를 해 봐야 합니다.
100kg의 힘을 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50kg의 힘은 힘을 뺀 것이지만
힘을 준 경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어디까지가 내 능력인지 모르기 때문에 10kg의 힘도 무겁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한 번 이상은 현실이라는 벽을 느끼게 됩니다.
그 벽이 너무 높아서 넘지 못하면 우리는 '이만 하면 잘 했어'라고 합리화하고 포기하거나
그 벽의 너무 높음에 대해 불만을 표현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벽은 마치 자연재해와 같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늘을 원망해 봤자 태풍이 산들바람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태풍을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태풍에 맞서기 포기하거나 짜증만 내며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태풍을 맞지 않을 곳으로 피하거나 태풍이 와도 무너지지 않도록 대비를 할 뿐입니다.
이제 새로운 학기가가 시작이 됩니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학생, 새로운 교과, 새로운 업무 속에서 우리는 또 오늘의 수업에 지쳐갈 것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하루 하루를 하릴없이 버티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생길 것이고
어짜피 해도 잘 안된다며 포기해 버리는 일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내가 의미없이 버틴 하루가 아닌 내일을 향한 도움닫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오늘 하루를 잘 버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의 수업에 지칠 선생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태풍을 잘 버텨낸 승리자 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뿌듯해 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