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쉬운수업디자인 A to Z 1단계] 재활용수업 1-도구만 살짝 바꾸기
#0. 들어가며
많은 선생님들께서 제게 아이디어가 많다고 칭찬을 해 주시면서 어디서 화수분같이 아이디어가 샘솟냐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도 인디스쿨에서 다운받아서 쓰고, 아이스크림 잘 활용합니다.
다만 필요할때만 제 아이디어를 수업에 담아낼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문득
어떻게 아이디어를 짜내고, 그것을 수업에 담아내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면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업디자인 A to Z라는 이름으로
오늘 수업 뭐하지? 라는 교사의 큰 고민을 함께 덜어내 보고자 이번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1. 표절수업
Listen to my heart라는 유명한 팝송이 있습니다. 이 팝송은 이승철의 소리쳐 덕분에
더 유명해진 곡이기도 합니다.
이승철의 소리쳐가 표절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명확하게 이야기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지금 소리쳐 노래는 이승철의 노래입니다.
수업에는 저작권이 없습니다만
내 수업과 남의 수업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에 무에서 창조된 것은 없습니다.
발견된 무언가와 발견되지 못한 무언가가 연결되면서 새로운 무언가로 확장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재가 아닙니다.
애플같은 First Mover(선도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추격자(Fast follower)가 되어야 합니다
허승환 선생님같은 선도자들을 열심히 추격해서 나만의 수업으로 완성하는 나의 모습을
우리 함께 꿈꿔 봅시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표절을 잘 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남의 수업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스타일에 맞게 살짝 맛만 바꾼 다음
그걸로 우리반 아이들을 풍요롭게 해 줄 수있다면
우리는 훌륭한 Fast Follower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표절수업의 1단계로 도구만 살짝 바꾸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도구만 살짝 바꾸기(기본형)
이 수업은 2017년도 학년 수학 첫차시에 했던 수학수업이었습니다.
이 수업을 진행할 때의 목적은 세자리 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100에 대한 수감각을 키운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1000까지 확장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도구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바둑알입니다. 바둑알을 활용했던 까닭은
모든 바둑알의 크기가 작고 일정해서 아이들이 손에 떠가서 수를 정리하기 쉬워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바둑알의 다음과 같은 특징을 수업에 활용한 셈입니다.
1. 크기가 작다. (한웅큼 쥘 수 있다.)
2.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다.
3. 교실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세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는 도구가 교실에 있다면
수업시간에 바둑알이 아닌 다른 도구를 활용해도 좋은 수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다른 도구는 쌓기나무 입니다.
크기가 작아 한웅큼 쥘 수 있고, 모양과 크기가 같아서 교실에 있으면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습니다.
#3. 고정관념 살짝 바꾸기(심화형)
기존의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살짝 비틀어서 다양하게 도구를 바꿔본다면
교실이 다채롭게 변하면서 깊이 있는 수업이 가능합니다.
수업의 핵심 도구를 이것이 아닌 다른 어떤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줌으로써
도구의 자유를 줌과 동시에 학생들의 참여에 대한 깊이를 더해 줄 수 있습니다.
1) 과학 실험 도구 바꾸기
과학시간에 과학실에 있는 비커나 다른 실험도구를 써야 한다는 것은 선생님들의 고정관념입니다.
아이들이 준비하지 못하는 도구는 선생님이 준비해 주되
아이들이 준비할 수 있는 도구는 학생들이 직접 준비해 오도록 실험을 구성하면
아이들의 생각 확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비커대신 페트병을 잘라서 온도 실험을 하는 것입니다.
온도계는 선생님이 구해주되, 비커는 대용할수 있는 다른 것을 준비해 오라고 했더니
페트병을 잘라오더군요.
페트병을 구해오는 대신 아래 그림과 같이 우유팩을 잘라도 같은 실험이 가능합니다.
2) 양배추 지시약 실험
양배추 지시약 실험은 상당히 유서깊은 실험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때도 양배추로 지시약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산화되었다 환원되는 과정에서 색이 변하는 것을 활용한 실험인데요.
안토시아닌만 있다면 양배추가 아닌 다른 어떤 식물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양배추대신 다른 식물을 활용해 지시약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래 사진들과 같이 정말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것을 함께 보면서
실험의 깊이를 조금 더해 갈 수 있었습니다.
#4. 마치며
도구만 살짝 바꿔보는 것은 신라면을 진라면으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같아도 도구가 바뀌면 그 맛이 다양해 집니다.
수업레시피를 우리반에 맞게 살짝 바꿔보면서
내 수업을 한다는 재미를 조금 더 느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