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감이 있는 교실 - 2. 래포 : 쿨하지 않은 교실되기
1. 통제, 관계 그리고 래포
통제란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또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억제하거나 지휘하거나 결정하는 권력의 행사를 말합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교실에서 조용하게 하도록 하는 것, 청소를 하도록 지도하는 것 모두가 일종의 교실에서의 통제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선생님이 교실의 상황을 선생님의 의지대로 통제한다고 느끼게 되면 될수록
학생들의 자유의지에 대한 욕구가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이 하고 있는 잘못을 선생님이 고쳐주려고 하면 할 수록 그것을 반발하게 되어 교실이 더욱 엉망 진창이 됩니다.
여기서 선생님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청소를 잘 하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1) 학생들에게 청소를 깨끗하게 하도록 구석구석 지시를 하면 그것을 학생들은 잔소리로 여기게 됩니다.
2) 선생님이 이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학생들은 점점 더 청소를 안하게 되어 교실이 난장판이 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 봉착하면 할 수록 더욱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자세히 살펴보면 이 상황에서 한 가지 이상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과연 ‘선생님 혼자’는 아니일텐데,
교실을 깨끗이 하라고 하는 것은 선생님 혼자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왜 가만히 있는 것일까요?
아마 다음의 보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1) 선생님만 우리 교실이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2) 나는 이 친구와의 관계를 이런 ‘사소한’일로 깨고 싶지 않다.
3) 어짜피 선생님이 깨끗하게 하도록 이야기 할 것이다. 내가 피곤하게 간섭할 일은 아니다.
4) 교실의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5) 이 친구는 나와 남이다.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엮을 수 있는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이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그 친구와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느끼거나
그 친구와 관계를 느끼지 못하는 타인이라고 생각이 되면
교실의 문제 상황을 그냥 무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생님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학급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래포’가 필요합니다.
래포란 상호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즉 내가 느끼는 문제를 직접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해도 ‘관계’가 어색해지지 않을 만큼 서로를 공동체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이 친구가 느끼는 문제를 공감해 줄 수 있을 만큼 서로의 관계가 형성이 되어야만
비록 모두가 만족하는 교실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이해해 줄 수 있는 교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 쿨하지 않은 교실되기
쿨하다는 Cool에서 나온 신조어입니다.
여러 의미가 내재되어있지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필요 이상의 감정 소비는 바보짓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불처럼 사귀다가 쿨하게 헤어졌다.’
이 말은 해석하면 ‘두 사람이 만나서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다가 어느날 크게 감정소모하지 않고 헤어지기로 했다.’가 됩니다.
그런데 이말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두 사람 모두가 엄청난 감정의 편차를 넘어야 합니다.
마치 성인과 같은 마음으로 엄청나게 사랑하다가 어느날부터 호수와 같은 마음으로 상대를 볼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것이 가능할까요?
그러므로 이 두사람은 아마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됩니다.
1. 정말 감정의 소모가 심하지만 ‘거짓’으로 괜찮은 척을 한다.
2. 실은 엄청나게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거짓’으로 사랑한 척을 한다.
어느 것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둘 다 자신의 감정을 ‘거짓’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A가 B에게 심한 욕을 하면서 때렸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본 C라는 친구는 ‘쿨하게’ 그 장면을 보고도 지나가버립니다.
그래서 이 사정을 알게된 선생님이 A를 혼내다가 C를 불러서 혼을 냅니다.
그러자 C가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왜 내가 혼이 나야하나요? 라고 따지기 시작합니다.
A는 분명히 잘못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고쳐주어야 합니다.
C가 A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A보다 힘이 약해서 자신이 맞을까봐 겁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C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C는 B가 맞는 상황을 ‘쿨’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쿨 할 수 있는 까닭은 B는 C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B와 c가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에 c는 이 상황에서 쿨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b와 c가 단짝친구라면 그 상황에서 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그 상황에서 친구를 돕지 않고 지켜보았을 수도 있지만 내재된 양심의 가책은 충분히 느꼈을 것입니다.
이처럼 쿨냄새가 진동하는 교실은 좋은 교실이 될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를 맺지 않은 교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교실에서는 어떠한 것도 내 일처럼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내일처럼 받아들이고 움직일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실 내의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 서로에게 래포가 형성되고 교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될 때
그 교실의 모두가 스스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스스로 움직일 때 그 교실에는 통제감이 생겨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