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쉬운 수업디자인 1] 3개의 교실, 3명의 선생님, 그리고 3개의 수업
1. 수업 대 수업 - 3인 3색 수업 바라보기
지금 에듀콜라 사람들은 3년전 6학년 담임일때부터 알게된 소중한 인연들 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도 그때 6학년 담임선생님을 하던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학년에 한 반 밖에 없는 선생님이었지만
마치 동학년 협의회를 하듯 블로그를 통해 서로 보고 보완하고 발전해가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수업이 6학년 2학기 사회인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입니다.
하루는 같은 차시인데 이렇게 다른게 참 재미있어서 수업을 비교하는 블로그 글을 하나 썼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국민의 권리라는 같은 주제의 3개의 수업을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1) BK의 수업
https://blog.naver.com/irian926/220470959382
저는 다음과 같이 칠판에 내가 갖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적어보게 했습니다.
이때 권리와 의무를 ‘나를 위한 권리’와 ‘우리를 위한 권리’’나를 위한 의무’와 ‘우리를 위한 의무’로 나누어서
칠판에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교과서에 있는 국민의 기본권과 연결해서 수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국민의 의무와 권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히 갖고 있거나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권리와 의무는 서로 상반된 것이 아닌 상호 보완해 가는 것임을 일깨워주고자 했습니다.
2) 김연민 선생님의 수업
http://akmassam.tistory.com/143
김연민 선생님은 학급에서 학생들의 권리를 찾아보기로 하고
‘나는 우리반에서 어떤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거나 누릴 수 없는가?’를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교실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함께 알아가며
교실 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이 국민의 기본권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3) 이은진 선생님의 수업
https://blog.naver.com/thecall1/220467694137
이은진 선생님은 여러 가지 권리의 이름을 알고 그 권리가 나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권리를 칠판에 정리한 다음 (예 : 교육을 받을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등)
그 권리 중 나의 마음에 와 닿은 권리 1가지를 정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써 보게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에 표시했고,
그 이유는 내가 지금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들을 포스트잇에 담았습니다.
2. 수업에 대한 관점이 수업의 방향을 정한다.
이 수업들은 같은 주제의 수업이므로 얼핏 보면 비슷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 것 같아 보입니다.
수업의 흐름도 비슷하고, 사용한 도구와 방식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같은 수업인데 무엇이 다르다고 하는거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차이점은 그 목표를 보는 교사의 관점으로 발생했습니다.
저는 권리와 의무를 따로 떼어내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호작용으로 생각하여
권리와 의무를 한데 모아서 연결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김연민선생님은 이것을 교실상황으로 한정시켜 교실에서 서로가 가져야 할 권리를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수업을 구상했습니다.
이은진선생님은 나는 다양한 권리를 갖고 있고, 그 권리 중 무엇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가를 느껴보기 위해
다양한 권리를 이해하게 하고, 그 권리 중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도록 수업을 구상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진행 방식이지만 이 수업이 잘 마무리 되었다면
가장 큰 차이는 수업 후에 학생들이 느낀 감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6하원칙에서 “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제가 전에 이 글을 썼던 것은 이런 점까지 보고 썼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보이는 차이점은 수업에 대한 선생님의 관점을 본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기술적인 방법, 도구적 방법만 보고 포스트잇이 좋느냐, 화이트보드가 좋느냐를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유기적으로 학생들이 움직이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그렇게 하도록 노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수업은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어떻게 하면 잘 흘러갈 수 있는가를 중점으로
수업을 하고 수업 후기를 블로그에 썼습니다.
그 결과 저는 저 글을 썼지만 진짜 저 세 수업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차시의 학습목표가 단순하게 ‘국민의 권리’를 안다는 것이라면
애써 저런 식으로 수업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5대 권리를 적어주고 그것을 외우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 명의 선생님이 각자 다른 수업을 한 까닭은
그 학습목표를 선생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학생들이 그 관점을 함께 바라보도록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6하원칙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입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눈으로 드러나지만 딱 하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지워지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왜?”입니다.
이 수업을 왜 하는가? 라는 말은 다시 말해 ‘이 수업을 나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뜻합니다.
이것을 알고 있다면 어떤 도구를 활용하거나,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 교실은 좋은 교실이 될 것이고,
이것을 모르고 있다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교실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운이 좋게 잘 되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4. 마치며
사람들이 수업디자인이라고 하면 엄청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업디자인은 거창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학습목표를 어떤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교실의 학생들에게 풀어나가면
그것이 바로 수업디자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