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방식으로 연결하기 - 왜 난 00선생님처럼 안되는 걸까?
0. 들어가며
(오늘의 글은 100% 픽션입니다.)
김연민(가명) 선생님은 요즘 진짜 고민이 많습니다.
요즘 정말 많은 선생님이 블로그 또는 인디스쿨 등을 통해 선생님의 수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재미있는 수업이 잘 정리된 책도 참 많지요.
하브루타, 거꾸로교실, 스마트교육 등 최신 수업방법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 수업들을 보면 정말 멋지고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 부럽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잘 좀 가르쳐보고자 우리반에 한 번 적용해 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블로그나 책에서는 정말 멋지게 보인 수업이
우리반만 오면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런데 한 두번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이상하게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아이들도 참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연민(가명) 선생님은 내가 능력이 부족한 교사라는 자괴감에 오늘도 잠못드는 밤이 지속됩니다.
1. 누구한테 쉬운 수업이야?
제가 얼마전 블로그에 올린 하나의 수업을 살펴보도록 해 봅시다.
http://blog.naver.com/irian926/221133825696
이 수업은 책주소 - 책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라는 이름의 수업입니다.
학생들이 책 속의 인물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마치 원피스 만화의 현상수배 전단지처럼 구성해 보도록 기획한 수업입니다.
이 수업을 유기적으로 하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수업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읽을 책을 고르고 교과서에 있는 소개 표를 정리한다.
2. 책을 고르는 중 주인공이 나온 부분을 핸드폰으로 찍는다.
3. 찍은 사진을 출력해 나누어 준다.
4. 나누어 준 사진을 A4용지에 붙이고 인물 소개 신문으로 완성해 본다.
그런데 이 수업이 보기 좋아서 실제로 해보려던 김연민(가명)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다가 큰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김연민 선생님이 컴맹이라서 핸드폰에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출력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 이리저리 고민하는 도중에 아이들이 하나 둘씩 집중력을 잃어가서
결국 블로그에 있는 것처럼 사진이 들어간 멋진(?)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김연민선생님은 BK선생님에게 따지기 시작합니다.
“아니 왜 쉬운 수업 레시피라고 올렸는데 이따구로 어려워요?”
2. 레시피는 진짜 있을까?
앞에서 저는 창의성과 연결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http://blog.naver.com/irian926/221132857843
이 글을 관통하는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글에서 말한 요지는 창의성은 두 점을 나만의 방식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연결한 수업을 창의적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한 것이 수업 레시피 입니다.
위의 수업 레시피는 제 수업을 4줄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수업 레시피는 위의 그림처럼 그 궤적을 모두 보여준 것이 아닌 다음과 같습니다.
선은 무수한 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 점의 궤적을
몇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BK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는 방법을 적지 않은 것은
그것은 학생의 배움과 관련없는 제 순수한 노동이어서
글의 흐름과 관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하지 못하면 이 수업은 따라할 수 없는 그냥 보여주기가 됩니다.
BK에게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지만
김연민 선생님에게는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김연민선생님이 BK에게 따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3. 내 방식으로 연결하기
앞에서 저는 수업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http://blog.naver.com/irian926/221127835923
적어도 내 수업이라고 하려면 그 수업에 대한 결정권이 나에게 있을 때 가능합니다.
아이스크림에 있는 영상을 내 의지대로 쓴다면 그것은 내 수업의 도구이지만
수업때마다 아이스크림의 영상을 관성적으로 쓴다면 그것은 나 자신이 아이스크림 클릭 교사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의 수업을 참고는 하되,
결국 그 교실 수업은 내 의지로 구성이 되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BK의 글도, 훌륭한 선생님의 수업 정리 책도 모두 우리반 수업의 네비게이션에 불과합니다.
네비게이션이 과속카메라 경보를 하지 않아서 범칙금을 낸다고 해서
그것이 네비게이션의 잘못이 되지 않는 것처럼
결국 선생님교실의 모든 결정은 선생님의 교실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 수업 방식 또한 일종의 네비게이션에 불과합니다.
앞에서 제시한 수업을 연결하는 방식이 저것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선생님은 그 수업을 수많은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고, 그것을 나와 가장 편한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선생님 교실의 ‘수업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