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쉬운 수업디자인 프롤로그] 수업의 손맛
1.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은 크게 호불호를 느끼지 않고 대체로 ‘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른 사람의 취미는 나도 잘 맞춰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이것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낚시이다.
내 친구 중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 한 녀석이 있다.
그래서 결혼전 그 친구를 만나려면 동해바다로 가야 했다.(집이 강릉이므로 크게 멀지는 않았다.)
물론 나는 낚시를 하기 싫었으므로 낚시를 거진 마칠때 쯤 가서 그 친구가 낚은 물고기로 회나 가볍게 먹고 왔다.
진짜 궁금해서 한 번 물어봤었다.
“왜 하루종일 여기서 시간만 죽치고 있는거야?”
그 때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낚시의 손맛을 모르면 낚시를 하지 마. 그 손맛을 알기 때문에 낚시를 하는거야.”
그냥 나오는 뻔한 이야기에 나는 솔직히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그래도 회는 맛있었다.^^)
2.나는 솔직히 어렸을 때 부터 운동을 잘 하지 못했다.
운동회 달리기 등수가 666545였을 정도로 운동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운동이 싫었다.
그렇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우월한(?) 유전자 덕분에 다행히 팔다리는 조금 긴 편이다.
그래서 군대에서 전역하고 학교로 들어왔을 때 배구를 앞줄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그냥 붙박이 라이트로 배구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스파이크의 세계는 참 어려웠다.
그래서 강릉지역 교사 배구 동호회에서 2년을 구박을 들은 후에야 겨우 첫번째 스파이크를 날릴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손맛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에 배구공을 때릴 때는 손이 정말 많이 아팠는데
스파이크를 때릴 때 전혀 아프지 않고 마치 풍선을 친 것 같이 부드러운 느낌에
분명히 땀은 나는데 손끝이 분명히 시원한 느낌이 났다.
그리고 아직 공이 인코스에 들어가기 전인데 무조건 이것은 들어간다는 확신이 들면서 희열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결혼전까지는 그래도 열심히 배구를 했었다.
(지금은…… 다시 몸치로 돌아간 상태이지만 ㅠㅠ)
3.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이 느낌을 여러 곳에서 느꼈던 적이 있다.
1) 아내가 결혼 승낙을 해 주던 날
2) 아들이 나랑 놀면서 행복해 할 때
3) 당구 3쿠션을 쳐야 하는데 큐가 흰 볼을 치자마자 이것은 무조건 성공이라고 느낄 때
4) 사물놀이 꽹과리를 치는데 저 멀리 장구소리가 또렷이 들려서 호흡이 맞는다는 것이 느껴질 때
5) 스타를 할 때 갑자기 내 저글링이 마치 내 손과 발처럼 움직인다고 느껴질 때
6) 진짜 어려운 추리문제의 해답이 갑자기 머릿속에 그려질 때
7) 안써지던 에듀콜라 글이 갑자기 마구마구 써진다고 느껴질 때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서 나는 배구의 손맛과 같은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내 경험에 유추해 볼 때 손맛은 구체적으로는 조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뜻하는 말이었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성공한다는 확신이 들 때’
‘내 몸이 자연스럽고 편안해서 특별하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때’
‘내가 생각한 성공하는 장면이 실제 상황에서 똑같이 그려질 때’
이런 경우 사람들은 손맛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었다.
4. 수업의 손맛
‘내가 생각한 성공하는 장면이 실제 상황에서 똑같이 그려질 때’ 사람들은 손맛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업에도 손맛이 있을까?
단순하게 계획대로 잘 진행한다고 해서 손맛을 느끼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예전에 나는 공개수업을 하기 전에 썼던 지도안대로 수업이 진행이 되었다고 해서
수업이 끝나고 그 희열을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수업이 끝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나는 수업의 손맛을 느낀적이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구안한 수업을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만족해하고 보람있어하는 학생들의 눈을 볼 때였다.
시작하기 전에는 분명히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잘 될수 있을까의 ?가 잘 되겠어라는 !로 바뀌는 순간
그 순간에 나는 스파이크를 할 때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손맛을 잊지 못해서 나는 오늘도 수업을 한다.
p.s : 아마 내일 수업에서 손맛을 느끼면 좋겠지만 못느낀다고 해도 내일은 느끼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드니 낚시를 좋아하는 그 친구에게 공감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