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대BK-2] 슛을 향한 빌드업, 끝을 향한 과정 - <국어5-2> 문학이 주는 감동 다시보기
#0. 들어가며 - 빌드업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 빌드업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축구에서 빌드업이란 공격을 전개하기 위해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적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점점 세밀하고 빠르고 정확한 축구경기를 추구하는 현대축구에서는
세밀하고 창의적으로 공격진에게 패스하는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것을 가장 잘하는 선수가 '기성용'선수입니다.
그래서 기성용선수가 우리나라 공격의 시작이다. 라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하는 경기이므로 골대 안에 공을 넣으려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패스를 하거나, 현란한 드리블을 90분 내내 한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슛을 하지 못한다면
그 경기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빌드업은 결국 공격수가 슛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1단원 <문학이 주는 감동>
국어 2학기 1단원의 제목은 '문학이 주는 감동'입니다.
이 단원은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어떻게 감동을 느낄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단원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생에게 '이 작품을 읽어라.'라고 말을 할 수는 있지만
'감동을 느껴라.'라고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감동은 내가 스스로 느껴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단원에서는 다양한 작품을 그냥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문학작품속에서 작가는 어떤 말이 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것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책과 내가 주고받을 수 있을 때 학생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과정을 많이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빠르게 작품을 훑고 문제를 푸는 것은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마무리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2. 2016년 BK
문학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가를 학생들이 잘 느끼려면 작품을 '분석'해서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 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주인공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진행했습니다.
1> 영화'스쿨오브락'를 보고 그 영화의 주인공의 인물 관계를 살펴본다.
2>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잎싹을 중심으로 인물관계를 살펴본다.
1> 영화 스쿨오브락 인물관계 살펴보기
스쿨오브락은 잭블랙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입체적이지 않아서 쉽게 인물의 성격을 찾아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인물의 관계를 인물관계도로 나타내었습니다.
인물관계도로 나타내면서 주인공 듀이가 왜 학생들과 락음악을 했는지
그리고 듀이와 학생들은 왜 점점 서로 하나가 되어갔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2> '마당을 나온 암탉' 인물관계 살펴보기
앞의 활동을 하면서 인물의 분석이 가능하다는 자신을 얻은 다음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읽고, 앞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인물을 분석했습니다.
인물의 관계를 각자 살펴본 후 칠판에 모두 모여서
잎싹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이 책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3. 2018년 수업 시작하기 전
이 수업 진행은 나름대로 잘했었다고 스스로 뿌듯해 했던 진행과정이었습니다.
인디스쿨에서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좋았다는 댓글을 달아주셨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 수업을 들어가기전 블로그를 다시 읽어보면서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응가를 하고 나서 뒤를 닦지 않은 기분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지요.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면서 교과서 책장을 넘기다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단원에서는 마지막에 '제대로 된 독서감상문'을 한편 썼어야 했는데
독서감상문을 조금 대충 넘어간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이 부분은 블로그에 없었습니다.)
독서감상문을 쓰기가 이 단원 맨뒤에 있는 것은 이 단원은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고
내가 느끼고 공감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활동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감상문을 써보는 것을 목표로 단원이 구성되어 있는데
저는 감상을 하고 공감하는데 중점을 둔 나머지, 그 지점이 빠져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처음에 이야기 한 것 처럼
패스랑 드리블은 열심히 했지만 슛은 하지 않고 넘어가 버린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했던 방법으로 학생들이 내용을 공감해 가면서
조금 더 내 내면에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독서감상문을 쓸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4. 2018년 BK
영화로 먼저 해 보는 것은 다 좋은데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걸립니다.
영화 러닝타임이 참 길어서 그점이 가장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활동은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의 수준이 그거없다고 못할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 마당을 나온 암탉에 집중하면서 이 책을 갖고 독서감상문을 써 보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구안했습니다.
1차시> 분석 - 인물의 관계를 중점으로 작품의 내용을 분석한다.
2차시> 공감 - 인물의 마음이 어떤가를 찾아보고 나와 비교해 본다.
3차시> 정리 - 인물의 마음을 중심으로 내 생각을 독서감상문으로 정리한다.
1차시 분석>
앞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잎싹을 중심으로 인물관계도를 그리고
주인공이 다양한 사건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때외적 관계보다는 내적관계 위주로 인물의 관계를 살펴보고,
이 행동을 왜 했을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며 다음과 같이 표에 정리했습니다.
2차시 공감>
학생들에게 다양한 마음과 관련된 키워드를 제공하고, 어떤 키워드가
인물을 대표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원래는 아이들이 직접 키워드를 정리하면 좋겠지만,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제가 키워드 4개를 정해주고
아이들이 1개를 쓰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정한 키워드는 용기, 사랑, 희생, 행복,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감정단어 입니다.
그렇게 정리한 다음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단어를 보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3차시 정리>
2차시에 나타난 밴다이어그램에서 암탉과 청둥오리의 점수표를 보고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키워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높은 점수를 주었는지를 정리한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독서감상문으로 완성하도록 했습니다.,
줄거리가 전혀 없이 이 키워드에 대한 내용을 적는 것 만으로 감상문을 완성하도록 했더니
내 생각을 오롯이 담은 독서감상문이 완성되었습니다.
#5. 마무리하며
가장 쉽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업의 출발이다.
라는 모토로 몇년동안 수업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습니다.
배움은 결과나 끝이 아니라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배움의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알아가는 과정 자체의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제 수업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은 어떤 목표를 향해서 나아갈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목표를 잊어버린 채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것은
'열심히'는 했을 지 몰라도 '올바르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수업의 학습목표가 무엇인가요?"
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을
예전의 나에게 해 주고 싶네요.
p.s: 2016년즈음 제 수업이 솔직히 어떠냐고 어떤 선생님께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수업은 쉽고 재미있어 좋은데 가끔씩은 이게 수업보다는 놀이가 아닐까 싶었던 적이 있어요.
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말이 이제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