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의 쉬운 연구레시피] 주제가 반이다 part 1 - 연구 주제 X 파일
작년 교육정보화연구대회에서 교수학습분과(연구보고서 부분)에서 상을 받은 사람이
30명 정도라고 보았을 때
전국대회에서 수상자가 30명이면 지원자는 70명정도가 전국대회에서 지원을 했다고 보면 될것 같은데요
전국대회에 70명정도가 지원을 했다는 이야기는 150명정도가 참여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메이져대회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도전하는 교육정보화연구대회만 보아도 이정도니
연구대회를 모두 더하면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연구대회에 도전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50명이 각자 다른 주제로 연구를 하고 수업을 하고 그것을 연구보고서로 정리를 해서 제출을 합니다.
150개의 연구 보고서 사이에서 내 보고서가 빛을 발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내 연구가 좋은 연구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하이
가장 크다고 보았을 때
최소한 내 연구를 다른 사람이 한번 읽어는 보게끔 하려면
내가 운영한 학급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게는 해야 합니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연구에 MSG를 칩니다.
MSG를 연구에 치는 방식은 흔히 이렇습니다.
1. 포괄적으로 연구의 주제를 만들어낸다.
- 이 연구를 만병통치약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하면 학생들의 성적도 올라가고 창의성도 올라가고 학생들의 교우관계도 좋아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총체적 학습능력과 학습력을 기르기 위한 ~~~~ 활동", '종합적 사고력 신장과 인성 발달을 함께 높이는 ~~~~ 활동"
분명히 이 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한 반이 성적도 올라가고 머리도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가지 변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 관계가 좋을 수도 있고,
이 연구가 아닌 다른 수업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의사가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하면 당신은 그 말을 믿을 수 있나요?
사람들은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할 때 일단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수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병통치약같은 수업이 있다고 말을 한다면 나라도 일단 그냥 패스해 버릴 것 같네요.
2013년도에 도에서 3등급을 받고 전국에서 탈락한 연구의 주제는
'스마트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한 언어표현능력 신장'이었습니다.
이 연구의 주제를 지금 다시 본다면 일단 이 연구는 주제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언어표현능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충은 알겠는데 너무 포괄적입니다.
스마트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히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발표하기 활동일텐데
그걸로 총체적인 언어 표현능력(말하기, 쓰기등)이 모두 높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실제로 이 연구가 제 인생의 최악의 연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제 뜻대로 잘 못해서 억지로 끌고갔거든요.
그리고 정말 솔직하게 연구의 결과를 적어야 하는데, 아이들의 수치가 신장되었다고 보이지 않아서
결과에도 MSG를 듬뿍 쳐야 했습니다.
(당연히 떨어질만 한 연구여서 붙었으면 더 부끄러울 뻔 했습니다.)
2. 멋진 영어로 약어를 만든다.
-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더욱 화려한 연구 주제를 위해 치는 MSG입니다.
2014년도 전국대회 국무총리상을 받은 연구의 주제도 솔직히 이 MSG에 조금은 의지했습니다.
'Flipped SGIO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과학탐구능력 신장' 이라는 연구를 진행했었는데요
처음 이 연구의 제목은 '스마트기반 집단 관찰 탐구활동을 통한 과학 탐구능력 신장'이었었습니다.
그런데 눈에 너무 안들어오더군요. 내가 봐도 뭐라고 하는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것을 약어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Smart Group Investigation of Observation라고 영어로 쓸수 있어서
이것을 가지고 SGIO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거꾸로수업을 처음으로 적용해 본 것을 넣어서
Flipped SGIO라는 용어를 만들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들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며 다들 궁금해서 찾아보게 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별것 아닌데 쓸데없이 제목만 화려하게 보이려고 해서 부작용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도 좋은 아이디어의 연구라는 결과를 받아서 높은 상을 받기는 했는데,
그 다음년도에 연구 심사 요약서에 이렇게 나와있는 것을 보고 많이 뜨끔했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약어가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은 차기 연구에서는 주의해야 겠다."
3. 현학적인 표현으로 주제를 만든다.
- 현학적은 '학식이 있는 척'이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쓸데없이 어렵게 표현하는 것을 현학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냥 어려운 말을 쓴다고 해도 되는데 굳이 '현학적인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나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MSG는 오히려 부작용이 납니다.
일단 사람들은 나 자신이 글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읽어보려고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괜히 어려운 말로 주제에 "떡칠"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이 연구를 보려고 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무총리 상을 받은 연구의 주제가 "스마트기반 집단 관찰 탐구활동을 통한 과학 탐구능력 신장"이었다고 한다면
이 연구로 국무총리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요컨대, MSG가 들어간 연구가 좋은 연구일 수는 있지만 최소한 '순수한 연구'는 되지 못합니다.
연구는 연구자의 가치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장이 안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목에서부터 불필요한 포장이 들어가는 연구는
내용에서도 '포장되어 있을것이다.'라는 생각은 반드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쉬운 연구가 되려면 연구 주제에 MSG는 한번 빼고
정갈하고 깔끔한 연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음주에는 쉬운 연구를 하기 위해 어떤 주제를 찾아야 할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