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 못 쓰는 과학교사, 태블릿 못 쓰는 정보교사 #뻘생각_01
올해는 6학년 과학에 2학년 창체 전담교사를 맡고 있다.
신규발령 때를 제외하고 교과 전담을 맡은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나름의 기대를 갖고 올해를 맞이하려고 했었다.
주변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지 않은 사람인지라, 어떻게 하면 여러 학급의 수 많은 학생들과 좀 더 친밀하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었다. 그런 고민에서 시작해서 관련된 책도 찾아 읽고, 연수도 들으면서 나름 즐겁게 공부하며 지난 겨울 방학을 보낸 기억이 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원하던 것과는 다르게 많은게 틀어졌다.
이제 곧 오프라인 개학..
내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주변 선생님들에게 들은 지침으로는 공용시설이나 기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단다.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면서 한 편으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되겠구나 받아들이게 된다.
그로인해 내가 처하게 된 상황은..
서로 마주 보고 앉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과학실을 사용 못하는 과학 교사..
키보드와 마우스를 공통으로 조작해야 하는 컴퓨터실을 못 쓰는.. 그리고, 올해 수업을 위해서 학생 2명당 1명꼴로는 아이패드를 쓸 수 있도록 어렵게 준비를 해놨으나 사용을 못 하게 된 정보 교사가 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공통적인 사항들은(모둠 활동 금지, 모둠 학습지 금지 등등) 여기에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테고..
지난 3월에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많은 선생님들은 두 가지의 선택지 앞에 놓였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혹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 선택지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했는지에 따라서 아마도 원격 수업의 방향과 질은 많은 차이가 났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또 다시 오프라인 개학을 앞두고 선택지 앞에 놓여졌다.
거기서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더 이상 상황의 변화가 추가로 생기지 않는한 등교 개학을 미룰 순 없는 분위기이다.
방역에 대한 책임이 교사에게 부과되는 와중에 수업에서의 각종 제한 사항도 많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그냥 떨어뜨려 앉혀놓고.. 조용히.. 가만히 앉아서 교사의 이야기만 듣게 하다가 보내는 선택을 해야 하나?
상황의 답답함이 선생님들을 그런 방향으로 몰고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선택을 하는 선생님은 많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난 방역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니, 방역에 관한 부분은 주어진 지침을 숙지해서 최대한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난 교사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도 위에서 내려오는 가이드라인만 바라보고 싶진 않다. 과학실도 못 쓰고, 컴퓨터실도 못 쓰고, 모둠 활동도 안되고, 애들과 대화도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교사로서 어떻게 수업을 좀 더 소통하며 학생들과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겠다.
하지 말라는 지침에 잡아먹혀서 아무것도 못 하겠네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서 선택과 고민을 하고 싶다.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교사로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버둥 치려는 노력이랄까.
그런 노력이라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보야지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
여기서 부터는 사족이자.. 수업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하며 떠오르던 브레인스토밍..
대표실험도 하기 힘든 상황. 쉬는 시간이 5분으로 짧고.. 수업 시간 운영이 매우 타이트함. 실험은 영상으로 대체하는 것이 무난해 보이고.. 학생들이 교실에 있지만, 함께 협업하고 대화하긴 힘든 상황.. 일단, 6학년들에겐 평소 수업에서 활용하던 온라인 협업툴이나 구글클래스룸 가입 시켜서 활용방법 안내 하는 시간을 최소 3차시 정도는 가질 예정.. 활용 소양이 갖춰지면, 온라인 공간 안에서 다양하게 소통하고 피드백 주는 것이 원활해질 것 같다. 지금은 아직도 클래스팅 과제 제출을 못 하는 6학년 학생도 있으니.. ㅜㅜ
2학년 창체는 어떻해야 할까..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도 물건너갔고, 컴실 사용도 힘들고.. 사용한다고 해도 2학년 교실고 컴실이 건물도 가장 멀어서 이동시간으로 짧아진 수업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상황이라 안될 듯 하고, 문득 떠오르는건 아주 간단한 언플러그드 활동들을 찾아서 정리한 후 개별 학습지로 실행해보는 정도.. 안전교육은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