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사색#3 이른 아침 카페.. 이른 아침 출근..
이 글을 쓰는 시간은 방학 중 일요일 아침이다. 방학이라 일요일이라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긴 하지만..
다음 주 초까지 작업해야 할 것이 있어서 6시쯤 기상해서 씻고, 무거운 백팩에 노트북과 읽을 책 한권, 필기구, 작업시 참고할 문서를 챙긴 후에 나와서 카페를 찾았다. 이른 아침의 카페는 집과는 상당히 다른 편안함을 준다.
집에서도 항상 BGM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사는 나인데, 카페에서는 평소에 잘 듣지 못하던 음악들을 듣는 것도 좋고, 빈자리가 아닌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넓은 창을 통해 아직은 한산한 거리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시선을 카페 안으로 돌려서 아직은 제 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과 그와는 상반되게 바지런히 아침을 준비하는 카페 스탭분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난 마냥 편하게 시간을 즐기는 것에 비해서 손이 닿는 여기저기를 걸레로 훔치고, 각종 물건을 있어야 할 자리에 세팅하는 손길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나 역시 힘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나 오늘처럼 여유를 즐기기 보단, 작업을 하러 찾은 날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고나 할까.
학기 중에 출근길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카페가 있었을 때에는 커피 한 잔을 하고 나오면서 간단한 디저트를 사서 동학년 협의실에 놔두곤 했었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는 날은 평소보다 한 칸 더 높은 계단에 올라간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듯 기분이 좋았었다. 물론 매일 그렇게 카페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지금 재직중인 학교는 출근시에 차를 타고 오느라 아침에 카페를 들릴 수 없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모닝 카페와 디저트는 사실상 힘들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교실을 카페처럼 연출해 보는 것이다. 커피나 차 한잔을 준비하고, 즐겨듣는 음악도 깔아놓고, 좀 더 힐링이 필요한 아침이라면 아로마캔들도 하나 피워놓고..
아주 바쁜 날이 아니라면, 잠시 멍하게 시간을 보낸 후에, 컴퓨터를 켜고 해야 할 업무와 수업 내용 등을 정리한다. 그 시간이 교사로서의 하루를 열어가는 시간이지만, 그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내 하루를 시작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교사가 아닌 나로서의 하루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고나 할까. 일에 치이고, 삶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이런 시간을 챙길 필요가 있다. 아마 교직을 퇴직하기 전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지 않을까.
다시 글을 쓰는 방학 동안의 일요일 아침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면, 방학 중 맞이한 이른 아침과 카페는 빈둥거림을 즐기는 평소의 나에서 벗어나 좀 더 성실한 하루를 맞이하게 해주는 듯 해서 기분이 좋다. 한 없이 늘어지는 쉼도 좋지만, 특별히 무언가를 배우고 하지 않아도 채워지는 듯한 쉼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