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기
대정부질문의 시간.. 서로 질의응답을 가져야 할 때 단체로 뒤돌아 앉은 정치인들의 모습.. 그 모습에서 우리는 학생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그 모습을 보고 떠오른 생각들을 끄적여봅니다.
학생들과 3월에 첫 만남을 가진 이후, 학급에서 함께 지켰으면 하는 약속을 만들어가는 기간에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여러분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 ‘대화’였으면 한다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 만이 아닌.. 발표를 하는 것 만이 아닌.. 수업 시간에서도 우리 사이에 오고가는 말들이 ‘대화’이길 바란다고..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어봅니다. 우리가 ‘대화’를 잘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로 제가 6학년을 하다보니 학생들 입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많은 만들이 나옵니다. ‘경청’이라는 고급진(?) 단어도 나오고요.
그런데, 의외로 잘 안나와서 제가 종종 보태는 의견이 바로 ‘눈으로 듣기’입니다.
눈으로 듣기?
선생님들은 무슨 의미인지 바로 짐작하시겠죠. 그런데, 학생들은 순간 생소해 합니다.
‘으잉? 눈으로 들어?’
사실 꽤 간단한 내용이죠. 대화할 땐 서로를 바라보기라는 의미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데 눈으로 듣기라는 표현을 통해 서로가 이야기를 할 때, 서로를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말해주곤 합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가족간에도 내가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날 보지 않고, 다른 곳에만 시선이 머물고 있다면 어떨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그 상황에서 어떨지를 이야기 나눠보면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이곤 하죠.
상대방을 인정하기 싫고.. 순간적으로 도저히 마주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대화를 나누어야만 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글을 어디서 마무리를 해야 할까 순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주제로 글을 한 번 써야지 하고 글의 제목만 적어놓고 저장해둔 상태였는데..
글의 서두에 적었듯이, 최근에 서로간의 질의 응답을 나눠야 하는 상황 속에서 단체로 뒤돌아 앉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됐거든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참 애매한 순간이 있습니다. 어제의 뉴스를 보면서 그런 애매한.. 아니..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너무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올라오네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말이죠.
그러면서 생각해봅니다. 우리 학생들이 올바르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사람들로 성장했으면 하는..
이렇게 쓰고나니, 이 글의 주제가 대화할 땐 서로를 보자인지,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과 부딪치는 현실에 대한 자괴감인지 모르겠네요. 어떤 주제이든 상관 없겠죠.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어른들은 좀 더 성장한 사람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주며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큰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