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사색#2 난 얼마나 다름을 인정하고 있을까? 편의점 인간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일본 소설을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좀 흐른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었다. 분량도 그리 많진 않아서 금방 읽게 됐고, 읽은 후에도 바로 다시 한 번 더 읽어봤다.
최근에 평균의 종말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왠지 평균의 종말을 가지고 소설을 쓴다면 바로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에서 주된 이야기가 바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적인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는 그 평균적인 사람의 삶이라는 것에서 겉돌면서 그나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안도하는 주인공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던지곤 하는 말들.. "대학은 갔니?" "직장은 구했니?" "결혼은 했니?" "아이 낳아야지" 등등.. 요즘엔 좀 이전과는 달라지긴 했어도, 사실 평균적인 삶의 범주라는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 속하지 않았을 때 불편해지는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일텐데, 작가는 조금은 더 특이한 사회성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그런 불편함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상황이 나오는데(그 부분은 다시 읽어도 주인공이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떠올려봤다. 난 다름을 얼마나 인정해주고, 편안하게 대해줄 수 있을지. 존중과 배려를 우선시 한다고 하면서도, 일정한 사회적 틀 안에서 학생들을 판단하고 가르치고 있는것은 아닌가. 성적, 성별, 외모, 가정환경 등으로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으려 하고 조심하려 하지만, 그런 것을 뛰어넘어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서 일정한 틀로 학생들을 혹은 다른 교사들을 판단하고 잘못되게 행동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름 오픈마인드라고 생각하는데.. 좀 더 열어야겠다. 사람에 대한 판단 보단 사람 자체에 대한 인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전자책으로 본 것이라.. 쪽수가 정확하진 않다는 것은 참고~~
19쪽 어떻게 하면 '고쳐'질까?
25쪽 그때 나는 비로서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40쪽 "으응, 어쨌든 나는 몸이 약하니까"하고, 곤란할 때는 우선 이렇게 말하라고 여동생이 가르쳐준 변명을 되풀이했다.
56쪽 점장이 잘 대응한 듯 오래지 않아 중년 사내는 뭐라고 투덜거리면서 가게를 나갔다. 안도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가게 안은 원래의 통상적인 아침 풍경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다. 이물질은 바로 배제된다. 좀 전까지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불온한 공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가게 안의 손님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늘 사는 빵이나 커피를 사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72쪽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125쪽 "제발 참아주세요. 알바와 백수가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하려고요. 정말 그만두세요. 당신들 같은 유전자는 남기지 말아주세요. 그게 가장 인류를 위하는 길이에요."
132쪽 "아니, 누구에게 용납이 안 되어도 나는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인 나에게는 어쩌면 시라하 씨가 있는 게 더 유리하고, 가족도 친구도 안심하고 납득할지 모르죠. 하지만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인 나한테는 당신이 전혀 필요 없어요."
133쪽 나는 문득, 아까 나온 편의점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손과 발도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유리창 속의 내가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