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 학부모로서 다르게 본 원격수업
육아휴직 후 2학년 학부모로서 원격수업을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사로서 볼 때와는 다르게 보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대부분은 애로사항과 같은 어려움이 많다.
첫째로, 자세한 과제 안내가 오히려 읽기 어렵다.
교사일 때는 자세하게 안내해줘야지 라고 당연히 생각했고, 사실 그게 맞다고 생각 하는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날 원격수업에 대한 안내가 길게 이어지니, 보는 순간 지치는 느낌이랄까. 저학년이다보니 정작 아이는 아무 생각 없는데, 학부모인 나는 부담이 됐다.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해야할 확률이 높은 고학년 아이들도 이와 비슷한 심정이겠지. 그렇다고, 과제 안내를 적당히 할 순 없으니, 이걸 조절하는게 쉽지 않겠구나 싶다. 다만, 학생 혼자서 오롯이 40분 수업을 채워갈 분량을 제시하는건 부담스러운 학습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자녀의 학습분량은 그 정도가 아닌데도 부담이 되는데, 40분을 혼자서 해야할 정도로 과제나 활동 제시가 이루어지는건 원래 교실 수업에서 이루어졌을 동기유발, 상호작용 및 피드백 등에 대한 고려가 없는 과도하기만 하고 불친절한 학습이 될 것이다.
둘째로, 왜 이리 5교시가 많지? 였다.
이건 올해 수업일이 줄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농담 삼아서 6학년을 진행하는 동안에 원격 수업 동안 전부 6교시 몰아넣으면 되겠네~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실제로는 대부분 정상적인 66566 시수를 이어갔지만..) 나 자신을 반성했다. 에잇, 바보 같으니!
그러면서 또 든 생각이, 수업 시간이 많은데 과목이 너무 다양하면 이것저것 꺼내고 펼치고 하는게 쉽지가 않아서 같은 교과가 연차시로 제시 될 때가 편하고 좋았다. 이건 원래 교실 수업에서도 내 스타일이 거의 대부분을 최소 2차시 이상의 블럭타임으로 연결해서 수업했던 습관 때문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5교시 수업 동안 책을 4가지 이상의 종류를 펼쳐서 준비하는 것과 2~3가지 교과만 준비하는건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왠지 학습 부담도 줄어드는 듯 했고..
셋째로, 안쓰러움과 걱정이었다.
우리집은 그나마 한 명이 이렇게 휴직해서 아이들을 살펴보니 망정이지, 그렇지 못한 가정에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방치되고 있을지에 대한 안쓰러움이 커졌다. 고학년이라고 해도 가정에서 혼자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쉽지가 않겠다는걸 절실히 느꼈다.
원격수업 초창기에 나를 비롯해 내 주변 및 각종 기사들, 페북의 여러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전부 수업 어떻게 할지, 교육과정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바로 옆에 있는 한 후배가 '가정에서 방치되는 아이들 어떻게 도와주죠?'라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진심으로 머리가 띵 했었는데.. 휴직 동안에 내 아이를 내가 직접 가르치면서, 그 지점에 대해서 이번엔 마음이 찡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넷째로, 선생님들이 만든 영상이나 자료의 소중함이다.
거꾸로교실을 오랫 동안 해오면서 수 많은 디딤영상을 만들어왔기에, 이 점에 대해서도 이전에 에듀콜라의 '디딤영상 만들 용기'라는 글을 통해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어간 수업 영상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를 공부시키다보니 내가 교사여서 그런것도 있지만, EBS 영상은 그냥 안보고 내가 그 부분을 아이와 이야기 하면서 공부할 때가 많다. 돌 잡이 부터 2학년 아이까지 수준이 다른 세 자녀를 돌보고 있어서 정신이 없을 땐 EBS 영상이 참 고맙지만, 될 수 있는한 내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를 하는 편이다. 그냥 가만히 EBS 영상을 30분 시청하는 것 보단 그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만드신 영상은 항상 시청을 한다.
아이가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겠지만, 그 영상이 선생님들이 준비하신 학습꾸러미의 활동을 위한 정말 디딤영상이 되는 셈이니깐, 잠시 학습지만 살펴보고 내가 아이와 푸는 것 보다, 선생님들의 수업 설계에 따라 만드신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학습에 더 도움이 된다는걸 학부모 입장에서 느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갔는데, 몇 가지 느꼈던 것들의 마지막은 그래도 담임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이네. 나 역시 교사라 그런건가. 어찌됐건 EBS와 교과서 문제 풀어보라는 식으로 다 퉁치지 않는 2학년 담임샘들을 만나서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더 그럴 듯 하게 써볼까 하다가, 원래 쓰던대로 그냥 후루룩 써내려간 이 상태에서 마무리 짓는게 좋겠다.
이 순간에도 원격상황에서 고생하고 있을 선생님, 학생.. 그리고 학부모.. 언제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뉴노멀은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