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은 목소리를 듣자
새 학년도가 시작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작년에 비해서 늘어난 등교일, 그렇다고 해도 일주일에 2.5일 정도이니 절반 정도는 여전히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이전에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온라인 수업이 이제는 다들 경험치가 쌓여서인가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오전에 3~4교시 수업 정도까지는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그 이후는 각자 학급의 자율로 해보자고 했었는데, 하다보니 사실상 거의 모든 시간을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좋았던 점은 과제를 했는지 안했는지 집착하게 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과제제시형 수업에서는 초점이 배움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과제를 했느냐 안했느냐에만 집중되고 그것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건 교사인 나였는데, 실시간 수업을 통해서 마치 교실 수업에서처럼 학생들을 좀 더 바라보고 바로 바로 필요한 피드백을 주고, 점검하면서 배워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또한, 수업 시간에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질문 하는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건넸는데, 그래서일까? 3월 초에서 부터 자기 이야기를 해주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런 모습에 너무 안심을 하고 마음을 놓았었다는걸 최근에 깨달았다.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수업에 참여하는데, 절반 정도의 학생은 어느 순간 부터인가 경청이 아니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달이 넘어서 처음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않은 학생을 지목해서 의견을 들어보려고 했더니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3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는 아이.. 이 날 10여 명의 학생들을 지목했을 때, 수업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2~3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온라인 상황이 아니라면, 교실 안에서 그 아이의 듣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학생이 집중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으니, 굳이 아직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 학생들을 지목해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별로 하지 않았었다. 한 두 명씩 좀 더 교실 수업 안에서 편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통해서 결국엔 거의 대부분이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해왔었기에 기다리면 될 거라는 나름의 믿음도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좀 더 의도적으로 다가서야 함을 새삼 느꼈다. 실시간 수업에 접속을 하고 카메라가 켜져있고, 교사가 보인다고 해서 교사 실재감이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심지어는 긴급돌봄으로 학교에 나와서 실시간 수업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학생 조차도 교사인 나와 같은 교실에 물리적으로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입을 닫고 있는 동안엔 멍하니 딴 생각에 빠져들어 있었던 것이다.
올해 나의 교육활동의 바람 중 하나는 학생들이 자기가 방치되있다는 것도 모른채 방치 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 방치가 실시간 수업 중에도 생길거란 생각을 못했었다.
그 날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아이들에게 말을 꺼냈다.
"우리 이제 하루에 한 번은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가져봐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는 한 사람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좀 더 연결시켜 나가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이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만들어가야겠다.
실제 교실에서는 좀 더 기다려주고, 온라인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연결시키기..
한 동안 우리 학급의 수업의 방향은 이쪽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