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플랫폼 초대 고군분투기..감정소모 #IT활용09
방역수칙에 따라 등교인원을 정하다보니 3월2일 첫날부터 원격수업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로인해 자연스레 시업식 이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학급플랫폼에 초대를 하고 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플랫폼은 학년공통의 학습용 구글클래스룸과 학급 소통용 밴드.
구글클래스룸은 수업을 통해서 초대하기로 결정하고, 일단 연락 및 학급관리를 위한 밴드에 초대를 하기 시작했다. 밴드를 다시 쓰게 된 건 몇년 만인데, 이전에도 잘 사용했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기능이 업데이트 되서 부수적으로 나름 그걸 활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
1일차 전체 문자 전송~ 학생은 7~8명, 학부모님은 10여분 정도 가입 완료. 살짝 늦은 시간에 다시 한 번 메시지 발송~
한 분이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회신을 주신다. 단체 메시지인데 회신을 주신 것 자체로 감사.
2일차 전체 문자 발송.. 학생은 10여명, 학부모님은 14~5분 정도 가입완료.. 가입이 안된 가정에 전체 문자를 돌린 후, 그날 오후에 다시 개별적으로 학생 이름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학부모와 학생이 전부 다 가입이 안된 두 가정에 전화 연결 시도.
이럴수가! 학생, 학부모 누구와도 통화 연결이 안됨! ㅜㅜ
이 와중에 허털함. 우리 아들 담임선생님이 밴드 초대 문자 보내서 잠시 후 들어가봤더니 24명 가입.. 아니 조금 전에 뿌려진 초대장에 24명! 개별 연락까지 돌린 우리반은 2일차 끝날 때즘 15명..
3일차 개별적인 메시지 전송 후 통화 연결 시도 끝에.. 학부모 전원 가입 완료! 학생은 4명 미가입..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
케이스1. 계속 밴드 초대링크를 안내했는데, 갑자기 클래스코드를 달란다. 그게 없어서 가입 못 하고 있다고.. 얘야! 난 구글클래스룸 이야기도 안했는데.. ㅜㅜ 밴드 가입하는거야. 링크만 누르면 되.
케이스2. 밴드앱이 만 13세 미만은 밴드키즈 앱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걸 위해선 사용자 정보에 만 13세 미만의 생년월일이 필요하다. 부모나 윗 형제가 대신 계정을 만들어준 경우에(만들어준 사람 본인의 생년월일을 이용해서) 나이가 만13세 미만이 아니여서 학급 밴드에 못 들어온다. 이로 인해 밴드키즈 가입에 엄청 곤란함을 겪고 있는 가정이 생겨남(작지만 이로 인한 학부모 민원 발생! 와! 시업식 하고 만나기도 전에 민원 받았다! 그 어머니의 마음에 공감해드리고 격려해드리면서 내 마음은 슬쩍 지하로 한 발짝..).. 결국 한 친구는 나와 엄청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 원격 수업 날에 잠시 학교 들러서 하고 가기로 함. ㅜㅜ
케이스3. 초대 링크를 굳이 사용하지 않고, 검색해서 우리 반 밴드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우리 반에 없음. 알고보니 만13세 미만이 사용하는 밴드는 비공개가 기본임. 그 애는 초대링크 대신 검색해서 공개용 밴드에 혼자 들어가있음. 그 공개용 밴드를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음. 난 안 만들었는데.. ㅜㅜ
이쯤에서 밴드키즈 앱을 저주하기 시작했음. 아니, 학급용밴드는 교사들만 만들 수 있도록 하던지.. 누구나 만들수 있게 그것도 공개상태로 해놔서 검색하면 그 밴드는 뜨고. 정작 담임교사인 내가 운영하는 우리반 밴드는 안 뜸! 이 애도 결국 우리 반에 들어오는거 현재 실패! 아니, 구글클래스룸 가입시키는 것 보다 더 어렵게 느껴짐. 구클을 몇 년 쓰면서도 이렇진 않았는데..(이건 조금 오바한 것임 ^^;;)
케이스4. 제일 흔한 유형인데.. 아무리 연락을 해도 응답이 없음. ㅜㅜ 그나마 며칠 계속 연락 넣고 부모님과도 연락한 후에 어느 순간 가입 신청은 하고 있는 경우가.. 물론 나에게 온 문자나 연락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나 담임선생님인데, 선생님이 간절히 연락하면 '네, 알겠습니다' 정도의 답문이라도 주면 안되는 거니..
케이스5. 아니, 밴드 초대 주소를 만들면 그 기한은 왜 이리 짧은거야. 뒤늦게 가입 시도한 경우엔 링크가 만료되서 다시 보내줘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함. 밴드 저주 +1
케이스6. 마지막으로 한 경우만 더.. 이건 좀 진지하게.. 며칠동안 학부모와 아이가 전혀 연락이 안되는 가정이 있었다. 그냥 연락이 안되는게 아니라, 둘 다 전원이 꺼져있는.. 마침 그 아이가 몇 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의 동생이라 학부모랑도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몇 해전의 제자 전화번호를 다시 겨우 찾아서 연락을 시도했는데, 그 제자도 전화 연결이 안됐다. 다행이 제자 전화는 꺼져있진 않은 상태.. 어쨌든, 3일 째 해당 가정과 전혀 연결이 안되니, 불안해졌다.
사실 몇 해전에 가르쳤던 제자를 통해서 알게 된 거지만, 자녀가 많고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힘들어했던 것을 알기에, 며칠 째 전원이 꺼진 전화기와 응답하지 않는 핸드폰을 보며 불안감이 날 휘감았다. 요새 워낙 흉흉하고 살기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으니까..
그래서, 주말 동안에도 틈틈이 전화를 시도했고, 우리 집 막내아이와 손 잡고 산책하다가도 통화를 시도했는데.. 주말 오후에 겨우 제자와 통화가 됐다. 정말 다행히도 아무 일도 없는 상태였고, 핸드폰을 외가댁에 놓고와서 내일 찾으러 간다고.. 며칠 째 핸드폰을 놓고 온다는게 내 상식에선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아무 일 없다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세상에 모든 직종이 그렇겠지만, 교사 역시도 감정노동자임이 분명하다. 연락을 해도 아무 반응 없는 상황을 겪으면서, 이렇게 혼자 마음 쓰고 신경 쓰면서 감정이 소모됨을 느끼는 며칠이었다. 무심해지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또 아무리 직업적으로 교사를 한다고 해도, 아이들을 대하는데 무심해지면 안되는 것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가입이 된 상태이니 부모님 대상으로 기초조사 설문을 받고 있는데, 소통을 강조하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가정과의 소통.. 정확히는 학부모와의 소통.. 그런데, 왜 다른 공지는 안 읽으시나요? ㅜㅜ 정말 소통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