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일이 늘어나니, 안 해도 되겠네', '올해는 왜 교원평가 안 해요?'..
이전에도 종종 IT를 활용한 수업, 학급운영, 업무관리 등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 몇 해 동안 이 주제를 가지고 했던 강의보다 더 많은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시기별로 학교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가 다루는 주제 안에서 느끼게 되는 나름의 흐름이 있다.
온라인 개학 이후 1학기 완전 초반은 클래스팅, 이학습터, 위두랑, 밴드, 구글클래스룸 당 학습플랫폼에 대한 연수 요구가 있었다. 사실 매년 초는 학습플랫폼 사용에 대한 나름의 관심이 생겨나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주제로 연수를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올해는 좀 더 다급하고 절박함이 느껴지는 상황이었나보다.
4~5월 즈음부터는 온라인 협업툴이나 영상제작 방법 등에 대한 요구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때는 주로 기능 위주의 연수가 주를 이루었다. 연수 안에서의 예시들이야 수업 사례들을 가지고 이야기가 되긴 했지만, 수업에서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대한 것 보다는, 주제의 초점은 선생님들이 쉽게 기능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난 주로 패들렛, 구글문서도구, 미리캔버스, 캔바, 멘티미터 등을 다루었었는데.. 그 중에서 2010년 초반에 생겨난 후 이용해왔던 패들렛이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기초적이면서 광범위 하게 국내에서도 활용되는걸 보면서 올 한 해의 상황이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6월부터 2학기 초까지는 갑작스레 실시간 쌍방향 툴과 수업자료(영상)제작에 관한 요청이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실시간 쌍방향(줌 활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생겨난 이유는 뭐였을까? 일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부랴 부랴 일수도 있을테고, 일부는 컨텐츠나 과제제시형 원격수업에서 소통의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고, 일부는 별 생각 없이 막연한 압박과 의무감에 2학기 때 부터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등 다양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1학기 초부터 10월 중순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이런 쪽의 연수를 진행하면서 종종 접하게 되는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있다.
조금만 더 버티다 보면 지나가겠지.. 그러니 굳이 뭐 할 필요 있나? 난 그냥 지금처럼 있을 거야.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일부 교사들과 다양한 연수나 스스로의 배움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이나 학급운영 방법을 익힌 교사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벌어졌을까?
얼마전 일부 학부모님들이 올해는 왜 교원평가 안하냐는 말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선생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이번엔 잔뜩 있는데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그 이유가 좋은 쪽 보다는 부정적인 쪽에 좀 더 치우처져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같은 교사로서 옆에서 바라보거나 듣는 이야기 중에 그 학급의 학생들이 걱정이 되는 경우들이 있다. 선생님의 IT소양을 떠나서, 학생들에게 시선을 두고 챙겨주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쳐다보고만 있는건지 말이다.
온라인 학습 툴을 전혀 다루지 못해도, 학습에 대해서 학부모나 학생과 지속적으로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소통한다면 그것 역시도 매우 훌륭한 모습이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기에, 온라인 공간안에서 학생에게 피드백을 전달하고, 온라인에서 좀 더 상호작용을 하면서 수업이나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연수나 자기 계발을 통해서 소양을 키울 필요가 있을거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아닌 소통 없이 교사는 올리고, 학생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은 없는 모습.. 올렸다고 해서 가르쳤다고만 생각하고, 학생이 정말로 배웠는지 확인해주고 점검 해주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로인해 학교 교육에 불만이 생기거나 관심이 떨어지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모습이 안타깝고, 이 기간 동안 아무런 역량도 쌓지 않고 지나가려는 선생님의 모습 역시 안타깝다.
코로나가 점점 더 진정이 되고, 전체적인 상황이 안정되면서 학교 현장이 이전의 모습을 찾은 후에는 어떻게 될까? 학생들과 다양하게 상호작용 하는 방법을 좀 더 익힌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생겨날까?
아마 올해는 이전까지 옆 교실의 모습이나 수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여러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본의 아니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대부분 이였을테고, 얼핏이라도 살펴 봤을 것이다. 깊이 있게 들여다 보지 못했더라도 조금이나마 선생님들 끼리도 그 안에서 차이를 느꼈을테고, 그 차이는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더 크게 실감됐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코로나만 아니면, 코로나가 지나가면.. 이런 식의 생각이 아닌 수업이나 학급 운영에서 또 하나의 상호작용, 소통, 협업, 평가 등의 방법을 익힌다는 생각으로 현 상황에 대한 필요한 소양을 익히는 것에 무관심한 선생님들의 마음이 변화되길 바래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는 변화되고.. 그 안에서 우리들 역시 학습의 내용, 주제 뿐 아니라 방법 역시 변화되어 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