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사색 #1 김영하 산문 '보다'를 읽다.
교사 생활도 어느덧 20년이다.
군휴직을 제외하면 18년이 된다.
정년을 채운다고 했을 때에 교직의 절반 정도를 지나고 있는 시점에 육아휴직을 하면서 학교에서 잠시 멀어지게 됐다. 그 동안의 나는 교사로서 어떠했을까?
교직 생활을 한지 5~6년 쯤 되었을 때, 그 전까지만 해도 주로 승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선배들 틈바구니 속에서 당시 내 주변의 대부분의 선배들과는 다른 한 선배를 보면서 내가 분명하게 찾지 못하고 있던 선생님의 모습이 바로 저런 것이겠구나 깨달았었다.
그로부터 또 7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또 다른 선생님을 만나고 그 분을 통해서 여러 선생님들과의 인연이 생기면서 뻔한 것 같던 교직 생활에서 좀 더 다양한 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 4년째 근무중인 학교에서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내가 보지 못 하던 방향에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나와는 다르게 보는 그 이야기를 통해 교육활동의 폭이 넓어지거나 깊어지는 경험들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 끌림이 있었다.
알쓸신잡을 통해서 알게 됐던 김영하 작가의 책을 뒤늦게 다양하게 읽어보면서 고리타분 하지 않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참으로 작가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느꼈다. 생각과 행동이 자신과 동일한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김영하라는 사람은 확실히 나와는 다른데 거기에서 매우 공감되는 지점들이 잇었기에 호감이 갔다.
그렇기에 작가로서 혹은 그냥 김영하라는 사람 그 자체로서 무엇을 보았을지가 궁금했고 그가 이야기 하는 것에서 나는 개인으로서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산문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지를 생각하기 보단 그냥 그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글을 즐기면서 책을 다 읽어버렸다. 남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때, 다른 생각하기 힘든 것 처럼 짧게 쓰여진 여러 편의 산문을 읽는 그 과정 자체를 즐겼다. 굳이 나와의 비교가 아니라,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상황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구나 등등..
아무리 다르게 보려고 노력해도 결국 나의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라, 작가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만사 이야기들이 그만큼 흥미로웠다. 이렇게 남의 시선을 빌려서 바라봄으로써 나의 시선 역시 좀 더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자녀들 책 사주러 서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집어든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야 이 책이 시리즈로 총 3권이 있다는걸 알았다.
다음엔 '읽다'를 읽어봐야지. 이러면서 벌써 '읽다' 구매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