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수업.. 내 숨통이 틔였다. #뻘생각03
어제 두 번째 등교수업을 진행했다.
난생처음으로..
수업을 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동안 무엇이 그렇게 답답했던 걸까.
혹은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걱정이 됐던 걸까.
기대보다 떨어지는 수업 참여율.
그 보다 현저히 낮은 과제 수행률.
전담이어서 쉽지 않은 학생과의 연락.
원격수업이 길어질수록 느껴지는 학생들 간의 학습격차.
아직까지도 원활하지 않은 기기를 다루는 소양.
소양을 떠나 앱 하나 설치도 힘든 학생.
주 1회의 등교수업에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도가 아니라.
사방에서 불현듯 포위하는 듯한 걱정거리들이.
신경을 갉아먹는 느낌의 며칠을 보냈다.
편하게 하자고 맘 먹는다면.
사실 굉장히 편하게 할 수도 있다.
영상 그냥 뚝딱 만들고.
적당히 과제 내주면 끝이니깐.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나머지는 학생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자기 합리화.
근데 학생들의 결과는 보이는데.
정작 눈 앞에 학생들이 안보이니.
자기 합리화가 안된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원격수업 플랫폼도 갈아탔다.
사실 이 지점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2학기면 육아휴직하는 전담교사인데.
굳이 이제 2개월도 안 남았는데.
전담과목을 위해서 원격수업 플랫폼을 갈아탄다는 것이.
어쨌든.
플랫폼의 전환을 등교 수업 첫 주에 안내하고.
두 번째 등교 수업을 마무리 했다.
두 번째 수업 땐 무엇을 하지?
지난 과제를 확인해야 하나?
진도를 빼면서 좀 더 제대로(?) 된 수업을 해볼까?
반복되는 질문과 나름의 대답에서 내린 결론은.
코로나 이전에 첫 과학수업에 하려고 했던.
매년 아이들과 첫 공부 전 이야기 나눴던.
왜 배워야 하는걸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기였다.
학급별로 패들렛을 생성하고.
등교수업 시간에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친구의 의견에 좋아요를 누르고.
친구의 의견에 별거 아니더라도 답글도 남겨보고.
그 모습을 보면서 수업 도중에 내 숨통이 틔였다.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눈 앞에서 있는 것 만으로 내 불안을 덜어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러면서 내 숨통이 틔였다.
다행이다.
35분 밖에 안되는 수업 시간이 부담되서.
그 시간은 지난 과제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지 않아서.
다행이다.
과제 확인과 진도 등의 압박 때문에 그냥 지나칠 뻔한.
별거 아닌 이 활동을 진행한 것이.
다행이다.
수업을 내가 포기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