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축제를 바라보며.
요즘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처럼 초등학교에서도 학교축제가 많이 열립니다. 그동안 초등에서는 학예회, 가을운동회로 대표되었던 가을 행사를 통합하여 학교축제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지요.
본교에서도 4년전부터 가을운동회와 학예회를 통합해서 학교축제로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을에 여러 행사를 치르느라 선생님들이 힘드시기도 하고,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을 바로 잡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축제를 시작하니 여러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축제의 주인공이 누구냐하는 점입니다. 물론, 축제의 주인공은 아이들이고 아이들 중심으로 가야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보이기 위한 활동을 전락해 버리고는 여러가지 활동들에서 보여주기에 치중해서 아이도 힘들고 선생님도 힘든 축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축제 왜 하나?'를 고민하게 되지요.
우리 학교축제를 기획하면서 가장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아이들이 즐거운 축제가 되어야 한다.
둘째, 아이들이 정해야 한다.
셋째, 나눔이 있어야 한다.
넷째,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면 안된다.
4년전 축제를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과 함께 논의했던 것이 바로 축제 이름입니다. 축제의 이름을 누가 정하냐에 따른 상징성이 있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명칭을 공모했고, 마지막에 투표로 결정해서 우리 학교의 축제명은 '한전 찬누리 축제'입니다. 우리학교에 재학했던 이정민 학생이 정한 가득찬 축제를 모티브로 지금의 축제는 4년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전찬누리축제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꿈찬 한마당 : 학생들의 지식을 나누는 지식시장
끼찬누리 발표회 : 아이들의 작은 발표회와 버블체험공연
행복찬 전시회 : 독서작품 전시회, 사진전시회
나눔찬 시장 : 나눔시장, 먹거리 장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꿈찬한마당
학생들의 지식을 나누는 지식시장은 아이들이 여는 체험부스입니다. 작년까지는 선생님들이 뉴스포츠와 체험마당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로 아이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친구에게 나눠주는 부스를 운영하였습니다. 총 16개의 부스중에서 12개의 부스는 아이들이 운영하는 부스로 태권도체험, 클레이아트, 미니어쳐 만들기, 게임공략방법, 립밤 틴트만들기, 버나돌리기, 컵스태킹 등이었습니다. 나머지는 희망하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4개의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운영결과 선생님과 학부모의 부스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운영하는 부스가 더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만큼 축제의 주인은 아이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지식시장에서는 한전화폐와 상품권이 통용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식을 배우면서 화폐를 냈고, 가르쳐준 아이들은 감사의 표시로 상품권을 주고받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상품권과 화폐를 10장씩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화폐와 상품권을 돌려받았으니 마지막에는 모두 10장을 가지고 있는 평등한 지식 나눔의 장이 되었습니다.
2. 끼찬누리 발표회
작년까지만 해도 끼찬누리 발표회는 다목적실에서 조명도 있고, 음향도 있는 정식 학예회였습니다. 옷도 대여하고, 연습도 많이 해서 나온 학예회였습니다. 그러나 교육과정 정상화의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보여주기식 행사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 이번에는 지식시장 중간중간에 작은 무대를 마련해서 운동장에서 옷을 갖춰입지 않은 채로 공연을 했습니다. 결과는 아이들이 편안해 하고,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지식시장이 열린지 30분만에 음악이 울리고, 아이들은 운동장 가운데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진행된 아이의 사회로 2~3개의 공연.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지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아이들. 축제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질서의식도 싹이 틉니다.
1~2학년은 학년별로 준비했지만 다른 학년은 교육과정 속에서, 그리고 동아리활동 시간이 준비한 것이 전부 녹아들어 특별히 선생님이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발표회였습니다.
3. 행복찬 전시회
작년까지 전시회에 쏟아부은 것들로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참 힘들어했습니다. 전시물품이 상당했었거든요. 물론, 1년의 교육과정 운영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은 교장 교감선생님은 분야별로 학교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싶어하시지요. 저또한 학급에서 나온 평소의 모습을 공개하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과 논의한 끝에 독서작품결과물과 교육과정 운영 사진만으로 전시회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독서작품은 지난 기간동안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읽고 댓글달기 한 양식을 모아둔 종이를 모아서 판을 만들고, 책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든 책을 현수막으로 제작해서 전시공간에 게시하였습니다. 전시공간은 지식시장 부스 안쪽으로 원형으로 한바퀴 둘러놓았습니다.
반대쪽에는 월별 사진, 학년별 사진, 돌봄교실, 방과후사진을 인화하여 이젤에 붙여주었지요. 총 22개의 이젤판이 완성되어 체험부스 안쪽으로 전시하였습니다. 만드는 데에는 수고스러웠지만 작년보다 훨씬 아늑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고, 선생님들의 축제 준비도 한층 수월해 졌습니다.
4년간 변함없이 이어온 나눔찬 시장. 아이들이 남는 물건을 다른 친구를 위해 파는 시장으로 다모임에서 깍지별로 모은 물건을 자유롭게 판매합니다. 작년까지는 수익금을 모두 아이들이 가졌지만 올해부터는 수익금의 일부를 모금함을 만들어 연탄을 구입하여 12월에 전교생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는데 쓰입니다. 아이들에게 경제교육도 시키고, 거기에 봉사활동도 함께 하는 나눔이 있는 시장입니다. 작년까지는 2일차에 열려서 학부모님께서 많이 참석하지는 않으셨는데, 올해부터는 2일차에 작은 공연도 함께 이어지니 학부모의 참여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전체 모인 모금액도 30만원을 넘었습니다. 30만원이면 연탄이 600장입니다.
거기에 선생님들도 나섰습니다. 먹거리 장터를 연 것이죠. 작년까지는 학부모 먹거리 장터로 열려서 학부모님께서 수고를 해 주셨지만 올해는 선생님들이 하시기로 결정했습니다. 학교 급식 재료에 학교 예산을 더 보태서 떡볶이와 어묵, 순대, 짜장밥 메뉴를 급식소에서 만들어서 운동장으로 내려왔구요. 거기에 붕어빵이랑 와플 기계를 대여해서 메뉴를 보충했습니다. 먹거리 장터에서 사 먹는 돈은 모두 한전행복 화폐와 상품권으로 아이들은 여러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참석하신 부모님께도 화폐를 드려서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축제의 마지막으로 버블체험은 종래의 마술, 버블 공연에서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보기로 한 활동으로, 1시간동안 버블을 직접 체험해 보는 활동으로 바꾸었습니다. 아이들, 부모님이 모두 운동장에서 비눗방울을 만들면서 놀았답니다.
이번 축제를 기획하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했고, 학부모님과 함께 대화하려 간담회를 했으며, 선생님들과도 무척이나 많이 만났습니다. 그 속에서 축제의 컨셉과 축제를 바라보는 눈을 하나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축제의 모든 것을 나눔으로 맞추면서 지식을 나누고, 자신의 가진 것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작은 학교에서의 아기자기하지만 커다란 변화를 실감하였습니다.
한전찬누리축제 1일차 http://blog.naver.com/jun71200/220824226144
한전찬누리축제 2일차 http://blog.naver.com/jun71200/22082526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