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이 맞춤법을 꼭 다 맞춰 써야 하나?
1학년 담임교사를 하면서 가장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받아쓰기입니다. 받아쓰기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통해서 맞춤법을 익히고, 능숙하게 한글을 쓰게 하려는 목적이 있지요. 하지만 받아쓰기 교육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집에서 100점을 맞게 하기 위해서 집에서도 아이들을 닥달하게 됩니다. 학교 오기 가장 싫어하는 주범이 이 놈의 받아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1학년 담임교사가 되면서 가장 처음 생각한 것이 받아쓰기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었습니다. 부모님들과의 만남에서 당당히 받아쓰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셨지요.
언어학적으로 볼 때,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우는 과정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순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단계에서는 듣기와 말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기 때문에 듣기 말하기에서는 태도와 방법을 가르치고 있고, 다음은 읽기여야 합니다. 처음으로 문자를 배우게 되는 아이들.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가장 즐겁게 접근해야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접근도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과정 하에서는 절대로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배우게 되니까요. 아직 필압(손의 힘)도 갖춰있지 않는 아이들에게 쓰기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하나하나 쓰기도 힘들고 손만 아픈 국어시간이 되겠지요. 쓸 힘도 없는데, 맞춤법까지 맞춰야 하고, 틀리면 선생님한테 지적받고, 점수때문에 부모님께 혼나고, 친구들로 부터 공부 못하는 아이 취급받고...
우리 영어교육이 이렇게 이뤄졌기 때문에 한마디 말도 못하는 아이들만 양산해 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1학년도 똑같은 단계겠지요.
저는 1학년 담임교사를 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이 그림책 읽어주기였습니다. 매일 1~2권 읽어주는 그림책으로 문자와 친숙하게 하였습니다. 문자와 친숙하게 해야 하기에 재미있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나의 느낌을 이야기 하고 서로 격려해 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번째로 한 것이 집중력 그림그리기입니다. 최정금 소장의 초등 집중력 높이기 30일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매일 그림 색칠을 하였습니다. 손에 힘이 없어서 설설칠하던 아이들. 이제는 색연필을 잡는 방법도 익히고, 손에 힘을 적절하게 눌러 그리게 되어 글씨 쓸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 컬러링북 색칠하기로 생태교육과 연계하기... 아이들 색칠 솜씨가 날로 높아졌습니다. 손에 힘은 말도 못하구요... 이제는 연필을 바로 잡고,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었죠.
그리고는 2학기부터 처음으로 알림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글씨에 힘이 생긴 후 부터죠. 요즘 아이들은 그림책에 나온 글자를 가지고 공통된 받침 찾기 활동, 일주일에 한 번 그림일기 쓰기를 하면서 천천히 글씨를 익혀나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도 1년동안이면 충분한데, 우리 선생님, 부모님의 조급함은 아이들을 조급하게 만들기만 합니다.
학교 오는데 최소한 받아쓰기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받아쓰기를 없애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