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내 기억 속의 선생님
5월 단기방학은 잘 보내고 오셨나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휴의 여파로 아직 피로를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되어 또 신나게 학교 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다가오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올해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으니 부담이 없을 것 같습니다. 교직 경력도 길지 않고 아직 제 자신이 스승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고 있기도 하고 스승의 날이라고 하면 ‘청렴’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리게 되는 요즘 상황들이 스승의 날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스승의 날을 기념해서 오늘은 저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때는 제가 4학년이었을 때였습니다.
4학년 부터는 학급자치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부서로 나누었는데 그 때 저는 체육부장을 맡았었던 것 같습니다. 4년 동안 한 번도 반장, 부반장 해본적도 없었고 처음으로 맡게 된 감투(?)가 체육 부장이었으니 의욕이 철철 넘치던 때였습니다.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체육시간에 체육부장이 먼저 친구들을 줄 세우고 준비운동을 하도록 하셨습니다.
어느 날 반 친구들이랑 체육 수업을 하러 운동장에 나왔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남자아이들이 줄도 안서고 계속 장난치고 돌아다니고 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을 줄을 세우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화가 나서 운동장 한 구석에서 씩씩 거리면서 앉아있었습니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운동장에서 나오셔서 우리반의 모습을 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를 그냥 내버려 두시고 차분하게 수업을 다 진행하시고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가게 하시고 저한테 오셨습니다.
그리고 엄청 혼이 났습니다.
이젠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히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혼이 났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책임에 대한 이야기, 내 뜻대로 안된다고 고함지르고 나의 일을 내팽겨치고 나와 버리는 모습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혼이 나고 나서 제 행동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리가 권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 성질대로 안된다고 수업도 안 듣고 시위(?)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도. 자잘하게 실수는 많이 했지만 특별히 학교에서 혼날 일이 없었던 학생이었던 제가 크게 선생님의 꾸중을 들었던 이 날의 기억은 저의 한 부분이 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기억은 흐릿해지고 이젠 선생님의 얼굴도 가물가물 하지만 그때 선생님의 꾸중은 그 당시 저에게 필요한 가르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후에 그 선생님을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지나가다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곤 합니다. 매번 볼 때마다 반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참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들은 많은 선생님들을 만날 것이고, 점점 저와의 기억들은 흐릿해져 갈테죠. 하지만 저와 함께 했던 시간들 중 어느 순간은 어떤 아이한테는 남아 그 아이의 한 부분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기억이 그 아이에게 의미 있는 기억이길 바랍니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이 기쁜 마음으로 스승의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