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놀이: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 함께하는 즐거움
처음 놀이 연수를 받았을 때 저의 눈을 잡아 끈 것은 전래놀이 중 하나인 실놀이였습니다. 그냥 예쁜 색의 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술도 뚝딱뚝딱 하고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그저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배웠던 해에 교실에 돌아가자마자 실을 아이들 수만큼 사서 나누어주고 이것저것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지만 지속적이진 못했습니다. 한 두명의 아이들만 재미를 붙이고 관심을 보여서 그 학생들과 같이 몇 가지 동작을 배워보았습니다. 그 다음해에도 아이들이 실놀이 마술은 좋아했지만 모양 만들기는 몇 가지 배워보는 시간에만 조금 해보는 정도였습니다.
삼년의 시간동안 저도 실놀이를 많이 익혀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많이 늘었습니다. 올해는 아이들이 실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해줘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몇 가지 작전을 짰습니다.
1학기 중간중간 제가 실놀이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강아지 모양을 만들어 귀여운 척도 하고 하트를 만들어 하트 총알을 날려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가르쳐주지는 않았습니다.(이것 말고도 1학기에 하려고 했던 활동이 많아서 그런 것입니다.)
2학기가 되었습니다. 개학하고 자율활동 시간에 계획했던 실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에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실놀이와 섞어서 해주었습니다. 저의 이야기와 함께 만들어지는 실 모양에 아이들이 여행이야기를 더 즐겁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실을 나누어 가지고 친구들과 흔히 하는 실놀이를 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함께할 수 있는 실박수 놀이를 알려주었습니다. 원래도 흥 많고 노래를 큰 소리로 잘 부르는 우리반 아이들이지만 동요를 깔깔거리며 부르고 놉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있었던 모양 만들기 한가지와 간단한 실마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고리에서 스르륵 빠져나오는 실을 보며 “우와!”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두 시간쯤 배우고 나니 쉬는 시간에 칠판 앞에 걸어둔 실을 빌려서 연습도 하는 친구들도 생겨나고 우리반 독서여왕 친구는 도서관에서 실놀이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 친구 주변으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 함께 책을 보고 모양 만들기를 합니다. 몇 몇 아이들은 제가 모르는 모양들도 뚝딱 만들고 저에게 자랑을 해보입니다. 이제 저의 역할을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두 시간 정도 아이들이 모를 만한 것들을 더 가르쳐 주고 실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다음주까지 자신만의 실놀이 이야기를 만들어오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집에서 공연하는 과제를 내주려고 합니다.
-유투브에서 배운 모양을 선생님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모습.
유투브에서 실놀이를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동영상이 나온다.-
-목걸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며 신이난 우리반 학생. 방법을 외우는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에 정말 깜짝 놀랐다.-
실을 선물로 준 그날, 아이들이 알고 있는 모양을 이리저리 변형하고 바꾸며 새로운 모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실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모양을 보면서 어떤 모습과 비슷한지 계속 생각해 내는 것이었습니다.저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양을 만드는 방법을 관찰하고 익숙해져서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모습만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확실히 창의적입니다. 이미 있는 모양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모습이 너무 예뻤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거나 자신이 잘 못하는 모양을 할 줄 아는 친구들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가서 물어보고 배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역시 관심이 생기면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배우게 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저보다 실놀이를 더 잘합니다. 개한한지 이제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제는 제가 모르는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주면 저도 아이들에게 하나를 가르쳐주며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계획을 하고 작전을 짜서 아이들이 실놀이를 재밌어하게 해야지 했었는데 이런 생각이 다 의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계획으로 아이들이 재미를 느꼈다기 보다는 서로의 모습에서 재미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배우며 즐겁고, 연습하면서 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즐겁고,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 배우며 즐거워서 멈출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간만에 보게된 아이들의 이런 모습. 너무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