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전담 입문기-3] 체육과 패션
다들 새학기 맞이 준비를 하시고 있으신가요?
저는 새학기 맞이 준비를 하며 꼭 구입하는 것이 새학기빔(설빔?)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여성복 매장에서 새학기빔을 구입했네요^^;;
그래서 2월을 맞아 복지포인트가 있으시다면 한번쯤 고민하는 체육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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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전담을 맡기로 생각하고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멋진 츄리닝이 없어!!!!’ 였다.
체육선생님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운동을 잘하고 멋진 트레이닝 복을 입은 모습인데 그동안은 쉬는 시간에 빠르게 옷 위에 덧입어도 문제없는 편안한 옷을 입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봄, 가을용, 겨울용 한 벌씩으로는 일주일 20시간의 체육시간을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겨울방학동안 나는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한) 다이어트와(얼마가지 못하고 더 찌웠다ㅋㅋㅋㅋ) 옷 구매에 들어갔다.
요즘은 아웃도어니, 스포츠 용품이니 다양한 브랜드의 옷들이 나온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다양해서 개인의 취향이나 용도에 맞게 옷을 구매하면 될 것 같다. 어짜피 내 마음에 드는건 항상 신상품일테니깐^^;;;
그래서 2년 동안 봄, 가을용, 여름용, 겨울용 트레이닝복과 간절기용 조끼, 한겨울용 패딩 등을 사보고 입어본 후 교사에게 필요한 아이템에 대해서 결론을 내렸다.
체육 수업을 할 때 가장 용이한 복장은 바람막이다. 어떤 옷을 입어도 위에 바람막이 하나 걸치면 체육수업 복장이 되기도 하고 날씨에 상관없이 적절한 체온 유지와 자외선 보호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사놓은 바람막이 한 두 개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는 필수 아이템. 두께감이 있거나 내피가 있는 바람막이와 햇빛만 가려주는 여름용 얇은 바람막이 정도가 있으면 소체육대회, 가을 운동회 등에서 패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칼라풀한 색이 아이들의 인기를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모자. 얼굴이 타는 것을 방지해야하겠다면 넓은 썬캡을 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썬캡의 단점은 두피가 타는 것을 방지해주지는 못한다. 하루 한 시간정도 체육수업을 한다고 하면 상관 없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4~5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두피보호도 생각해야 한다.
평소 모자를 즐겨 쓰지 않는 나의 경우에는 그냥 일반 캡모자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린다. 흔히 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귀다. 일반 모자를 쓰면 귀가 그대로 노출된다. 하루 종일 운동장에 있으면 귀도 탄다.
이외에 선글라스, 팔토시, 손수건 등의 악세서리 종류가 있다.
체육전담을 하면서 구입하게 된 선글라스는 스포츠 선글라스다. 사실 여자분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이 녀석이 물건이다.
첫째, 포스가 강해진다. 이 녀석을 쓰면 아이들이 첫 번째 하는 소리는 “조교 같아요.” 이다. 이때 진짜사나이에서나 나올법한 멘트를 한번 해주면 아이들은 까르륵 하면서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 분위기에 맞춰서 괜히 줄도 잘 서고 말도 잘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착용감이 뛰어나다. 다른 선글라스에 비해서 스포츠용은 무게가 가볍고 미끄러짐에 강하다. 안경이다 다른 선글라스는 수시로 올려주어야 하는데 스포츠용은 밀착되면서도 콧등을 짓누르는 느낌이 덜하다.
셋째, 충격이나 긁힘에 강하다. 워낙 덜렁거리는 성격이라 모자위에 얹어놓은 선글라스를 잊어버리고 모자를 벗어서 날려버린 적이 여러번 있다. 스포츠용은 모자위에 얹었을 때 잘 떨어지지도 않고, 떨어졌을 때 긁힘이 적은 선글라스들이 있다.(그래도 아스팔트에는 장사 없다. 그리고 일단 돈의 압박이ㅜㅜ)
팔토시는 여름 필수품이다. 진짜 시원하다. 마트에서 파는 것과 등산용품점에서 둘 다 사보았는데 가격은 등산용품점이 훨씬 비싸지만 흘러내림이 덜하고 쫀쫀하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어디 것을 사도 상관없을 것 같다. 이런 것은 소모품으로 간주하고 써야 할테니깐.
교사들이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은 호루라기다. 넓디 넓은 운동장에서 아이들 부르고 집중시키는데 목소리에만 의존한다면 당신의 목소리와 이별할 수 있다. 요즘은 불지 않아도 되는 전자 호루라기도 나와 있는데 써보지 못해서 설명은 생략. 호루라기는 심판용 호루라기가 소리도 선명하고 품질이 뛰어나다. 호루라기는 정기적으로 따뜻한 물에 세척해주고 잘 말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교체해 줄 것. 세균 증식의 온상이다.
이렇게 체육수업을 위한 교사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운동장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운동장의 지배자가 되면 가장 좋은 점은 학교 행사 때 정장을 잘 차려입고 나간 당신을 학생들이 못 알아 본다는 점이다.
치마를 입은 나의 모습에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놀라움을 보인다.(대학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만화책에서 가끔 나오는, 안경을 벗었더니 미소녀를 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평소에 츄리닝만 입고 다니던 동네 언니가 학교 최고 미녀가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절대로 진짜 미녀는 아니다. 명심해라. 모두의 착각일 뿐이다.)
사실 햇볕엔 장사가 없다. 최선을 다해서 가리는 수밖에.
주의. 스포츠 용품 구입에 한번 맛을 들이게 되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3년째 복지 포인트는 입금과 동시에 출금이 되었으며 얼마 전 등산 용품에 꽂혀서 2월 카드값이 최고치를 찍었다. 설보너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