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의 아이들.
새 학기 첫날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올해 저는 그 어느 해보다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매년 비슷하게 벌어지는 일들도 뭔가 처음 하는 것처럼 낯설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온몸이 지쳐버리는 느낌입니다. 6교시를 버틸 수 있는 힘을 빨리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오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3월 2일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평소 잘 입지도 않는 원피스를 입고 들어간 학교에는 새 교실을 찾아 방황하는 어린이 무리들이 잔뜩 있습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우리 반 담임은 누규?.jpg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누구인가는 정말 초미의 관심인 것 같습니다.
#2. 교실에서 먼저 온 아이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자유롭게 자리를 앉게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자리에 그대로 앉아 가만히 제 얼굴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왜 아이들은 새 학기 첫날에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인가?
#3. 교실 뒤편에 붙여 두었던 ‘초쌤 사용 설명서’를 읽어 보라고 권유를 하니 아이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저 선생님은 자기를 초쌤이고 할까?.jpg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니 다시 자리에 앉아 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
계속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가를 관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낯선 교실이 아직 편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4. 어느 정도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고 가벼운 농담들을 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에 남자 아이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깔깔거리는 대화 속에 짧은 비속어가 들립니다. 순간,
“방금 XX라고 말한 친구 누구니?”라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갑자기 굳어버립니다.
저...저는 그러지 않았어요.jpg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일단 담임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관심사고 그에 따라 아이들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교사의 한마디에 아이들이 웃고, 한마디에 아이들이 굳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얼어버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역시 새학기 시작은 즐겁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하교할 때 아이들과 보내는 인사를 했습니다. 가볍게는 가위바위보부터 찐~한 포옹까지. 오늘은 우리반 아이들에게 6학년 한 해 잘 보내보자는 의미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낯설어 하면서도 씩하며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하교를 했습니다.
온 힘을 다하는 하이파이브 2015.jpg
일반 하교보다는 시간이 몇 배 더 걸리는 인사지만 한 명, 한 명 얼굴을 마주보고 그 표정을 보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새 학기 첫 날, 누구보다도 긴장 되었을 우리 아이들. 중간 중간 제가 하는 말투 하나, 하나에 웃었다, 긴장했다 하는 하루였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아직은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우리이지만 서로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욱 편하게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