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그 머나먼 여정을 준비하며
많은 학교들이 학부모 상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이번주에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고학년이라 그런지 2학기 상담 신청을 많이 하진 않으셨어요. 학생이 깜빡하고 신청서 전달을 안해서 당일 상담이 급하게 더 잡히긴 했지만 저학년 상담할 때보다는 횟수가 적어 큰 부담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매년 하는 상담에 나름대로 상담 방식이 잡히고나니 초임 때 학부모 상담을 기다리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부모님들의 질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했던 걱정들은 이제는 크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학부모 상담을 준비할 때 하는 것들을 간단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학급일지
올해 맨 처음 글에서 학급일지에 대해서 다루었었는데 이 녀석은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아이입니다. 특히 학생의 문제점에 대해서 학부모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 많이 필요한 녀석입니다. 숙제를 자주 빼먹거나, 지각이 잦거나 등등 이야기를 할 때에 그냥
“00이가 지각이 잦은 편입니다.”
“00이가 숙제를 깜빡하고 학교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등등 말하는 것보다
기록해놓은 부분을 찾아 보면서 구체적인(너무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거 세다가 하루를 보낼 수는 없으니깐요.)이야기(‘수학 익힘책을 집에서 풀어오는 것을 0번 정도 늦게 검사 받았네요.’, ‘이번달에만 벌써 00번 지각을 했dj요.’등등)했을 때 학부모께서 좀 더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었습니다.(그래도 너무 몰아세우는 느낌을 드리면 안되겠죠?)
그리고 학급일지에는 친구들과의 다툼이나 갈등을 지도했던 내용들도 들어있기 때문에 학부모께서 이러한 갈등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 문제 상황과 학생들의 상태, 지도방안 등등을 학급일지를 살펴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 그 당시 상황을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feat. 학생들이 직접 쓴 상황 확인서)
2) 교우관계도
이 친구관계도는 색으로 표현을 하니 죽 연달아서 봤을 다른 친구들의 생각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서 좋다.
이러한 형식의 관계도는 수치로 표현을 하게 되어서 도표화 하였을 때 개인의 반친구들 평가와 반 친구들의 학생 개인에 대한 평가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좋다.
초임 때 상담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하던 제게 동학년 선생님께서 교우관계도를 조사해보고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해주셨습니다. 그 때 친구 이름을 색칠해보는 교우관계도를 해보고 간단한 설문조사를 겸했습니다. 그 전에는 상담을 하면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 조금 어려움이 있다 라고 이야기를 할 때 막연한 느낌을 전달하듯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교우관계도에 아이들이 실제 적어놓은 친구들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하니 학부모도 제가 설명 드리는 자녀의 교우관계에 대해서 더 신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교우 관계도를 작성할 때 아이들한테 작성 내용을 저만 보는 것으로 설명하고 최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써달라고 했었고, 본인의 자녀의 것이 아닌 다른 친구들의 내용을 다른 부모님들이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아 기본적으로 저만 보고 그 내용을 설명드리지만 제가 관찰하는 학생들의 교우 관계가 시각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료가 되어주니 객관적으로 교우 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서 기본 상담시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는 학부모 상담 즈음에 관계 조사를 했었는데 이제는 매달, 또는 2달에 한번정도 조사를 해보면서 학생들의 친구관계 변화를 관찰하는 자료로도 사용합니다. 저는 매달 자리배치할 때 자리 뽑기로 자리를 배정하는데 그냥 뽑기로만 자리를 결정하면 키, 시력, 교우관계 등을 고려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선 뽑기 후 조정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할 때 학생들이 작성한 교우 관계도 고려합니다. 물론 아이들 한테는 “좋아하는 친구랑만 앉히지는 앉는다. 내가 꺼리는 친구들도 앉을 수 있다.”라는 전제는 확실히 인식시키고 합니다. 여러 친구들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해야겠죠 ㅎㅎ
교우관계도는 저도 주변분들에게 알음알음 얻은거라 공유는 못하고 인디스쿨에 검색하시면 다양한 교우관계도 예시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셔서 우리반 성격에 맞는 맞는 조사서를 만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아이들의 글쓰기 공책
글쓰기 공책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때때로 학생의 생각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서 학부모와 대화가 필요한 경우에 필요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글똥누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책상위에 글똥 공책이 있고 매일 소통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쓴 내용이 학부모와의 상담 중에 필요한 자료가 떠오르면 바로 가져다 보여드리곤 합니다. 일기는 학생의 사생활이 들어있기 때문에 일기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글쓰기 공책이나 학습지, 등등의 자료를 활용합니다. 이번 상담 때는 학생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1학기 때 수행평가를 했던 소책자를 찾아다가 살펴보며 상담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대충 이정도 준비하면 학부모의 어떤 질문에도 답할 준비가 됩니다. 올해는 6학년 담임이라 중학교 진학에 대한 질문에 제법 많습니다. 올해 제일 힘들었던 상담은 특별한 문제가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너무 뻔한 답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상담 내용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잘 하고 있어서 잘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인데 과도한 칭찬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이 학생을 잘 모르고 칭창만 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어떻하지 하는 고민이 들었는데 이런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은 제가 기뻐할 일이겠죠?
아직 학부모 상담을 못 끝내신 분들이라면 마지막 그 순간까지 힘내시고, 남은 5개월 우리 아이들, 학부모와 또 다른 상담을 해야 할 만큼 큰 사고 없이 2016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