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바닥놀이 프로젝트-3. 둘째날. 뽀개뽀개 게임
5월 첫째 주에 뽀개뽀개 스토리를 하고 두 번째 주에 바닥놀이 프로젝트의 절정인 뽀개뽀개 게임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하루 종일 놀이를 만들어야 하니 각 학급에 양해를 구하고 4시간 동안 강당을 저희반 아이들이 마음껏 쓰게 되었습니다. 강당 구석구석에 각 모둠별로 자리를 잡고 지난주에 정리했던 동화 내용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지난 시간에 만들어 보았던 스톱모션 자료와 정리했던 내용들을 벽에 붙이고 각각의 놀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특징들을 이야기하고 동화와 어울리는 놀이를 선택해서 직접 해보았습니다.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종이 테이프를 이용해서 놀이판을 만들고 놀아보았습니다.
놀이는 해봐야 제맛
선택한 놀이가 동화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 그 놀이를 동화와 더 잘 어울리게 놀이판의 모양도 바꾸어 보고 규칙을 새롭게 적용해보았습니다. 계속 모둠이 대화하고 의견을 반영하고 반영된 규칙을 바탕으로 놀이를 해보았습니다. 정말 이날 아이들은 원 없이 놀았던 것 같습니다. 네 시간 동안 테이프를 붙였다 떼고, 뛰어놀고 의논하고 다시 놀고 고치고. 놀이를 해볼 때마다 문제점도 보여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고치기도 하고, 점점 놀이가 구체적인 형태로 변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내가 만든 규칙이 반영되고, 놀이를 재미없게 만들거나 힘들게 하는 것들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니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놀이를 하고 있었던 한 모둠 아이들이 강당 주변을 계속 뛰어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시간 정도 하더니 아이들이 지루해져서 장난을 치는건가? 놀이를 만들다 말고 뭐하는 건가'며 제가 혼을 내야 하나 지켜보고 있는데 그 모둠을 도와주던 선생님도 같이 뛰고 계신 모습에 ‘이게 무슨 일이지?’하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사전놀이 때 오징어 놀이를 하면서 아웃이 되면 놀이가 끝날 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던것이 지루했던 그 모둠 아이들이 약간의 벌칙을 주고 다시 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의견을 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웃이 된 친구는 정해진 곳을 달리고 오면 부활 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또 한 모둠은 동아리 활동 때 했던 개미술래라는 놀이에 콩쥐팥쥐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며칠전부터 자신들은 개미술래를 변형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진행을 했습니다. 학기 초에 개미술래를 할 때에는 의자를 가지고 학급 전체가 참여하는 술래잡기 였고 바닥놀이판이 따로 없는 놀이였는데 여기에 도형을 넣어 놀이판의 형태로 만들어냈습니다. 당연히 사전 놀이 활동을 할 때 했던 놀이를 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평소 놀았던 놀이를 가지고 왔습니다. 놀이 요소도 잘 가지고 와서 그럴듯한 놀이가 만들어졌습니다. 놀이의 범위를 넓게 가져가니 더 다양한 형태의 놀이가 만들어집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만든 놀이들입니다.
계속 놀아보면서 놀이를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규칙들을 만들고 고치면서 이런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놀이들을 보면 그냥 멍하니 기다리는 시간, 아웃된 친구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의 승패와 상관없이 계속 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이기고 지는 것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까, 자기만 재밌는 놀이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저의 마음은 아직도 아이들을 잘 모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놀이 활동을 할 때에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신경써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이 만들기가 어느 정도 끝난 팀들은 다른 팀들에게 자신들의 놀이를 소개하고 함께 놀아보았습니다. 소개를 해보면서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놀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팀의 놀이는 쉽게 이해가 되고, 어떤 팀의 놀이는 이해가 잘 안가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게 의사소통이고 다른 사람에게 다신의 생각(또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홍보활동을 하려면 이런 과정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느 정도 놀아보고 서로의 놀이가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모두 자기 모둠의 놀이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벌써 자신의 놀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놀이를 마무리하면서 바닥놀이 프로젝트 본 활동을 하면서 모둠원들에 대한 칭찬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냥 놀이를 만들고 해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고생한 친구들에 대한 칭찬을 하고 모둠 칭찬을 해보면서 하루 동안 자신들의 활동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모둠활동을 할 때에 방해되는 행동을 많이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칭찬할 때 고민하지도 않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되돌아보는 활동을 하면서 그 모둠 아이들이 그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까 걱정이 돼서 가보았는데 저의 걱정이었나 봅니다. (실제로도 그 친구가 평소 수업시간 때 보여준 모습보다 놀이 만들기 활동에 보여준 모습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반 아이들의 바닥놀이 프로젝트가 일단 끝이 났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 하루 종일 무언가에 집중을 했다는 것이 저한테 인상 깊게 남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게 나와서 뿌듯합니다.
다음주에 <마지막 놀이 프로젝트: 실제 설치와 홍보 활동>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