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전담 입문기-4] 3월 첫 체육수업하기
3월, 3월!! 오오~ 3월입니다. 3년 만에 하는 담임이 되고 보니 혼이 쏙 빠지는 2주를 보냈네요.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의 개학 2주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다시 신규가 된 듯한 3월입니다^^ 어쩜 이렇게 3년 전에 한 일들을 싸그리 까먹었을 까요ㅜㅜ
이번 체육전담 이야기는 3월 수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의 첫 체육 수업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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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을 하면서 체육수업을 할 때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뒹구는 교실을 벗어나서 학교 바깥 구경도 하고 학기 초 같은 반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 있는 놀이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요즘 여러 가지 놀이를 겸하는 체육 활동들이 많이 나와서 그것들을 잘 구성해서 수업에 활용하는 것도 좋다.경쟁활동 영역을 지도할 때는 허승환 선생님의 ‘두근두근 운동장 놀이’를 참고해서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아이들에게 투입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체육 전담으로 배정을 받고 나서 첫 전담 체육 수업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체육시간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지만 교사가 체육 수업을 준비하다보면 어떤면에서는 굉장히 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운동장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보니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활동 내용을 전달하고 개별, 모둠 활동에 들어갔을 때 제대로 학생관리나 제어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수업을 하는 건지 노는건지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가 있다.
(내 목소리는 소중하다.-그렇게 2주만에 나는 목소리를 잃었지)
그리고 나는 깐깐한 조교 스타일이니깐^^
먼저 수업 첫 시간은 교사 소개와 수업 진행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항상 그렇듯이 ‘너희들이 만나는 체육선생님인 나는 최고다.’를 강제 주입한 후, 교과서 살펴보기를 한다.
교과서를 살펴보는 이유는 건강 활동과 안전 교육을 할 때 외에는 거의 교과서를 학생들이 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때라도 교과서를 쭉 살펴보면서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체육 수업을 하러 운동장 나와서 교과서를 보고 있는 것은 학생들을 고문하는 것 아닌가.
또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하면 자주 하는 말은
“선생님 축구(피구, 발야구 등) 시켜주세요.”
“선생님 놀아요~” 이다.
그래서 교과서를 살펴보면서 1년간 배울 수업 내용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도 시키고 ‘체육시간도 수업시간이다. 이러이러한 것들을 배움으로서 고른 신체발달과 어쩌구저쩌구~~(기타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좋은말 다하기)’ 등 체육수업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인지시키도록 한다.
그리고 나면 체육수업 규칙을 안내한다.
PPT는 검흰이 최고지1.jpg
PPT는 검흰이 최고지2.jpg
PPT는 검흰이 최고지3.jpg
사실 점수제나 스티커같은 보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외적 보상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이러면서 열심히 아이들에게 사탕을 돌린다.ㅋㅋ) 점수나 보상을 꼼꼼히 챙겨주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육 교과서에서 나오고 있는 소재의 활동만 하는 것은 아이들도 식상하고 나도 식상하고, 아이들이 그동안 배웠던 활동들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유체육이라는 이름으로(정확히 말해서 ‘아나공’^^;;) 아이들이 하고 싶은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데 기준 없이 자유체육을 주다보면 아이들은 시도때도 없이 자유체육을 하자고 조르게 된다. 담임이라면 아이들의 그날의 상태에 따라서 줄 수도 있겠지만 전담인 나는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전담시간에 열심히 참여한 보상이라는 의미에서 점수제를 실시하였다. 이 점수제로 진행을 하게 되면 5번 정도 수업을 한 후 자유체육을 한 시간정도 하게 되는 건데 2주 정도 한 가지 주제 활동을 하고 그 마무리로 자유체육을 하게 되는 것이라서 흐름상으로도 나쁘진 않다.
준비활동을 학생들이 미리 할 수 있도록 해놓으면 교사가 학생들의 준비운동을 일일이 도와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준비물을 셋팅 해 놓을 시간이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교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준비가 미리 되어 있으니 바로 본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기본적인 스트레칭은 체육부장에게 설명해 주고 체육시간마다 할 수 있도록 하고, 본 수업의 내용에 따라 부족한 신체부위의 스트레칭은 교사가 추가적으로 진행해주기만 하면 된다.
본 활동에서는 싸우지 않고(제일 중요하다!!!) 열심히 참여해달라는 의미에서 주는 점수이며 마무리 활동은 매 차시 수업 활동 마무리와 다음차시 안내시 집중해서 참여해달라는 점수라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이 점수를 받아간다.
그리고 강조해 주어야 할 점은 이 점수는 감점하는 점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잘못 운영되면 점수라는 미끼를 가지고 아이들을 조련하는 것밖에 안되기 때문에 교사의 기분에 따라 주는 점수가 아니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체육수업에 열심히 하는 너희들을 칭찬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안내해주어야 한다.
(나도 아나공 시키고 싶다고~~~~)
다행히 그동안 내가 지도했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활동을 너무 재밌게 참여해 주어서 이 점수제가 그래도 재미있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자유체육 활동을 할 때 학급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대부분 선택해주어서 나는 그 시간에 심판을 봐주기도 하고 팀 균형이 잘 안 맞을 때는 나도 함께 참여하면서 아이들하고 친해질 수도 있었다.
이렇게 3월 첫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부터 바로 수업을 진행하면 사실 부담스럽다. 학기가 시작되고 체육물품이 구비가 되기 전까지 수업에 쓰고 싶은 물품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참 애매하다. 이때 진행하는 것이 학교 준비운동 배우기 활동이다. 학기 초 기본적인 줄서기, 스트레칭도 지도하면서 하기 좋은 활동으로 5월 어린이날 소 체육대회를 대비한 준비운동을 이때 지도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국민건강체조(구 새천년건강체조)를 학교 준비운동으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국민건강체조가 흥도 나고 운동도 되고 하긴 하는데 동작을 잘 모르면 정말 정신없다. 아이들도 매년 하는 것이니 알고는 있는데(손날치기랑 발차기만 기똥차게 한다.) 막상 시켜보면 진짜 폼이 안나온다. 기체조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가.......
그래서 스피커를 준비하고 핸드폰에 음악을 넣어놓은 후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연습을 시켰다. 그런데 교실이 아닌 곳에서 이 체조를 배우면 각 동작을 교사한테만 오롯이 의지해서 수업을 하니 교사의 체력소모가 보통이 아니다. 하루에 5시간정도 수업을 진행하면 한 시간에 3번 이상 시범을 보이게 되는데 6분정도 되는 이 체조를 15번 정도 시범을 보이고 나면 다음날 온몸이 고통에 몸부림 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동영상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모둠이나 개별적으로 연습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겠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대자보였다. 전지 5장에 다가 체조 순서대로 각 동작을 졸라맨으로 디테일을 살려서 그렸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직접 했냐면서 재미있어 한다.
(이런 자료를 만들 때 운동장에서 쓰려면 종이 테두리를 스카치 테이프로 감싸줘야 한다. 안 그러면 붙였다 뗄 때, 바람이 불 때 전지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날 수도 있다.)
이 대자보를 보면서 각 동작도 알려주고, 모둠별로 이걸 보면서 연습하도록 하면 교사의 시범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을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으니 보다 효율적이다.
전담 첫 해에 5, 6학년에게 가르쳐주고, 작년에 3, 4학년한테 가르쳐주고 나니 아이들이 그래도 배운 체조라고 전체학년 준비운동을 할 때, 제법 폼이 난다. 그리고 나는 이제 체조 음악 어디를 틀어도 자동으로 동작이 나오는 수준이 되었다.
3월 처음 체육 수업이 두려운 분들. 미세먼지도 심한 3월. 교실에서라도 좋으니 아이들과 체조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Tip: 체조를 가르칠 때 교사는 원래 동작의 반대로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러면 학생들이 보고 따라할 때 방향을 몰라서 헷갈려 해요. 어떤 아이들은 보이는 건 반대라며 반대로 하고 있고, 어떤 아이들은 보이는데로 따라하고. 그리고 바로 체조를 배우기 전에 학생들이 선생님의 거울이 되어 따라하게 하면(웃기는 동작이나 춤동작 같은 것) 아이들도 게임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작은 소활동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이 활동을 하고 난 후 체조를 가르쳐 주어야 학생들이 방향을 헷갈리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활동을 하면서 안 좋은 점은 아이들은 교사의 방향과 반대로 배우게 되니 교사는 오른손을 쓰면서 ‘왼손을 쓰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서 방향감각에 혼동이 올 수 있습니다.